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스포츠 세상]태권도 올림픽 티켓은 하늘이 점지한다
OSEN 기자
발행 2008.02.18 16: 08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나설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 1차 예선전이 지난 2월 13일부터 3일간 국기원에서 열렸다. 국가별로 남녀 각 두 체급까지만 출전 가능한 쿼터 제한 때문에 남자는 -68kg급, +80kg급 여자는 -57kg급, -67급 kg 4체급의 경기가 열렸다. 각 체급 별로 100명이 넘는 많은 참가선수로 인해 오전 9시부터 시작한 경기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필자가 국기원을 찾은 예선 마지막 날은 여자 -57kg급 경기가 진행 되고 있었고 이미 전날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소속팀의 선후배를 응원하며 관중석를 지키고 있었다. 예선 첫 날 열렸던 -68kg 급에 1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파견 최종전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을 받은 김응현(20. 용인대 2년)을 만났다. 김응현은 “국가대표 경력이요? 한 번도 없는데요. 작년에 전국체전에서 우승했어요.”라고 수줍게 자신의 수상 경력을 얘기하면서 남들보다 뒤늦게 선수생활을 시작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184cm의 큰 키에 비해 적은 몸무게인 탓에 퍽 호리호리한 체구였다. “총 7번 싸웠어요. 하루 동안 치르다 보니까 힘들죠. 1차 예선에서 두 명을 뽑으니까요. 준결승이 결승이나 다름없어요. 한번만 힘내자 했죠. 준결승 상대는 이병곤(수영구청) 선수였는데 비슷비슷하게 가다가 오른발 결정적인 것 하나 차고 다시 끌어 들여서 차서 1점차로 힘들게 이겼어요.” 최종전 출전이 확정 되는 순간 어떤 생각이 스치더냐고 심정을 묻자 그날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다고 했다. “믿어지지가 않았어요(웃음). 이번엔 왠지 컨디션도 좋고 몸도 가벼웠어요. 주변에서 올림픽 한번 나가라며 축하 인사 많이 해주셨어요.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철저히 준비 해야죠!” 이번 1차 예선은 남자부 용인대의 바람이 거셌다. 김응현 보다 한 학년 위인 +80kg급에서 1위로 통과한 윤희성(21)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84kg급 금메달리스트인 김학환(27. 한국가스공사)과 함께 최종전 티켓을 확보했다. 현재 국가대표 2진이라며 자신을 밝힌 윤희성은 평상시에 헤비급의 남윤배(21. 한체대 3년)를 라이벌로 삼았는데 8강에서 이겨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 이후 자신감이 생기면서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어요. 붙어서 상대 중심을 잃게하는 몸통 공격이 저의 주특기입니다. 올림픽 출전이요? 최선을 다하면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해요. 자신 있습니다(웃음).” 작년 9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세계예선에서 우리나라는 올림픽 출전 쿼터 4장을 이미 모두 확보 해 놓은 상태다. 남자부는 손태진(-68kg급. 삼성 에스원)과 차동민(+80kg급. 한국체대), 여자부는 임수정(-57kg급. 경희대)과 황경선(-67kg급. 한국체대)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예선 1, 2차 대회 출전을 할 필요가 없고 최종 평가전에서도 1승을 안고 뛰는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일단 이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셈이다. 얌전한 외모와 가냘픈 인상의 손태진은 세계 예선대회 1위를 차지한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그에게 어떻게 최종전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참가 선수들의 경기를 빠짐없이 보며 장단점을 파악하는 중이다. 비슷비슷한 실력이라 한순간의 실수를 이용하는 작전만이 살 길”이라고 나름대로 승부처를 내다봤다. 그는 “머릿속엔 라이벌에 대한 자료가 차곡차곡 저장 되어 있다. 체력 면에서 약점을 갖고 있는 만큼 남은 기간 안에 웨이트 훈련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본래 체급이 페더급이라는 손태진은 “6kg이상 불리면서 올림픽 꿈을 다지고 있지만 늘린 몸무게를 유지 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체중을 줄이는 일보다는 쉽다”며 웃어보였다. 올림픽에서 태권도는 남녀 총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4체급에 출전한다. 현재는 한 체급마다 5명을 가리는 최종 평가전 출전 선수를 고르고 있는 중이다. 이제 단 두 자리가 남아 있다. 오는 2월 27일부터 사흘간 치러지는 2차 예선에서 그 두 자리의 주인공이 정해진다. 그 후 체급별로 5명씩 총 20명이 3월 15일부터 열리는‘베이징 올림픽 파견 국가대표1차 평가전’무대에 나서게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평가전을 치를 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리그전이 유력하다. 마지막 바늘구멍의 경쟁률은 5:1. 단 한명만이 베이징 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는 태권도 선수는 하늘이 점지해 준다.’는 이야기가 선수들 사이에서는 심심치 않게 나오곤 한다. 그 말이 진짜 맞는 말 같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용인대 윤희성(+80kg급. 왼쪽)과 김응현(-68kg급)이 티켓 획득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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