[홍희정의 스포츠 세상]농구 새내기들의 세상은
OSEN 기자
발행 2008.02.16 11: 07

“형도 있냐?” “응, 우리랑 4살 차이, 이름은 김희동.” “그래? 희동, 금동, 은동? 동생 있었으면 ‘동동’ 이었겠네? (웃음)” 강의 중간 잠깐의 쉬는 시간. 하승진(23. KCC) 곁으로 다가온 최은동(22. KT&G)은 가족 관계를 밝히며 자신을 알리기가 한창이었고 하승진 역시 새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지난 1월 29일 ‘2008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22명의 새내기와 수련생 자격을 얻은 쌍둥이 형제 최금동, 은동 등 총 24명이 2월 12일부터 사흘 동안 경기도 용인 한화콘도에서 신인 선수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 필자가 방문한 사흘째 한 강의실. 오전 9시부터 점심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책상 앞에 붙어 앉아 있는 것이 코트를 휘젓고 다니는 일 보다 훨씬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원래 잘 아는 친구들이지만 이렇게 같이 자고 같이 밥 먹고 한 적은 없었거든요 재미있어요. 그런데 운동하는 거 보다 더 피곤하네요 ” 전체 2순위로 지명된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26. SK)는 앉아서 강의만 듣고 있으려니 몸이 근질근질하고 답답하다고 했다. “친했던 친구 말고 얼굴만 알고 지냈던 애들과 며칠 지낸 다는 점이 좋네요. 프로에 가서 서로 다른 팀이지만 코트에서 만나면 반가울 것 같아요.” 졸업생 전원이 프로유니폼을 입게 된 동국대 출신인 기승호(23. LG)는 자신이 이 자리에 일원으로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다음 주 있을 졸업식을 끝내고 소속 팀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 할 것이라고 이후의 일정을 밝혔다. 오전 일정이 끝나고 점심 식사 시간. 이날 주 메뉴는 제육볶음. 강의 때와는 다르게 음식 앞에서 활기가 넘쳤 났고 눈빛도 말똥말똥해졌다. 대부분 한 공기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은 장다리글이었지만 필자의 예상과는 달리 대식가는 없었다. 하승진도 친구들 틈에 앉아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향했다. 그 이유는 한 시간 남짓 남은 휴식시간을 개인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란다. “이제는 혼자 햄버거 먹지 않고 친구들과 제육볶음해서 밥 먹으니까 좋죠?” 필자는 작년 10월 29일 국내 드래프트에 참가를 밝히는 기자회견이 생각났다. 그 당시 기자회견에서 하승진은 미국생활을 회상하면서 잠시 눈가를 적시기도 했는데 강렬하게 다가온 멘트는 ‘버스 안에서 혼자 먹는 햄버거’였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고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고 좋아요(웃음). 미국에서도 오리엔테이션은 3일 이상 열려요. 참가해보니 정말 우리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네요.” 하승진은 자신의 방에서 양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참가 소감을 전했다. 뜬금없이 양복이냐고 묻자 “NBA 시절의 경험을 소개하는 강의”가 있다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제가 성공해 돌아온 것도 아니고 같이 시작하는 똑같은 신인인데 제가 할 얘기가 뭐 있겠어요? 친구들에게 튀어 보이기만 할 뿐이죠. 어떻게 생각 하겠어요, 말은 하지 않지만.” 그는 툴툴거리며 절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뤄진 일이라며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막상 친구들 앞에 나선 하승진은 진솔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고 “다 같이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자”며 강단을 내려와 친구와 동료들로부터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이번 오리엔테이션이 그 누구보다 의미 있는 선수가 있다. 수련생으로 입문한 쌍둥이 형제 최금동(22. 울산 모비스)와 동생 최은동(22. KT&G). 형인 최금동은 “트라이 아웃 때만 해도 살벌했다. 그런데 지금 같이 지내고 보니 모두 착하고 친절하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나 에피소드를 묻자 김민수는 밤마다 연습하고 있는 ‘춤 연습’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순간 주변의 다른 선수들은 ‘외부에 나가면 안 되는 극비’ 라며 순진하게 털어 놓은 김민수를 향해 원성을 높이기도 했다. 얘기인 즉 3월1일 열릴 올스타전에 깜짝 이벤트로 ‘텔미’음악에 맞춰 무대에 나설 예정이란다. 천장이 머리에 닿을 듯한 장신 선수들이 숙소 방안에서 음악에 맞춰 율동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춤 실력이 가장 출중한 선수를 꼽아보라는 질문에 ‘오기석(24 인천전자랜드)이 단연 최고’라고 기승호가 귀띔했다. 3박 4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2008 신인 농구 선수들은 프로선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 교육뿐만 아니라 절대 잊을 수 없는 코믹한 한 밤의 춤바람 현장의 추억도 고스란히 가슴속에 담은 채 각자의 팀으로 돌아갈 것이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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