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스포츠 세상]정상호-황재균, “대타보다 주전 수비수가 좋아요”
OSEN 기자
발행 2008.04.16 15: 06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그러나 꼭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기본기에 충실한 수비력과 마운드의 호투, 그리고 센스 있는 발기술까지 어우러져야 이기는 게임을 만들고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결승 끝내기 홈런보다 더 어려운 주전 꿰차기
프로 7년차 정상호(26). 2001년4억 5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화려하게 입단했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03년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박경완 포수의 백업 요원으로 잠깐씩 출전하던 그에게 2008년 개막전에 첫 출장의 기회가 왔다.
개막전이 열린 지난 3월 29일 LG와 4-4 동점. 무승부 폐지로 인해 언제 끝날지 모를 승부의 긴장감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11회 말 김성근 감독은 엔트리 속에서 한방이 가능한 선수를 골랐고 대타로 나선 정상호는 결승 끝내기 홈런을 날렸다. 그리고 그는 개막전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다.
“그냥 변화구 하나 노리고 들어갔는데 (우)규민이가 변화구를 던져줘서 운 좋게 넘어 갔어요. 여태까지 입단 이후 별다른 활약이 없었는데 이제 겨우 저를 팬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있게 된 셈이죠.”
주변에서 생전 연락 없던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와 전화가 빗발쳐서 당황했다는 정상호의 한방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목동구장에서 우리 히어로즈와의 1차전이 열린 4월 11일, 연장 13회에서 또 다시 결승 끝내기 투런 홈런을 날리며 연승을 이었다.
“투아웃 3루에 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불러들이겠다는 생각으로 쳤는데 넘어 갔어요. 너무 앞서가지 않고 여유를 갖고 타석에 임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아요.”
팀의 해결사로 등장한 정상호는 정작 자신의 한방의 위력을 자랑하기보다는 올 시즌 목표가 수비수로 출전을 많이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대타로 나와 활약을 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솔직히 포수로 인정받는 게 우선이죠. 아직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게 많지만 열심히 연습하고 공부해 수비력을 갖추고 지명타자가 아닌 수비수로 출장해야죠.”
상무 제대 이후 다시 프로로 복귀하면서 ‘결코 흐지부지 사라지는 선수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는 정상호는 일단 자신의 소원대로 이름 석자를 팬들에게 알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주전 포수가 목표라는 그에게 붙박이 안방마님 박경완(36)이라는 산은 결코 넘기 힘든 장벽이다. 어쩌면 이름을 각인 시키는 데 일조한 결승 끝내기 홈런보다 더 힘든 게 포수 마스크를 쓰는 일인 듯하다.
명품 유격수를 꿈꾸는 히어로즈의 황재균
우리 히어로즈의 초반 상승세는 기존의 노장 선수들의 활약보다는 프로 2~3년차로 이뤄진 젊은 선수들의 투지가 중심을 이룬다. 그 가운데 작년 후반기부터 2루와 3루 사이를 책임지고 있는 황재균(21)은 어느덧 붙박이 유격수로 성장했다.
황재균은 “팀 전체적으로 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덩달아 저도 잘 되고 있어요. 문제는 수비인데”라며 15일까지 2개의 실책을 범한데 대해 스스로의 플레이에 아직 불만이 많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이내 “팀 내 정성훈 선배는 3개”라며 그것보다는 적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삼성의 박진만 역시 자신과 똑같이 2개라며 정확하게 실책수를 밝혔다.
“경기 끝나면 매일 KBO 기록을 찾죠. 각 팀의 유격수 말고도 내야수들의 실책수와 성적을 비교해요. 그러지 않으면 잠이 안와요. 타격은 내야수로서 2할7, 8푼대면 괜찮다고 보거든요. 문제는 수비에서 최대한 실수를 줄이고 하지 않는 게 중요하죠.”
경기를 마치고 선수들이 자신의 기록정도는 확인해 보지만 황재균처럼 선수의 성적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체크하고 분석한다는 사실에 필자는 솔직히 놀랐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진지함을 보이며 열변을 토하는 황재균의 모습에서 왜 그가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는지를 깨닫게 했다.
“타격이야 잘 될 때도 있고 슬럼프도 있고 하지만 수비라는 건 한마디로 실력이거든요. 언젠가는 박진만 선배를 뛰어 넘는 한국 최고의 유격수가 될 겁니다.”
한경기에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을 치고 2, 3개의 안타와 타점을 기록해 추가점을 내는 일도 야구에서 분명 중요하지만 정작 기본은 수비라고 한목소리를 내는 선수들을 만나고 보니 눈에 띄지 않고 스쳐지나가는 평범한 수비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어느 스포츠건 마찬가지다. 수비가 되어야 공격이 이뤄진다는 단순한 논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기본기에 충실 하라. 그리고 수비력을 키우라.’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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