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는 어떤 팀인가, 그리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선…. 1980년 도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은 세이부 구장에서 쿠바와 예선전을 치렀다. 한국은 1회 초 공격에서 1번타자로 나선 이해창이 홈런을 치면서 기세를 올렸다. 그러자 한국벤치에선 그동안 주눅 들었던 쿠바를 상대로 1번 타자가 홈런을 치니 별의별 소리가 다 나왔다. “쿠바를 이길 수 있다.”, “아니 쿠바를 콜드게임으로 끝내버리자.” 그 날, 한국이 얻은 점수는 그 한 점이 고작이었다. 한국의 에이스 최동원은 5회를 넘기지 못하였고 7회 콜드게임으로 패한 것만 기억이 남는다. 그 경기에서 우리는 쿠바선수들에게 홈런을 6개 정도 맞았던 것 같다. 쿠바는 빠른 발을 갖고 있었지만 도루를 시도하지 않았고 타자가 나가면 번트를 대는 경우도 없었다. 그 날 최동원이 쿠바 포수 안토니오의 머리를 맞혔고 화가 난 안토니오가 마운드로 달려가자 최동원이 센터까지 도망갔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경기 후 쿠바의 감독은 “쿠바는 도루나 번트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러너를 모아놓고 장타로 승부를 거는 팀이다”고 말했다. 그 때 한국은 적진에서 일본을 이기고 쿠바에 이어 준우승을 했다. 그 이후에도 우리가 쿠바에 이겼던 기억이 개인적으로는 없다. 국가대표가 나선 경기를 말하는 것이다. 대학이나 고교야구는 간간이 이겼지만. 나는 이번 네덜란드와 쿠바를 초청하여 펼친 친선경기에서 엄청난 장면을 보았다. 쿠바와 첫 게임은 접전 끝에 2-6으로 졌지만 2차전의 스코어(15-3)는 그 동안 쿠바에 당했던 점수지 우리가 이길 것같은 점수는 아니었다. 그만큼 쿠바의 야구는 강했고 지금은 나무배트를 쓰면서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두려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2차전 쿠바의 선발 좌완 팔마는 5가지의 구질을 지녔다. 직구와 커브는 기본이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그리고 커터(컷패스트볼) 등 5가지의 구질로 한 타자에게 같은 구질을 던지지 않는 컨트롤 좋은 베테랑 투수였다. 우리 타자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솔직히 변화구에 약한 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 타자들이 이날 보여준 볼을 맞추는 능력은 옛날의, 아니 바로 전날 패했던 선수들이 아니었다. 첫 타점을 올렸던 김동주의 좌익수 넘기는 2루타를 보면서 변화구를 끝까지 따라가면서 배트의 중심에 맞추는 스윙은 한마디로 예술이었다. 정근우가 몸쪽 공을 오른쪽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였다가 뻗어 치는 타법은 기본기에 충실했던 타격으로 타구가 휘어나가지 않아 홈런으로 만들 수 있는 고급 기술이었다. 쿠바와 2차전을 보면서 우리가 4강을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팀이라 누구든지 생각을 했으리라 본다. 우리는 베이징에 가서 어떤 작전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가? 한국은 13일 미국전을 시작으로 4경기 후 하루를 쉬고 3경기를 치른다. 지금 객관적인 전력을 보면 우승을 다툴 수 있는 팀은 4개국 정도로 예상을 할 수 있다. 첫 경기 상대인 미국, 쿠바, 일본 그리고 한국이다. 하지만 야구가 생각대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가? 한국에서 매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우승팀이나 4강 전력을 갖춘 팀을 전문가들이 예상한다. 하지만 적중률은 50%가 넘질 못한다. 하물며 단판 승부라 할 수 있는 8개 팀의 4강 진출 여부는 글쎄, 생각대로 결과가 나오진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예선 전승을 기대하지 않는다. 또 그런 경기 운영은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우승하기 위해서는 예선 7경기 이후에 결선 2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4강에 올라가도 메달이 확정적이 아니다. 1, 2위는 금과 은으로 승부하지만 3, 4위는 메달이냐 아니냐로 승부하기 때문이다. 3, 4위 전에서 패하면 정말 생각하기 싫은 최악의 경우가 나타나는 것이다. 