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안의 현장 속으로]김광수 코치의 기싸움이 부른 팀 상승효과
OSEN 기자
발행 2008.05.19 10: 33

가 여러분들의 곁으로 찾아갑니다. 유승안 씨(52)는 한화 이글스 감독을 지낸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대표적인 포수 출신입니다. 경동고를 나와 한일은행을 거쳐 MBC 청룡, 해태 타이거즈, 빙그레 이글스 주전 포수로 한 세대를 풍미했던 그는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 겸 경기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유 위원은 앞으로 현장 속에서 일어난 그라운드 안의 사건을 중심으로 특유의 입담과 독특한 시각으로 야구팬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OSEN 편집자] 두산 베어스 김광수(49) 코치는 대단하다. 지난 4월19일 SK 와이번스와 두산의 잠실경기에서 김광수 코치는 SK 김성근(66) 감독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상대팀의 감독과 코치의 충돌은 프로에서 금기로 여기고 있어서 결코 보기 흔한 장면이 아니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감독과 같은 예우로 존중을 해주는 것이 프로야구의 관습이다. 그날 단신인 김광수 코치는 2루에서 어필을 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김성근 감독과 3루 코처스 박스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김성근 감독이 먼저“어이 김 코치, 주자의 발이 너무 높은 거 아니야?” 김광수 코치는 그에 대해 전혀 물러나지 않으면서 “그 정도면 야수가 피해서 던지는 것이 정석 아닙니까.”라며 당차게 대꾸했다. 올 시즌 초 양팀의 분위기는 프로야구 신 라이벌로 일컬으면서 감정이 별로 안 좋았다. 특히 두산은 사새가 벌어질 즈음 중위권(6위)으로 떨어져 김경문 감독이 수세에 몰렸던 시기였고 김성근 감독은 승승장구, 1위 독주 태세로 다른 팀이 SK를 두려워할 무렵이었다. ‘야신’이라는 별칭을 듣는 2007년도 우승팀인 SK 김성근 감독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은 김광수 코치의 당돌함(?)에 야신은 순간 당황하였을 것이다. 사건의 내용은 다들 아시겠지만 두산의 김재호가 더블플레이 방지를 위해 SK 유격수 나지환의 송구를 방해할 목적으로 슬라이딩을 깊게 들어가면서 무릎 근처를 스파이크로 가격 한 것이다(더블플레이 방지를 성공시킨 주자는 덕아웃으로 들어오면 선수단 전체의 환영을 받지만 더블플레이를 당하게 되면 곱지 않은 눈총을 받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이 사건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진 나주환은 그 뒤 몇 게임 결장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령 사령탑인 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와서 몸소 슬라이딩 장면을 연출하면서 강렬하게 항의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노감독이 그라운드에 드러누운 것은 판정 번복을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제 팀 선수들을 독려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심판의 판단이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야구라는 경기의 특수성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행해지고 있는데, 그 날 김성근 감독은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았다. 반면 두산은 김광수 코치의 영웅적인 행동에서 사기가 진작 되었다. 그 후 두산은 승승장구하였고 ‘마의 9연전’을 7승 2패라는 호성적으로 통과,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야구 경기를 보면서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이다. 그 때 만약 김광수 코치가 대선배인 김성근 감독의 한마디에 “예, 죄송합니다. 선수에게 주의를 주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 머리를 조아렸다면 두산이 지금 상위권에 있을 수 있겠는가는 자신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반면에 지금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모 팀은 1위 팀인 SK에 호기 있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언론에 의해서 부풀려지고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꼬리를 내리는 듯한 간접 사과 발언으로 ‘팀의 분위가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프로야구는 기 싸움이다. 서로의 실력 차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조건이면 기가 살아 있는, 눈빛이 빛나는 선수가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연패를 밥 먹듯 하는 팀들은 선수단 전체의 기가 빠져 있다. 조잡하고 경망스러운 어필이나 상대팀 흠집 내기 항의는 프로야구에서 없어져야 하겠지만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선수들이 잘 던지고 잘 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가 움직이지 않거나 부상선수가 많아서 팀이 연패에 빠져있다면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여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 넣어주면 좋은 성적을 올리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위와 8위의 차이는 3연전에서 2승1패와 1승2패에 있다. 엄연한 차이가 아닌가? 1승 차이가 팀의 기량이다.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동기부여를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필자는 김성근 감독과 김광수 코치와 각별한 관계를 갖고 있다. 실명 거론으로 누를 끼쳤다면 죄송하다.(나는 지금 감독이 아니기에 사과를 해도 무방하다) 2008년 5월 19일, KBO 기술위원 유승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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