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스포츠 세상]동계체전 MVP 이채원, ‘무관심이 서러워요’
OSEN 기자
발행 2008.02.25 15: 55

제 89회 전국 동계체육대회가 나흘간의 열전을 마치고 2월22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막을 내렸다. 고교부와 대학부의 아이스하키 결승전을 마친 뒤 곧바로 시작된 폐회식의 관중이라고 해봤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학부모 뿐이었고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시상식에 오를 각 시·도 대표자가 고작이었다. 동계체전이라는 거창함과 거리가 있는 썰렁한 시상식 무대 위에는 7연패를 달성한 경기도 체육회를 대표로 수상자로 나선 한영구 사무처장과 강원도와 서울 대표가 2, 3위 자리를 채웠다. 시상식을 바라보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자신의 이름이 호명 되길 기다리던 최우수 선수상로 선정된 이채원(27. 하이원)은 긴장한 듯 보였다. 여자 스키 크로스컨트리 부문에서 클래식 5km, 프리 10km, 15km 계주, 그리고 클래식과 프리의 출전시간을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복합, 이렇게 4종목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에 이어 4관왕 2연패를 달성했다는 점과 동계체전 개인통산 38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이라는 꼬리표가 달렸고 기자단은 만장일치로 대회 MVP로 선정했다. “어제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감독님께서 휴대폰을 꼭 갖고 다니라고 하셨어요. 후보에 올랐으니까 연락 올지 모른다고요. 오전에 소식을 전해 듣고 감독님 코치님과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왔죠.” 서울로 달려 오는 차 안에서 이채원은 만감이 교차했다고 전했다. “전국체전 참가가 13년째 인데요. 그 동안 한번도 받지 못했던 상이여서 너무 기쁘네요. 그 동안 최우수 선수상을 받는 선수들이 많이 부러웠거든요. 모든 분들께 감사 드려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150cm 조금 넘는 키에 왜소한 체구의 이채원은 수상소감을 묻자 봇물 터지듯 말문이 열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유독 운동을 좋아하던 그녀는 강원도 대화중학교 시절 스키부의 부름을 받고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전 알파인 스키인줄 알고 들어갔는데 하계 훈련 중에 크로스컨트리라는 걸 알게 되어요(웃음).” 스키라는 종목의 대명사 격인 알파인 스키의 현란한 기술과 위험을 걱정하며‘내가 해 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컸는데 크로스컨트리는 지구력을 요구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고 했다. “저의 장점이라면 지구력과 깡다구 그런 것 정도예요. 단점이요? 신체 쪽에 있죠. 키 작고, 말랐고, 남들 한 발자국 뗄 때 전 두 발자국 움직여야하죠.” 크로스컨트리는 스키장비를 갖추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기다. 주법에는 정해진 길을 마치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듯 앞뒤로 밀면서 이동하는 클래식 주법과 양 다리를 좌우로 지치면서 자유자재로 밀면서 전진하는 프리기법으로 나뉜다. 이채원은 두 종류 가운데 프리기법에 더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크로스컨트리는 경기 특성상 기록은 순위를 정하는데 필요할 뿐이죠. 코스별로 차이가 있으니까요. 하면 할수록 테크닉이 조금씩 발전한다는 걸 느껴요. 힘들 때요? 많죠! 경기 도중 자포자기 하는 경우도 있죠. 그냥 완주하자는 심정으로 앞을 향해 전진 합니다.” 중 3 이후부터 매년 참가하는 동계체전의 출전선수로서 바람을 물었더니 역시 지원과 관심을 손꼽았다. “유럽 쪽과 비교하면 실력 차가 많이 나죠. 가까운 일본과도 차이가 있어요. 비인기 종목인 만큼 지원이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유럽의 톱 클래스와 겨뤄 볼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기후 때문에 비 시즌 기간이 긴 탓에 눈밭 위의 훈련이 불가능 한 시기엔 스키와 비슷한 롤러스키를 타고 도로를 누비며 체력 단련을 위해 등산과 러닝 헬스 등으로 시즌을 맞이 한다. 1997년 이후 11년째 국가대표로도 활약 중이기도 한 이채원은 한창 시즌 중에는 강원도를 좀처럼 벗어날 기회가 없다. 그렇게 따지면 이날의 수상 통보는 오랜만의‘당당한 외출’인 셈이었다.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녀는 어떤 폐회식을 상상했을까? 전국체전 13년째 출전 도장을 찍으며 욕심냈던 상을 받게 된 만큼 뿌듯함 과 성취감이 컸겠지만 최고로 인정 받는 상이어서 큰 박수와 환호도 내심 기대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초라했다. 그나마 행사장이 떠나 갈 듯 울려 퍼지는‘제 89회 동계체전 최우수 선수 크로스 컨트리의 이채원’이라는 잡음 섞인 스피커의 소음만이 공허하게 뒤덮었을 뿐이다. 동고동락하며 함께 경쟁을 펼친 선후배 동료도 단 한 명 없었고 덤덤한 표정의 아이스하키 선수의 부모들 몇 명만 지켜 볼 뿐이었다. 다행히 아이스하키 결승전을 치른 선수 70여 명이 자리를 채워준 것이 주최측이 보여준 최소한의 배려였다. 서울 부산 강원도 등 총 5개 동계 종목이 제각기 분산해 열릴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동계스포츠의 열악한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제발 폐막식 만큼은 참가 선수와 임원진 그리고 가족까지도 지켜볼 수 있는 북적거리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짧은 시상식을 마친 이채원은 곧바로 소속 팀 숙소인 강원도 용평으로 돌아 갔다. 저녁 늦게 잘 도착 했다는 그녀의 밝은 목소리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피곤함을 뒤로 한 채 한걸음에 달려온 그녀에게 왠지 필자는 미안해졌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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