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송진우의 탈삼진 수정, 역사 바로잡기의 시작
OSEN 기자
발행 2008.05.27 09: 27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개인통산 ‘탈삼진 2000개’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는 한화 송진우(42)가 최근 겪은 탈삼진 숫자 정정 해프닝은 그 이면에 표면적인 ‘숫자 바로잡기’라는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가 깔려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24일까지만 해도 카운트다운 ‘-5’에 들어가 있던 송진우의 탈삼진 숫자가 25일 대전 홈경기 삼성전 선발 등판을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6’으로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KBO가 송진우의 통산 탈삼진 기록과 관련한 여러 가지 자료를 정리,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던 중, 1990년의 탈삼진 숫자(102)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103)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 확인작업 후 곧바로 정정 보도자료를 냈기 때문이었다. 송진우가 데뷔했던 1989년과 1990년의 기록은 아직 전산화 확인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일일이 손으로 기록지를 뒤져 그가 등판했던 매 경기의 삼진숫자를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묻혀있던 과거의 오류가 발견되었던 것이다. 1990년 9월 13일, 구원으로 마운드에 올랐던 대구 삼성전에서 송진우가 기록한 것으로 되어있는 탈삼진 6개중 한 개가 당시 선발투수였던 한용덕의 것이라는 사실이 그 오류의 내용이다. 당시 공식기록원이 기록지 통계를 내면서 삼진 하나를 송진우의 것으로 잘못 읽어 반영한 결과로, 물론 기록원의 오기(誤記)야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지만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인 여건과 배경만큼은 이 시점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의 기록과 통계작업은 경기기록의 통계를 기록원이 전화를 통해 구두로 불러주면, 사무국 통계원은 이를 듣고 손으로 옮겨 적는 형식이었다. 지금은 팩시밀리마저도 구시대적 유물처럼 변해가고 있지만 그 때는 팩시밀리마저도 없던 시대였다. 몇 년 후, 팩시밀리가 나타나 전송과정에서의 전달오류는 막을 수 있게 되었지만, 기록지를 보고 숫자를 통계화시키는 전환과정은 역시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했다. 어느 과정이나 통계가 100% 정확한 것인지를 검산하는 작업을 당연히 병행했겠지만, 송진우의 경우처럼 기록지 내용을 잘못 읽어 생기는 통계의 오류는 잡아내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 후 1990년대 중반에 들어 수기(手記)로만 해오던 공식기록 입력작업을 전산으로도 함께 처리하는 과정으로 바뀌면서 현장에서의 검산기능이 보다 강화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기록지 내용이 전산입력 내용과 불일치 되는 부분도 샅샅이 찾아낼 수 있게 됨으로써, 지금은 기록지를 잘못 해석하거나 통계를 틀리는 따위는 곧바로 현장에서 집어낼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른 상태다. 한편 한걸음 더 욕심을 부려 KBO 기록위원회는 과거 경기의 보다 정확한 데이터 관리를 위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프로 원년(1982)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경기기록지를 전산화로 바꾸는 방대한 작업에 착수(2004년)를 했고, 3년여의 기나긴 기간 동안 공식기록원 전부가 달려들어 1만 5000장이라는 엄청난 분량의 경기기록지를 전산화로 바꾸는 작업을 완료한 바 있다. 하지만 경기기록지를 전산화 시켰다는 것만으로는 일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다. 전산입력 후, 통계를 총괄하고 있는 의 최종 검증작업이 기다리고 있음이다. 현재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야구라는 종목 특성상 기록들이 워낙 복잡 다양한 것이어서 그 검증속도가 생각만큼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직은 1990년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과거 기록의 전산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이 모두 완료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정확하고 보다 다양한 기록들을 뽑아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옛날 기록원이 오기를 했다면, 역으로 과거기록 전산입력 과정에서 제대로 된 기록지를 오역해 입력을 틀리게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일일이 오역을 찾아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소요되는 기간 역시 만만치 않다. 또한 그 과정에서 당시로서는 찾아내기 힘들었던 기록지의 오류라던가, 통계작업의 실수가 여러 건 발견되리라 생각된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정확을 아무리 기한다고 하더라도 틈새는 생기기 마련이다. 이유야 어떻든 그것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송진우의 탈삼진처럼 잘못을 시인하고 이를 정정해야 하는 일이 언젠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잘못된 기록이 바로 잡힌다면 이는 다행스런 일이다 시대는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육안으로 보기엔 오심이 아닌 것 같은 장면도 첨단화된 방송카메라와 방송기술의 발달로 결과적으로 오심으로 확인되고 마는 것이 현시대다. 공식기록원이라고 무사할 수는 없다. 과거에는 찾아내기 힘들었던 부분이 전산 프로그램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아주 오래 전의 잘못까지도 족집게처럼 집어낼 수 있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크고 작은 아픔이야 따르겠지만 올바른 역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송진우의 탈삼진 수정은, 어쩌면 혹여 있을지도 모를 과거 기록의 오류에 대한 역사 바로잡기의 시작일 수 있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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