예선전에선 4강에 올라가서 이길 수 있는 전력을 비축하면서 경기를 해나가야 한다. 4강 후보에 3번지고 하위 팀에 4승을 하면 물론 4강 토너먼트에 올라 갈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우리만의 생각이고 하위 팀인 대만이나 캐나다 네덜란드에 한번은 잡힐 수 있다는 가정을 꼭 세워야 한다. 왜, 야구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4강 중 미국이나 일본 쿠바를 상대로 최소한 1승은 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미국과 첫 경기(13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을 이긴다면 하위권 4팀은 우리를 피해 갈 것이고 반사이익을 볼 수가 있다. 우리는 2차 예선전(대만)에서 호주가 우리를 피해가는 이익을 보았고 캐나다의 총력전에 패한 적이 있다. 야구는 선발투수가 누구냐에 따라서 승패가 엇갈린다. 상대가 우리와의 경기에 에이스를 투입한다면 대만이나 캐나다는 물론 네덜란드도 쉽게 이길 수 없는 것이 야구다. 서전인 미국만 잡아준다면 예상 외로 쿠바나 일본도 우리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선에서 적당히 본선을 대비하는 경기가 우리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위 예상팀인 일본과 미국, 쿠바 그리고 한국은 예선전 4승 3패가 목표가 된다. 그 이유는 4강토너먼트에서 2승을 하기 위한 전략임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미국 야구. 우리가 과연 미국야구를 우습게 볼 수 있을까? 트리플A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한 미국야구는 어떠한가. 이길 수 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면. 하지만 미국이 첫 경기를 피해 간다고 생각 하나? 그건 아니다. 미국도 우리를 이겨야만 결선에 올라 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첫 경기이기 때문에 그렇다. 만약 한국과 미국이 일정상 중간이나 후반에 상대를 한다면 또 생각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미국전이 한국야구가 메달을 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미국전에 누구를 선발로 투입 할 것 인지는 특급비밀이다. 미국도 스카우트들이 한국야구를 파악했다. 우리만 미국을 파헤친 것이 아니다. 전통의 강호 미국과 쿠바, 단기전의 명수인 일본과 한국 그리고 복병 캐나다가 물고 물리게 될 이번 올림픽은 우리로서는 8년 만의 도전이고 또 앞으로 어쩌면 올림픽에서 야구를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어느 나라던 양보할 수 없는 혈전이 될 것이다. 우리는 금메달을 딸 수도 있고 예선 탈락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야구가 재미있는 경기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대진 상 첫 날인 13일 미국에 이긴다면 14일 중국전은 쉬어가면서 15일 캐나다에 전력을 다하고 16일 일본전은 예선 전략상 놓아주고 17일 하루를 쉬고 18일 대만에 전력투구한 다음, 19일 쿠바전도 전력을 감추고 예선 마지막인 20일에 네덜란드 전을 승리한다면 5승2패가 된다. 그런 전략으로 준결승전에 가야 한다. 5승2패로 준결승전에 올라가면 일본이나 쿠바 미국과 한판승부는 예선보다 쉬울 수도 있다. 예선 막바지에 3경기 중 대만만 잡으면 쿠바전과 네덜란드전은 체력을 비축하고 휴식일인 21일 하루를 더 쉬고 결승에 대비하는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대진 상 강력한 우승 후보인 일본과 미국이 예선 마지막 날 20일에 경기가 있는 것은 우리로선 커다란 행운이다. 야구에서 투수들이나 야수들이 하루를 더 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야구팬이라면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선에서 우리가 미국을 잡고 쿠바가 일본만 잡아준다면 마지막 날 일본과 미국의 경기는 총력전이 될 것 이다. 이런 행운이 우리에게 온다면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한국이다. 유승안 KBO 경기운영위원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