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대한사이클연맹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남녀 사이클 국가대표를 선발했다. 남자는 도로 부문에서 박성백(23. 서울시청) 한 명이고, 여자는 트랙 부문 이민혜(23. 서울시청), 개인도로 부문에서 구성은(24. 서울시청)과 손희정(21. 상주시청)이 나선다. 박성백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사이클 메디슨 50km에서 금메달, 4000m 단체 추발 경주에서 금메달, 그리고 개인도로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작년 투르 드 코리아 국제도로경주대회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한국 사이클계에서 트랙에 장선재라면 도로는 박성백을 손꼽는다. 여자 트랙부문의 이민혜 역시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3km 개인추발 금메달, 25km 포인트 레이스 은메달, 개인도로 독주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이번 올림픽 최종 정예 멤버로 발탁 된 구성은과 손희정도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투르 드 코리아-저팬 2008’대회 마지막 날이던 지난 7월 4일 크리테리움(공원 주변을 순환하는 경기 방식) 경주가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내에서 단체 종합 3위를 확정 지은 서울시청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 혹시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나가는 여자 선수가 누구죠?” 필자의 질문에 손을 번쩍 들고“저요”하며 구성은이 얼굴을 내밀었다. 한국 여자사이클 사상 개인도로 첫 참가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나섰던 한송이 (당시 21. 천안시청)로 결승에서 51위를 거두고 돌아왔다. 그리고 구성은이 두 번째로 도전장을 내민다.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아요. 금메달 따서 오겠습니다.” 당찬 포부를 밝히는 그녀에게 정말 자신 있느냐고 재차 질문을 던지자 “정신력이 좌우 할 것”이라며 진지하게 답했다. 개인 도로경기는 기록경기가 아닌 게임경기로 순위로 성적을 매긴다. 여자는 남자보다 거리가 짧다. 그러나 120km 내외로 결코 녹녹치 않는 긴 거리다. 우리나라 선수들로선 익숙하지 않다. 세계 최고의 수준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국내 선수로서는 올림픽 출전에 만족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구성은은 아직 뚜껑은 열지 않았고 누구도 승부를 예측 할순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사이클에서는 금메달이 힘들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 생각을 깨고 싶어요. 목표를 높게 잡고 나가야 반이라도 이룰 거 같아서요.”(웃음) 일단 의욕적이고 씩씩함이 맘에 들었다. “솔직히 이런 게 남자 대회만 있다는 게 불만이에요. 여자 대회도 열리면 좋겠는데. 유럽에는 여자 대회도 많은데 아시아에선 거의 없어요.” 소속 팀 서울시청의 남자 선수들이 투르 드 코리아-저팬 대회에 나서는 게 부럽다는 그녀는 가끔씩 한국 사이클 선수이기에 서럽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유럽에선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종목이 사이클이거든요. 제가 정말 국가대표가 맞나 하는 의심도 생겨요. 태릉선수촌에서 지내는 것도 아니고 알아주는 사람도 거의 없고 아마 우리나라 사이클이 올림픽에 나간다는 거 모르는 사람 많을 걸요?” 구성은은 서러웠던 일이 이것만이 아니라고 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5km 포인트 레이스에서 동료인 이민혜의 도우미로 활약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 종목은 서로 포인트를 따겠다고 욕심내면 안 되거든요. 제가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죠. 결국 (이)민혜가 은메달을 땄어요. 경기가 끝난 후 남몰래 많이 울었어요. 저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하는 마음으로 억울한 생각도 들었죠. 이번에 출전하는 개인도로는 혼자 하는 거니까 그런 일로 울 일은 없어 좋네요.” 2년 전을 떠올리며 잠시 감정이 격해지는 듯 했지만 이내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7일부터 시작되는 대표 팀 합숙훈련이 기대되고 흥분 된다는 구성은은 마지막 인사말을 요구하는 필자에게 강한 한방을 날렸다. “베이징에서 한국 사이클 역사에 큰 획을 긋고 올테니 지켜봐주세요.” 만약 자신감만큼 결과가 나오는 종목이 있다면 분명 그녀는 금메달감이다. 필자는 꼭 그 약속을 지키라고 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사이클 사상 최초 금메달 주인공이 된 그녀를 상상해 본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