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주고 받던 이야기였다. 양 팀의 점수가 같아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경우, 축구경기의 승부차기처럼 야구도 승부치기를 하면 어떨까? 라고…. 그리고 그 방법은 홈런레이스처럼 몇 명의 타자가 나와 교대로 치는 것으로. 헌데 구체적인 방법이야 다르지만, 그와 비슷한 제도가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에서 현실로 등장하고 말았다. 연장 11회부터는 주자 2명을 루상(1, 2루)에 세워놓고 공격을 진행해 승부를 가리겠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정식종목에서 제외되는 야구가 2016년 이후에라도 다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일정 제한된 시간 안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승부치기의 도입을 결정한 국제야구연맹(IBAF)의 설명이다.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승부치기의 세부적 규정은 다음과 같다. 연장 10회까지는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지만, 11회부터는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해 무사 상황에서 주자 2명을 내어놓고 공격을 하게 된다. 이때 주자는 1!9번까지의 타순 중에서 연속된 2명의 선수를 주자로 지명할 수 있으며, 루상에 나간 1루주자의 다음 타순부터 공격이 시작된다. 승부치기가 시작된 이닝부터는 선수교체가 인정되지 않으며, 만일 11회에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아 12회로 넘어간다면 11회의 마지막 타자 다음 타순부터 공격을 이어 받는다. 넘어간 이닝의 두 주자는 전 이닝의 마지막 타순 2명이 나가야 한다. 가령 5번 타자부터 공격이 시작된다면 1루주자는 4번, 2루주자는 3번타자가 각각 주자가 된다. 그러면 이렇게 아무 근거 없이 루상에 나가 서 있게 되는 주자는 무엇이라 불러야 적당할까? 일종의 지명선수 또는 지명주자(?)로 표현하는 것이 그런대로 어울릴 것 같다. 실제로 소프트볼에는 지명선수라는 것이 따로 있다. 승부치기라는 것도 내용은 소프트볼에서 그 시행 방법을 차용했다고 볼 수 있다. 소프트볼에서는 연장 10회부터 주자를 2루에 놓아두고 공격을 시작하는 ‘타이 브레이크(Tie break)’라는 경기 규정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승부치기 시행이 확정되자 선공과 후공 중에서 어느 팀이 더 유리할까를 놓고 많은 의견들이 개진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야구라는 종목이 홈팀이 말 공격을 하도록 정해져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아무래도 말 공격이 좀더 유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상대의 결과를 보고 그에 맞는 작전과 전술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장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야구라는 종목이 한 이닝을 기준으로 점수가 날 확률보다는 점수를 뽑지 못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연장전에서 원정 팀이 점수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의 말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은 아무래도 심리적인 면에서 큰 부담이 된다. 하지만 승부치기는 같은 연장전이라도 그 출발선상이 다르다. 루상에 주자를 그것도 무사 상태에서 2명이나 놓고 공격을 한다면 점수가 날 확률이 훨씬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말 공격을 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상대가 뽑은 점수 이상을 노려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이 배가 될 수밖에 없다. 만일 천만다행으로 상대의 초 공격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면? 반대로 말 공격 팀이 그 경기를 잡을 확률은 엄청나게 높아진다. 예를 든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 공격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별로 없다. 또 하나, 승부치기가 실시된 이닝의 기록처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축구의 승부차기 결과처럼 정규이닝 기록과는 별개로 취급해야 할까? 아니면 합산해서 기록해야 할까? 승부치기가 승부를 판가름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반어거지로 만든 규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별도로 취급하는 것이 좀더 타당성 있어 보인다. 물론 기록처리를 어느 방향으로 하더라도 어차피 기록에 근거한 개인 순위나 개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겠다. 8월 13일 미국 전을 시작으로 한국팀의 올림픽 야구경기가 막을 연다. 한국 팀의 손에 쥐어질 최종 성적표가 어떤 색깔일지 벌써부터 너무나도 궁금하지만, 가외로 승부치기로 연결된 경기들의 승패가 어떻게 갈리는 지를 살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로 떠오를 것 같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