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중앙대 농구부의 논란으로 돌아본 야구의 연승기록
OSEN 기자
발행 2008.11.10 09: 41

중앙대 농구부가 지난 11월 6일 전국대학농구 2차 연맹전에서 종전 ‘49연승’의 비 공인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고려대를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86-61)를 거두며 경이적인 ‘50연승’의 대기록을 작성해냈다. 그런데 성인농구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기록인 ‘50연승’ 대기록 작성 시점을 전후해 대학농구연맹이 이 기록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서둘러 발표한 일이 논란거리로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연속기록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농구연맹에서 중앙대의 50연승 기록을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대학농구연맹이 자체적으로 정한 연승기록의 기준을 중앙대가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기준은 이러했다. ‘연승기록은 모든 대회에 출전해 연속해서 이긴 것이라야 한다.’ 그 기준에 맞춰보면 중앙대는 분명 결격사유를 갖고 있는 팀이 된다. 중앙대는 44연승 중이던 올해 6월, 대학농구 1차 연맹전과 7월에 열렸던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국가대표 선수 차출로 경기에 나갈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두 대회에 연속으로 불참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당시 많은 사람들은 중앙대가 주전 센터(오세근)의 국가대표 차출로 전력약화가 우려되자 연승기록이 중단될 것을 꺼려해 고의로 대회참가를 포기한 것이라고 토를 달았었다. 만일 이러한 소문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중앙대의 50연승은 도덕적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기록연장을 위해 대회를 입맛에 맞게 골라가며 참가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농구연맹에서 ‘50경기 무패’로 평가절하해 부정하려 하고 있는 중앙대의 ‘50연승’ 기록은 일반적으로 스포츠 종목에서 취급하고 있는 연속기록의 인정기준 범위 안에서 해석해 볼 때, 문제가 있는 기록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연승기록은 중간에 패한 경기가 끼어들지 않는 한, 중단되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의무적으로 일정한 경기수를 채워야 하는 프로종목과 매 대회마다 토너먼트 식으로 경기를 치르는 아마대회의 경기제도적인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특정 팀이 참가하는 대회마다 패하는 일 없이 연속으로 승리한 결과물을 놓고 연승으로 인정하지 않을 법적 근거(?)는 최소한 스포츠 종목의 법규 안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봐야 한다. 프로야구는 연속기록의 규정과 관련해 각 부문별로 그 인정기준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 특정 팀의 연승기록은 앞서 얘기한 대로 중간에 패한 경기가 끼어들지 않는 이상, 중단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무승부 경기 역시 연승기록의 중단요소가 되지 못한다. 연패도 마찬가지다.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17연패 기록(1985년 삼미의 18연패가 최다기록)에도 중간에 무승부가 두 번 포함되어 있다. 팀이 아닌 개인 역시 마찬가지다. 정민태가 일본진출을 전후(2000~2003년)해 세운 ‘선발 21연승’의 대기록 역시도 허점(?)이 약간 내포되어 있는 기록이다. 정민태는 21연승 기록을 작성하는 동안 초반에 뭇매를 맞아 대량실점을 했음에도 팀 타선의 폭발로 패전투수를 면했던 적이 여러 차례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2003년 5월 27일 수원에서 열렸던 현대와 KIA의 일전을 들 수 있다. 당시 선발로 나섰던 정민태는 1회초에만 무려 6실점을 하며 마운드를 내려와 선발 연승기록 중단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야 하는 처지였다. 2회초를 마쳤을 때의 경기 스코어는 1-10. 그러나 현대는 9점 차의 열세를 딛고 9회말 기적처럼 12-10의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최다점수차 역전승’이라는 새로운 역사가 프로야구 사에 새겨진 날이기도 했다. 덕분에 정민태는 억세게 운 좋게도 선발 연승기록을 또다시 이어갈 수 있었다. 단, 이러한 연승기록과는 달리 행운의 여신이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는 연속기록도 있다. 개인의 연속경기출장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기록은 팀이 경기를 치르는 날, 해당 선수도 반드시 경기에 출장을 해야만 기록을 인정받을 수 있다. 중앙대의 50연승 기록에 이의를 제기하며 대학농구연맹이 제시한 ‘모든 대회 출전 그리고 전승’ 이라는 기준과 같다고 보면 된다. 한편 개인의 연속경기안타 기록은 해당 선수가 출장한 경기만 놓고 따진다. 경기 불참이 기록의 중단요소는 아니다. 중앙대의 50연승 기록처럼 등장하는 날만 기록을 세우면 된다. 이 외에도 연속이닝 무실점, 연속 구원성공 등 연속기록에 관련된 항목과 규정은 상당히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연속기록의 인정과 불인정을 가르는 기준이 각 기록부문별 특성에 맞춰진 구체적인 원칙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 없는 막연한 추정이나 미운 오리새끼를 대하는 듯 한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면 기록의 옷 매무새만 엉망이 될 뿐이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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