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돌팔이다!-해태 주치의 회고록](29)해태 선수들의 로맨스
OSEN 기자
발행 2008.03.04 16: 59

(29)해태 선수들의 로맨스 내가 해태 구단 주치의 노릇을 하는 동안 선수들과 내가 아는 사람들 간의 결혼을 많이 보았다. 이순철의 경우, 부인인 이미경을 만나 결혼하였는데 연세대에 야구선수로 스카웃 된 다음 처음으로 그 해 입학한 여러 선수들과 만나는 장소에서 승마선수였던 이미경을 만났다고 들었다. 이미경은 부산이 고향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내가 잘 아는 집안사람들에게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여곡절이 있긴했지만 이순철의 지극한 구애로 결국 결혼에 성공했다. 본인들은 동의할지 모르겠으나 어떻게 보면 김대현의 죽음이 이 둘을 결정적으로 결혼하게 만든 이유였으리라 생각한다. 사고가 난 날은 1988년 8월 27일, 경기가 없는 휴식일이었다. 그날 김대현이 운전대를 잡고 경부고속도로 천안삼거리 휴게소에서 교통사고를 냈을 당시 운전석 옆에는 이순철이 자고 있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김대현이 “형님, 잠좀 주무셔야 되지 않겠습니까.”하고 의자를 뒤로 젖히고 이순철에게 잠을 자게 한 것이 결정적으로 이순철이 사고를 모면한 이유였다. 사고 현장에 내가 달려갔을 때 이순철은 거의 넋을 잃은 상태였고 그 옆에는 서울에서 연락받은 이미경이 내려와 있었다. 그 때 커플은 알고 지내기는 했지만 결혼까지 생각하기에는 약간 서먹한 그런 사이였는데 그 사건이 둘을 묶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천안에서 둘을 내 차에 태워 데리고 광주로 내려왔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정신적인 안정을 위하여 나의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둘이를 쳐다보면서 “너희들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가보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돌아 나왔는데 결국 결혼하여 잘 살게 되었다. 조충렬 전 삼성 코치가 해태 선수 시절에 턱뼈가 부러져 우리 병원에 입원치료를 하였는데 그 때 조그마한 여학생이 팬이라면서 꽃다발을 들고 병원을 자주 찾더니만 결혼식에 가 보니 바로 그 여학생이 신부가 되어 옆에 있었다. 이를 보니 ‘팬과의 관계가 연인과의 관계로, 또 결혼까지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실 선동렬 부부는 지금도 내가 부인의 집안을 잘 알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그러나 선동렬과 결혼 말이 오가고 있을 때 내가 잘 아는 서울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때 당시 선동렬의 처가가 될 집에서는 야구를 잘 모르고 “선동렬이 어떤 선수냐?”라고 내게 물어 와서 내가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 맞느냐?”라고 대꾸한 적도 있다. 사실 이렇게 야구를 잘 모르는 부부가 더 행복한 수도 있겠다.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 그렇게까지 선동렬을 모른다는데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선동렬 집안도 알 뿐 아니라 그 부인 집안도 지인을 통해 잘 알고 있었지만 주치의를 하고 있는 내 처지에서 뿐만 아니라 광주에 사는 어느 누구라도 선동렬을 정말 훌륭한 신랑감으로 추천하지 않았겠는가. 정작 본인들은 지금도 그 사실을 모를 것이다. 임채준(전 해태 타이거즈 주치의. 현 서남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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