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회장기 전국대학야구대회 하계리그 결승전에서 경성대가 고려대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전날 궂은 날씨로 하루 순연 되어 17일 오후 2시에 열렸던 결승전은 초반엔 투수전 양상으로 갔다. 경성대는 준결승에서 완투승을 거둔 3학년 이상백 투수가 예상대로 선발 출장했고 고려대는 졸업 예정자인 여건욱 투수를 기용했다.
3회말 경성대는 선두타자 9번 신영재의 우전안타를 시작으로 1학년생 1루수 한동민의 좌중월 2루타로 2점을 먼저 뽑으며 기선을 제압했고 곧바로 4회 초 고려대는 원아웃 만루의 찬스에서 한 점을 따라가며 팽팽한 시소게임을 펼치는 듯 했다.
그러나 5회말 경성대는 선두타자로 나온 김강석의 중전안타를 시작으로 타자 일순하며 휘몰아쳤다. 경성대는 그 회에만 5안타, 2볼넷을 얻어내며 4점을 더해 올해 첫 우승에 한걸음 다가갔다.
경성대의 선발 이상백은 매회 안타를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위기 대처 능력이 돋보였고 고려대 타선을 11피안타, 2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완투승을 올렸다.
경성대는 홈런 1개를 포함해 장단 16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10득점을 올리는 막강 타선을 과시했는데 그 중 신입생 한동민의 활약이 돋보였다.
경남고를 졸업한 한동민은 1회 2타점 적시타에 이어 8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우월 솔로 홈런을 쳐내며 팀 우승의 한 몫 거들었고 이번 대회 수훈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상대투수(윤명준. 1학년)의 실투였던 것 같아요. 확실한 쐐기 홈런을 쳐서 팀 승리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올해 우리 팀 전력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렇게 보란 듯이 우승을 차지 할 수 있어 기분 좋네요.”
대학 1학년으로서 3번 자리를 꿰차며 결승전까지 뛰는 걸 보면 실력을 인정받은 새내기라는 것을 이내 알 수 있었지만 인터뷰하는 모양새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동안 대회에 참가하면서 집이 너무 그리워요. 빨리 집에 가서 엄마가 해주시는 밥이 가장 먹고 싶네요.”
이번 대학야구 하계리그는 6월 26일부터 32개 대학팀이 6개조로 나뉘어 예선리그를 통해 결승전까지 22일간의 긴 일정이었다.
결승전에 오른 경성대 같은 경우는 거의 한달 이상을 서울 동대문운동장 근처의 여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주변 고등학교 운동장을 돌며 훈련을 쌓은 후 대회에 참가했다. 경성대는 고교야구팀 만큼 빡빡한 규율과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해 내는 대학팀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지방대의 경우 대부분 성적이 부진한 경우가 많아 그만큼 훈련의 강도가 더 세고 엄한 편이다.
이번 대회 최우수 선수상은 팀이 출전한 8경기에 모두 마운드에 나선 이상백이 선정 되었다. 이상백은 4강에서 만난 강호 단국대 타자들을 상대로 6피안타, 8탈삼진을 기록하며 이번 대회 두 번째 완봉승을 거뒀고 비로 인해 하루를 쉰 뒤 결승전에도 선발 출장해 아낌없이 능력을 발휘 했다.
“지난 춘계리그 때는 부상을 당해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요. 이번에 제 구실을 할 수 있어 기쁩니다. 내년에 4학년이 되거든요. 지금 만큼만 해서요 꼭 프로에 가고 싶어요. 어느 팀이던 상관없습니다. 뽑아 주기만 한다면.”
이상백은 이번 대회에서 4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07을 기록한 만큼 프로진출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내보였다.
2008년 프로 1차지명 선수로 유일하게 대학선수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게 된 김회성(4학년. 경성대)은 기대와 관심에 비해 팀 우승에 기여를 하지 못해 아쉽다며 소감을 밝혔다.
“팀 우승과 함께 개인적인 욕심도 컸죠. 그런데 지명을 받고 난 이후 더 잘 하려는 마음이 앞서서인지 뜻대로 안되네요.”
“능력보다 구단에서 잘 봐줘서 1차 지명을 받게 되었다”며 겸손을 보인 김회성은 190cm에 가까운 장신의 체격 조건을 갖추고 있는 3루수이다.
“아무래도 프로는 힘을 중요시 하다 보니까 큰 선수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내년에 프로에서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 더 많이 해야죠.”
기념사진 촬영 등 간단하게 자축의 시간을 갖던 경성대 선수단은 이내 가방과 방망이 글러브 등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오랜만에 가족 품으로 향하는 그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위로부터)한동민, 이상백, 김회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