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산 베어스 김현수(20)의 팬이다. 내가 김현수를 처음 만난 건 2008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상비군을 만들면서(2007년 10월) 잠시 동안 상비군 감독을 맡았을 때였다. 물론 운동장에서 매일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대선수가 될 것이란 직감 때문에 상비군에 발탁하였지만…. 가장 나이어린 선수였던 김현수는 기골이 장대하고 튼튼한 하체를 소유하였으며 특히 배팅 기술 중 미트포인트(볼을 맞추는)가 국내 선수들 중에 가장 몸에 가까운 선수이다. 이런 선수의 장점은 볼을 끝까지 볼 수 있고 정확하게 맞출 수 있으며 타율은 높고 삼진의 숫자는 적은 이상적인 타격 자세인 것이다. 어린 나이지만 볼을 노려서 칠 줄 알고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지만 당겨서 홈런을 양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최대한 몸에 붙여서 타구를 강하게 좌측으로 밀어치는 타법을 알고 있었으며 가끔 노려서 당겨 치는 타구의 비거리는 다른 선수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야구계의 대선배이신 박영길 감독님의 현역시절을 연상케 하는 선수이다. 상비군은 45일가량 국내와 일본에서 캠프를 차려 올림픽 대표팀과 경기를(평가전) 하였는데 상비군이 승리 할 경우에는 그 주역에 항상 김현수의 이름이 끼어 있었으며 그가 대단한 것은 끝내기 안타나 홈런으로 상비군 승리를 결정지었다는 사실이다. 김현수는 서울 신일고 출신이다. 고교를 졸업하면서 프로신청서를 접수 시켰고 본인은 프로를 간절히 원했지만 두산은 물론이고 프로팀 어느 한 곳에서도 지명을 받지 못했다. 고교 때 김현수가 야구를 못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고교 타자들 중에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을 정도로 타격에 뛰어난 존재였음에도 프로에 지명을 받지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다리가 느리다는 단 한 가지 이유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프로에 가고 싶다는 김 현수를 두산 베어스 김현홍 스카우트 팀장이 연습생으로 입단 시켰다. 국내의 대표적 연습생 출신이며 야구계 신화적인 존재인 장종훈이 빙그레 이글스에 연습생으로 들어와 엄청난 활약과 대단한 기록을 남겼 듯이 김현수도 그에 못지않는 큰 재목임을 어느 누구의 눈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김현수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성실함과 좋은 신체적인 조건, 그리고 슈퍼스타는 타자에서 나온다는 지론 때문이다. 우리는 이승엽(32. 요미우리 자이언츠)을 일본으로 보내고 그 이후에 진정한 슈퍼스타를 찾아내지 못했다. 제 2의 이승엽에 근접하게 재능을 보이고 있는 여러 명의 선수들 중에 김현수를 꼽는 이유는 그의 성실함과 타고난 체격조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30년 가까이 프로리그를 운영해 왔다. 그 중에 선동렬, 최동원 등 투수들과 김봉연, 장종훈, 이승엽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했지만 한국야구의 진정한 슈퍼스타는 이승엽이었다는데 나는 주저함이 없다. 프로 선수의 스타성은 일단 매일 경기에 나와야 한다. 투수들의 경우에 등판 간격이 있기 때문에 매일 야구를 즐겨야 하는 열성적이고 열정적인 팬들의 욕구에 타자들 보다는 불리 한 점이 많이 있다. 특히 매일 경기에 나오는 타자들 중에 홈런을 양산하는 선수가 앞으로 슈퍼스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많다. 우리가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가 베이브 루스나 행크 아론이듯…. 한번 기억된 슈퍼스타들은 좀처럼 잊혀지질 않는다. 기억나는가. 이승엽이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향하여 엄청난 질주를 할 적에 우리의 팬들은 야구장에 입장함과 동시에 가장 좋은 자리(? )를 차지하려고 외야로 뛰어가고 상대팀의 팬들 조차도 “이승엽! 홈런!”을 외치며 홈런 신기록을 갈망하지 않았는가. 이승엽에게 홈런을 칠 기회를 주지 않은 당시 롯데의 김용철 감독 (감독대행)에게 쏟아진 비난은 요즘 문제가(비신사적인 행위로) 되었던 윤길현을 비난하는 것 이상이었고 그 해 김용철 감독은 결국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야구장에 잠자리채 물결이 장관을 이루었고 그 때의 감동은 쉽게 잊혀지질 않는다. 어느 나라 야구장에 홈런 공을 잡으려고 잠자리채까지 등장하는가? 어느 나라 야구장에 팀 승리를 위하여 홈런타자를 걸렸다고 감독이 재계약을 하지못하는가? 그 만큼 슈퍼스타를 열망하는 팬들의 욕망은 대단하다. 우리는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충족시킬 대안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 지, 심도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야구는 500만 관중이라는 새로운 터닝 포인트에 와 있다. 많은 관중이 몰려오고 관심을 가져 줄때 우리는 이들의 발걸음을 야구장으로 모셔오기 위해서는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김현수가 팬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야구인 내 눈에는 그의 성장속도나 자질은 슈퍼스타 이승엽의 대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가능성이 보인다. 롯데의 이대호나 강민호처럼 지역적인 특성이 가미 된다면 더욱 빠른 슈퍼스타의 탄생을 볼 수 있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자신과 타협하지 말고 오직 야구에만 정진 한다면 그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현수가 ‘제 2의 이승엽’이 될 수 있느냐는 순전히 그의 노력에 달려있다. 그의 노력만큼 주변의 야구인들이나 팬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지도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면. 슈퍼스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하루라도 빨리 올 것이다. 유승안 KBO 경기운영위원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