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가자! 베이징으로]남자배구, 올림픽 티켓을 따낼 수 있을까
OSEN 기자
발행 2008.05.31 12: 35

얼마 전 여자 배구가 2008 베이징 올림픽 세계예선에서 2승 후 내리 5연패를 하면서 4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주요 선수가 부상으로 빠져 전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까닭도 있었겠지만 전반적으로 우리 여자배구의 하락세를 상징하는 일이기도 했다. 지난 5월 29일 오전 7시 인천공항. 이용객이 적은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남자 배구 대표 12명의 선수들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다홍색 반팔 티셔츠로 통일한 상의와 가벼운 청바지 차림으로 출국을 기다리고 있던 선수들은 모두가 살이 좀 빠진 듯 했다. 주장을 맡은 최태웅(32. 삼성화재)은 새벽잠을 설치고 부지런을 떤 필자에게 “어떻게 이렇게 이른 시간에 나올 생각을 했느냐”며 의아해 했다.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죠. 한 달 좀 넘게 손발을 맞췄고 또 우리 나름대로 갖고 있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밝은 얼굴 표정이 보기 좋았지만 필자는 ‘쉽지 않을 텐데 어쩌나’라는 혼잣말이 툭 튀어왔다. 이번 최종 예선은 8개국이 참가해 풀리그로 진행되는데 전체 1위와 아시아권 팀 1위가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첫 상대해야 할 세계 랭킹 6위의 아르헨티나에 패하게 된다면 두 번째 상대인 이탈리아(10위)라도 잡아야 한다. 상대전적 1승 23패의 기록이 보여 주듯 쉽지 않은 이탈리아지만 본선 행을 위해서는 역대 전적의 벽도 넘어서야만 한다. 아르헨티나(6위), 이탈리아(10위), 호주(11위), 일본(12위), 이란(26위), 태국(28위), 알제리(60위) 그 어느 나라도 만만한 팀은 없다. 일본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일본을 꺾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고 최근 실력이 급상승 중인 태국마저도 조심해야 한다는 평가다. 전체 1위는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가 경쟁할 것으로 보여 나머지 한 장인 아시아 팀 간 경쟁에서 1위를 차지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7경기 중에 6승을 거둬야 복잡하지 않게 자력으로 티켓을 손에 쥘 수 있다. 한마디로 쉽지 않다. 출국 절차를 마친 후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는 선수들의 어깨를 바라보며 꽤 묵직한 돌덩이를 얹어 놓은 듯 무거운 느낌을 받았다. “우리의 목표는 올림픽 본선 진출입니다. 2004년엔 출전하지 못했는데 8년 만에 다시 도전입니다. 여자는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쉽죠. 그래서 저희가 더 부담감이 크네요.” 연습 중 허벅지 부상을 입어 단체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이경수(29. LIG)는 “중요한 경기라 오히려 잘해 보겠다는 생각이 앞서 부상을 입었다”며 “조금씩 호전이 되고 있는 과정이어서 경기를 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수가 경험을 갖춘 레프트 주 공격수로 해결사 노릇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면 유일한 대학생 대표인 문성민(22. 경기대)은 패기와 젊음으로 팀 내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선배들이 막내라고 잘해 주시죠. 힘든 때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어요.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한동안 배구 열기가 뜨거웠는데 점점 하향세인 것 같아요. 이번에 본선 티켓을 꼭 따내고 돌아와서 한국 배구의 인기를 회복 시켜야죠.” 문성민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감격을 다시 느껴 보고 싶다고 했다. 리베로 여오현(30. 삼성화재)은 어두운 얼굴빛으로 “중요한 게임을 앞두고 있는 만큼 긴장감이 크다. 잘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며 말을 아꼈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깊이 와 닿았다. 여자에 이어 남자마저 올림픽과 상관없는 종목으로 전락한다면 올 겨울 시작되는 2008-2009 V-리그가 입을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저희 배구계를 위해 또 우리 국가를 위해 반드시 올림픽 티켓을 손에 쥐고 돌아오겠습니다. 꼭!" 한국 배구의 위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선수들 자신이다. 그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만반의 준비는 끝내고 떠났지만 솔직히 상대가 너무 세다. 그 게 문제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