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추신수의 마지막 결장이 아쉬운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8.09.29 16: 44

한때 전멸 상태에 이르렀을 정도로 여느 해에 비해 그 활약상이 미미하다 싶던 올 시즌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동반부진을 한꺼번에 털어낸 추신수(26.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9월 분전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였다. 규정타석( 경기수x3.1)을 채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94경기에 출장, 타율 3할9리, 출루율 3할9푼7리, 장타율 5할4푼9리를 기록한 추신수의 성적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비교대상을 찾아 대입해 보면 추신수가 거둔 기록의 절대치가 그렇게 쉽사리 오를 수 있는 높이의 나무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양적으로 추신수의 기록은 사실 크게 주목 받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98안타에 66타점 그리고 14홈런. 메이저리그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 주전 급으로서 그저 준수한 정도의 기록으로 여길 수 있다. 최근 선수의 능력과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점차 수량적 기록에서 확률적 기록으로 바뀌어 가는 추세다. 투수를 놓고 보더라도 운적인 요소가 다분히 포함되는 다승보다는 평균자책점이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 방송에서 점점 부각되고 있는 OPS(출루율+장타율)라는 것도 확률로 타자를 평가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존의 단순한 홈런 개수나 역시 올곧은 본인만의 능력으로 이루어낼 수 없는 항목인 타점 수를 가지고 타자의 능력을 운운하는 것보다는 훨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가 뛰어난 타자의 일반적인 잣대로 인식하고 있는 ‘3할 타자’ 외에 출루율이나 장타율에서는 수치가 어느 정도 되어야 훌륭한 타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뒤이어 부연 설명을 하겠지만 출루율은 4할, 장타율은 5할 정도는 넘겨야 리그를 대표할 만한 선수로서의 자리매김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3할 타자 대열에 입성한 추신수의 경우, OPS로만 따지면 0.946이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따로 분리해서 따졌을 때 출루율에서 0.003 차이로 4할을 넘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에서 ‘타율 3할-출루율 4할-장타율 5할’을 모두 웃도는 기록을 달성하게 될 선수는 몇 명이나 될까? 아직 시즌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김현수와 김동주(두산), 김태균(한화), 박재홍(SK)등 4명 정도만이 그 기록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대호가 빠진 것이 특이하지만, 이대호를 떠올릴 때 가장 쉽게 생각될 수 있는 장타율 부문(2006, 2007년 1위)에서 5할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2006, 2007년에 ‘3-4-5할’을 넘긴 바 있어 3년 연속 달성이 무난하다 싶었는데 올림픽을 앞두고 한동안 슬럼프에 빠진 것이 독이 되고 말았다. 역대 통산기록에서 가장 높은 ‘3-4-5할’의 마력을 보여준 타자는 프로야구 원년(1982)의 백인천(MBC)이다. 그 해에 백인천은 0.412(타율)-0.502(출루율)-0.740(장타율)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 타율과 장타율은 아직도 난공불락의 요새로 남아있다. 1.242라는 OPS 수치 역시 역대 통산 최고기록. 출루율은 2001년 호세(롯데)가 새롭게 작성한 0.503이 최고 기록이다. 한편 웬만한 타격에 관한 기록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양준혁(삼성)은 1995~1999년 사이에 5년간 연속해서 이 기록을 유지(통산 8차례)한 바 있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효조나 이승엽, 이종범도 세우지 못한 기록이다. 눈을 다시 해외로 돌려 우리가 잘 아는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의 기록을 살펴보자. 이치로는 메이저리그로 건너가기 전인 1994~2000년까지 무려 6년 동안 ‘3-4-5할’의 기준선을 훨씬 웃도는 기록을 유지해냈다. 일본프로야구 7년 통산기록이 0.353(타율)-0.421(출루율)-0.522(장타율)일 정도다. 그러나 2001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이후로는 8년간 단 한차례도 이 기록을 넘어선 적이 없다. 가장 근접했던 해는 2004년으로 무려 262안타를 쳐냈음에도 2루타 이상의 장타를 37개 밖에 쳐내지 못하는 ‘장타 기근현상’으로 장타율에서 5할을 크게 밑돌며 기록달성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치로라 해도 메이저리그에선 해내기가 어려운 기록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타자가 타율과 출루율 그리고 장타율에서 나란히 3-4-5할을 모두 넘겨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그 배경이 메이저리그라면 더더욱 그렇다. 추신수의 올 시즌 타석수는 317타석. 160경기 이상을 치르는 메이저리그의 규정 타석수를 채우려면 500타석을 넘겨야 한다. 물론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치다. 하지만 팀당 126경기를 치르는 한국프로야구의 규정 타석수는 390.6 이다. 대동소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신수의 타석수와 큰 차이가 없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이루어낸 타격성적의 결과물은 한국프로야구에서도 타자들이 도달하기 결코 쉽지 않은 수준의 기록이다. 그것을 메이저리그 안에서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추신수가 올 시즌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시즌 마지막 경기의 결장으로 4할에 0.003 모자랐던 출루율 보충 기회를 아예 갖지도 못하고 끝나버렸지만, 후보에서 주전급 선수로 새로이 자리매김한 추신수의 달라진 미래를 미리 그려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 '활화산' 추신수, AL '9월의 선수' 영예. ▶ 추신수, 2008년 최고 수확 '장타력의 재발견'. ▶ '라미레스 만루포' 화이트삭스, 죽다 살다. ▶ ML 홈런 거품 붕괴…'투고타저' 환원. ▶ '최종전' 박찬호, ⅔이닝 2실점 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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