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인필드 플라이, 누구를 위한 룰인가
OSEN 기자
발행 2008.08.21 14: 10

지난 8월14일에 열렸던 2008 베이징 올림픽 한국과 중국전에서 이승엽이 친 2루수쪽 플라이 타구가 인필드 플라이(Infield fly)로 선언된 것에 대해 심판진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김경문 감독 위로, 문득 작년(2007년) 그 와는 정반대의 어필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섰던 선동렬 감독의 모습이 떠오른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당시 선동렬 감독은 0-2로 뒤지던 5회초 1사 만루의 위기에서, 2루수 머리 위로 떠오른 안경현(두산)의 플라이 타구를 2루수 신명철이 조명의 방해로 잡아내지 못하자 인필드 플라이로 선언되지 않은 것에 대해 어필을 했던 것인데, 이번 올림픽 중국전에서 나온 상황과 비교해 볼 때 대조적인 면에서 아주 좋은 공부거리가 될 수 있다 하겠다. 인필드 플라이 규칙은 잘 알다시피 무사나 1사 때, 주자 1, 2루 또는 주자 만루 상황에서 타자의 타구가 내야에 높이 떴을 때 선언되는 규칙이다. 아직 타구가 야수에게 잡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심판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해 타자를 일찌감치 아웃시키는 이유는 뭘까? 이는 야수가 용이하게 잡을 수 있는 내야플라이 타구를 일부러 땅에 떨어뜨린 다음에 주워, 미처 다음 루로 스타트를 끊을 수 없었던 주자들을 2명 이상 한꺼번에 아웃시키려는 수비측의 비신사적인 의도를 사전에 차단키 위해서다. 인필드 플라이 선언여부는 무조건 심판원의 재량이다. 그라운드 안에 들어가 있는 심판원이 타구를 보고 수비측이 악용할 소지가 충분한 타구라는 판단이 섰을 때 비로소 선언되는 규칙이다. 그러면 내야에 높이 뜬 타구가 인필드 플라이로 선언되는 시점은 과연 언제일까? 내야에 높이 솟은 순간일까, 아니면 떨어지는 순간일까? 대개는 플라이 타구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정점에서 어느 정도 낙하하는 동안에 선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높이 떴다는 느낌만으로는 내야수의 타구 처리가 용이한 지의 판단이 잘 서지 않기 때문에 내야수의 위치와 떨어지는 타구의 낙구지점을 종합해서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잣대를 가지고 봤을 때, 작년 6월 대구에서 일어난 안경현의 타구는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타구도 내야에서 외야쪽으로 치우쳤을 뿐더러 2루수 신명철이 낙구지점을 정확히 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타구를 쫓아 우왕좌왕 하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이번 중국전에서의 이승엽 타구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내야에 높이 뜬 순간 만큼은 인필드 플라이로 선언될 수도 있을 만한 그림이었다. 타구가 다소 외야 쪽으로 밀린 감은 있었지만, 중국 대표팀의 2루수가 처음부터 낙구지점을 정확히 잡고 있었다면 인필드 플라이로 선언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2루수의 수비위치였다. 낙구지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밖으로 쫓아가는 형태였기에 인필드 플라이로 선언한 것은 설익은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낙하하는 타구를 좀더 기다렸다가 수비수와의 상관 관계를 그려본 후에 선언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말해 인필드 플라이로 선언하는 시점이 너무 빨랐던 것이다. 인필드 플라이. 언뜻 보면 잡지 않아도 아웃이라 수비측에 유리한 야구 규칙 같기도 하지만, 이 규칙이 만들어진 이유가 공격 측이 엉뚱한 궁지로 몰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제정된 것인 만큼, 공격하는 팀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순서다. 이런 취지에 맞춰본다면 중국전의 인필드 플라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지를 어림할 수 있을 것이다. 인필드 플라이에서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인필드 플라이로 선언된 타구라고 해도 타자가 무조건 아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필드 플라이로 선언된 타구가 야수에게 닿지 않고 파울지역으로 흐르거나, 결과적으로 규칙에 의해 파울볼이 된 경우에는 인필드 플라이 선언은 원천적으로 무효가 된다. 그래서 “인필드 플라이” 뒤에는 반드시 “이프 페어(if fair)”라는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1990년대 빙그레 이글스의 어느 1루수는 인필드 플라이로 선언된 타구를 잡지 않아도 아웃인 줄만 알고 땅에 떨어지도록 그냥 놔뒀다가, 타구가 파울 지역으로 굴러나가 결국 파울볼로 처리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어야 했다. 이에 화가 난 감독이 바로 1루수를 다른 선수로 교체시켜버렸던 웃지 못할 장면은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 . . . .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