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혼자 남은 정원석, 그 의미는
OSEN 기자
발행 2008.07.29 13: 28

지난 7월 22일, 대전에서 열렸던 한화와 두산의 경기에서 김경문 두산 감독은 상대팀의 타구가 파울에서 페어로 번복된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선수들을 덕아웃으로 불러들인 적이 있다. 그 때 감독의 지시대로 각자의 수비위치에서 쭈뼛쭈뼛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뚫고 김광수 3루 주루코치는 수비수 한 명만은 그대로 남아 있으라는 사인을 계속 내보내고 있었다. 그 결과 1루수 정원석만이 덩그렇게 그라운드에 남아있게 되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몰수게임(Forfeited game)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일제히 해석했다. 지난 6월 대구에서 SK의 김성근 감독도 선수단을 잠시 철수시킨 바 있었지만, 당시는 공수교대가 된 상태에서 선수들을 그라운드로 아예 내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굳이 해석하자면 완전철수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김경문 감독의 선수단 철수는 수비수 전원이 모두 그라운드를 떠난 것이 아니었던 만큼, 부분철수라고 볼 수 있으며 공식기록지 상에도 ‘1루수를 제외한 선수단 철수’라는 부가적 사실을 분명히 명기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몰수게임 선언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해석된 ‘수비수 1명을 제외한 선수단 철수’는 사실 규칙집 어디를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 말이다. 야구규칙에서 몰수게임에 관한 조항은 에 자세히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에 특정 팀이 경기 속행을 거부했을 경우, 몰수게임을 선언할 수 있다는 말은 분명히 들어 있다. 선수단 철수 자체가 경기 속행을 거부하는 것인 만큼 몰수게임 적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선수단을 부분철수했을 경우 몰수게임을 선언할 수 없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면 두산이 선수단을 철수시키면서 굳이 한 명을 남겨두려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튜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에도 이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은 없었다. 다만 오래 전부터 관례적으로 선수단을 철수시키는 조치를 취할 때, 전원을 불러들이면 경기를 완전히 거부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수비수 한 명을 그라운드에 남겨놓는 것이라는 정도의 답변이 전부였다. 이는 일리있는 해석이다. 항의를 하는 팀으로서는 경기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의지표명의 수단으로서 아주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주심만이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는 ‘몰수게임’이라는 중차대한 선언 근거에 대한 명확한 잣대를 흐리게 하는 수단으로서도 괜찮은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선수단 부분철수라 해도 몰수게임을 완전하게 막을 수는 없다. 규칙에도 근거가 없을 뿐더러 선수 한 명을 남겨놓았다고 해서 마냥 시간을 늘려가며 항의하게 놔둘 수도 없는 것이다. 현재 감독의 어필은 일정 제한된 시간안에 끝내도록 되어 있다. 만일 제한된 시간을 넘겨 어필이 계속될 경우 심판원은 경고 후, 해당 감독을 퇴장시킬 수 있다. 선수단 철수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경기속행을 거부할 경우엔 감독을 퇴장조치 한 뒤, 남은 코치진에서 한 명을 감독 대행으로 지명해 경기 속행을 명할 수 있다. 이후 감독 대행으로 지명된 코치 역시 경기 속행을 계속해서 거부한다면 일정시간(대개는 5분) 후에 주심은 몰수게임을 선언할 수 있다. 이때 선수단 일부가 경기장에 남아 있고 없음은 몰수게임 선언에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지금까지 국내프로야구에서 몰수게임은 모두 두 차례 있었다. 1982년 삼성과 MBC (대구)전, 1985년 MBC와 OB(잠실)전에서다. 몰수게임이라는 것은 일종의 파국과도 같다. 그 파장과 후유증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가능한 한, 규칙에는 존재하지만 몰수게임이라는 최악의 결과만은 모두가 피하고 싶어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902년을 마지막으로 몰수게임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2004년 템파베이 데블레이스가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뉴욕 양키스와의 예정된 더블헤더 1차전 경기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을 때,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정상참작을 이유로 양키스의 몰수게임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음은 몰수게임이라는 것이 어지간한 이유로는 선언하기도, 성립되기도 힘든 규칙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한편, 몰수게임의 기록처리는 정식경기 성립 전과 후가 다르다. 1982년 몰수게임의 경우(4회)처럼 정식경기가 되기 전에 발생한 경우라면 개인기록과 팀기록은 모두 무효가 되며, 경기 속행을 거부한 팀이 0-9로 패한 것으로 처리된다. 만일 정식경기 성립 후에 몰수게임이 일어났다면 이때는 두가지로 기록처리가 나뉜다. 1) 몰수게임승을 얻은 팀이 경기에서 지고 있었다면, 스코어는 9-0으로 처리되지만, 개인기록과 팀기록은 모두 인정된다. 다만 당일 경기의 승리투수와 패전투수 기록만큼은 해당자가 없다. 2) 몰수게임승을 얻은 팀이 경기에서도 이기고 있는 상태였다면, 스코어는 몰수게임 선언 당시 스코어 그대로 인정된다. 개인과 팀기록 모두 인정되고, 스코어가 있는 그대로 인정되는 만큼 당일 경기의 승리투수, 패전투수도 규칙에 따라 그대로 기록된다. 마지막으로 양 팀이 동점인 상황에서 몰수게임이 일어났다면(1985년의 경우), 기록처리는 위의 1)과 같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 .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