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돌팔이다!-해태 주치의 회고록](25)해태가 9번 우승한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8.02.26 11: 45

(25)해태가 한국시리즈 9번 우승한 이유 해태가 한국시리즈를 아홉 번이나 제패한 저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아무리 요리조리 뒤집어 봐도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분명 이유는 있다. 국보급 투수였던 선동렬이 있었고 김봉연, 김성한, 김종모, 김준환, 한대화, 홍현우 등 걸출한 타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김일권, 이순철, 이종범으로 이어지는 재치있는 야수, 이상윤, 김용남, 강만식,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과 같은 특급투수, 유승안, 김무종, 장채근 등 믿음직한 포수들도 우승을 거들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명가 해태’를 일궈낸 유일한 발판은 아니다. 다른 팀에도 이들과 견줄만한 선수들이 많았다. 사견이지만, 해태 우승의 원동력은 ‘우리는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였다고 본다. 제 아무리 특출한 선수들이 많다 해도 단결력이 없으면, 담벼락 한 치 못 쌓는 모래알일 수밖에 없다. 십 수 년 간 해태에 몸담아 지켜봤지만, 힘든 상황에 닥치면 해태는 놀라우리만치 자신감과 단결력을 보여주곤 했다. 장단점이 없진 않았지만, 프로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선후배 관계가 군대처럼 명확한 것도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프로세계에서 연봉은 대개 팀 내에서 종적인 서열로 이어진다. 그러나 해태에서만은 예외였다. 도무지 개인주의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 그런 팀이었다. 여기에 김응룡 감독의 독특한 캐릭터가 빚어낸 ‘선수단 경영 노하우’를 빼놓을 수 없다. 때로는 채찍과 당근으로, 때로는 아버지 못지않은 애정을 보여주면서 개성이 넘치는 선수 개개인을 단체라는 테두리 내에서 다듬어낸 역량이 선수단의 분위기와 어울려 상상하기 힘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낸 것이다. 구단이 없었으면 해태의 V-9도 없었을 일, 너무도 지당한 말씀이다. 어려운 살림 탓에 ‘짠돌이 구단’이니 ‘구멍가게 식 운영’이니 숱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구단은 어떤 상황에서든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 이라는 철칙을 유지했다. 선수단에 관한 한 김응룡 감독에게 전권을 부여했고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헌신적인 뒷받침이 있었기에 우승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해태의 영광은 팬들에게 돌리고 싶다. 광주는 물론이려니와 서울, 대구, 부산, 대전 전국 어느 경기장을 가더라도 열광적으로 해태를 응원해준 팬들이야말로 진정한 V-9의 주인이 아닐까 한다. 임채준(전 해태 타이거즈 주치의. 현 서남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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