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전국 사이클대회가 엿새간의 열전을 끝으로 지난 16일 막을 내렸다. 인천 국제사이클 경주장에서 사흘간 예선을 치른 뒤 광명 스피돔으로 옮겨 진행된 이번 대회는 첫 날부터 한국 신기록이 나오는 등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여자 일반부 스프린트 200m 예선에서 박은미(21. 상주시청)는 11초385로 5년 전 류진아가 세웠던 11초413의 기록을 0.028초 앞당겼다. 예선에 출전한 9명 가운데 5명이 대회 신기록을 냈다. 남자부도 마찬가지였다. 스프린트 200m 예선에 참가한 20명의 선수가운데 11명이 대회신기록을 작성했고 그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최래선(21. 전주시청)은 종전 자신이 2007년에 수립한 한국 신기록을 갱신했다. 필자는 대회 막바지에 접어든 15일 오후 각 부문의 결승전이 한창인 광명 스피돔을 찾았다. 경륜 결승전 다음에 이어지는 스프린트 경주를 위해 결승에 오른 선수들은 사이클 위에 올라 긴장되는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결과가 나오는 스프린트는 두 사람이 경쟁을 펼치는 경주로 트랙 두 바퀴를 돌면서 서로를 견제하며 질주하는 스릴 만점의 경기로 손꼽힌다. 초반부터 속력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상대를 의식하면서 천천히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 싸움이 치열하다. 어느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전력 질주가 시작 되면 긴장감은 극에 다다른다. 이미 예선에서 한국 신기록(10초 284)을 세운 최래선은 전영규(23. 국군체육부대)와의 결승에서 내리 2승을 거두며 가뿐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TV 중계 때문인지 일정을 빡빡하게 짜 놓은 거 같아요. 경륜 결승하고 곧바로 스프린트가 이어져서 쉴 시간이 없어 힘들었어요. 이번에 출전하기 전까지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예선에서 한국 신기록을 내면서 페이스를 찾았어요. (인천국제 밸로드롬이) 새로 지어서인지 전체적으로 기록이 좋게 나왔어요.” 워낙 많은 종목의 결승전이 5분 단위로 줄줄이 펼쳐지고 있던 상황이라 경륜도 1위를 했다는 것을 필자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스프린트는 경쟁심과 상대를 견제하는 게 매력이라고 할 수 있죠. 중장거리보다 훨씬 더 힘들어요. 순간적으로 힘을 쏟아 부어야 하거든요. 또 경륜은 오토바이를 탄 유도요원이 빠지는 2바퀴 정도 남은 시점에서 진짜 게임이 시작되는 거죠. 둘 다 재미있어요.” 최래선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스프린트 은메달과 단체 스프린트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3관왕 장선재를 포함해 5개의 금메달에 눌려 빛을 바랬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사이클 트랙 단거리 최강자로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는 아쉽게 출전 포인트를 따지 못해 트랙 부문에 참가 선수가 없어요. 그동안 우리의 강점이던 스피드가 이제는 세계무대에서는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는 거 같아요. 단거리라도 파워로 판가름이 나는 추세죠. 올림픽은 좀 버겁고 2010년 아시안게임에선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마지막 날 종합시상식에서 예상대로 한국 신기록을 수립한 최래선과 박은미가 나란히 남녀 일반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었다. “아직은 사이클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인지 관중이 없어요. 가끔 오시는 분들도 대개 선수 가족이나 친구 정도죠. 지켜보는 관중이 있다면 더 힘나고 할 맛이 날 것 같은데(머뭇거리다가) 뭐 조금씩 나아지겠죠.” 밝던 얼굴에 어느덧 쓸쓸한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일단 트랙 경기는‘트랙을 돌고 도는 것’이라는 것만 이해 될 뿐 솔직히 종목도 많고 규칙도 생소하다. 10개에 이르는 각 종목의 특징을 파악하는 일도 쉽지 않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여러 종목 중에 간단하면서도 단시간 내에 승부가 판가름 나는 스프린트가 대중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요소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 상대방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치고 나가야 할 시점을 스스로 판단하는 경기 외적인 심리전도 볼거리이며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내며 페달을 밟아 결승선을 통과하는 이들의 폭발적인 질주의 본능을 만끽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스프린트라는 경기가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나아가 인기몰이에 성공하여 한국 사이클의 저변이 넓어지는 기폭제 노릇을 해주고 더불어 최래선의 기록 행진도 멈추지 않길 바란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