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승률제도의 계륵,‘무승부’
OSEN 기자
발행 2009.01.23 15: 00

무승부경기의 부활은 끝장승부의 종식에 따른 피할 수 없는 결과물이다. 메이저리그처럼 무승부경기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환경이라면 순위가름에 있어 무승부경기의 처리를 놓고 따로 고민할 필요도 없을 터지만, 언제 끝날 지도 모를 연장전을 계속해야 하는 것에 큰 부담을 갖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로 한 이상, 무승부는 피해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과거 한국프로야구에서 무승부 경기는 순위결정 제도 안에서 참으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자리매김해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무승부 경기는 승률계산에 있어 잦은 논란거리의 중심에 있었다. 승률에 반영되면 되는 대로, 빠지면 빠지는 대로 무승부 경기가 갖고 있는 자체적 결함(?) 때문에 늘 말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다. 말로 설명하자면 한참 복잡해 잠깐 표를 앞세워 본다. 프로야구 역대 순위결정방식의 변화표다. 년도 승률 계산 무승부 경기처리 비 고 1982~1986 승/승+패 1987~1990 승/승+패 무승부를 0.5로 계산 1991~1997 승/총 경기수 무승부를 0.5로 계산 1998~2002 승/승+패 2003~2004 다승제 승차계산법 승률 무시 2005~2008 승/승+패 무제한 이닝 2009~ 승/총 경기수 분모에 포함 1987~1997년 사이에는 무승부를 0.5로 계산해 승률에 반영하는 제도를 시행했던 적이 있었다. 무승부를 0.5로 계산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답은‘누이 좋고 매부 좋다’였다. 온전한 1승은 아니지만 지는 것보다는 반쪽 짜리 승이라도 챙길 수 있어 서로의 손해가 최소화 된다. ‘밤 10시 30분’이라는 시간제한이 있던 당시에 연장 막판 시간 끌기로 무승부를 끌어내려 했던 일부 볼썽사나운 장면들은 0.5로 계산했던 무승부 경기의 산정방식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든 주된 이유가 되었다. 무승부를 반쪽 짜리 승으로 인정하는 문제가 사라지고 난 뒤의 쟁점은 승률계산 방식의 분모자리였다. 승수를 무승부가 빠진 승,패의 합계수로 나누느냐, 아니면 무승부를 포함한 총 경기수로 나누느냐 하는 것이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느 팀이 10경기 중 5승 2무 3패를 거뒀다고 가정할 때, 승률은 제도에 따라 두 가지의 답을 내민다. 먼저 승,패의 합계 수만을 가지고 승률을 계산하면 5/8 이라는 공식을 사용해야 하며 이때의 승률은 0.620이 된다. 반면 총 경기수로 승률을 계산하면 5/10으로 승률은 0.500이 된다. 무승부 경기를 승률에 반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1998~2008년 사이(다승제 시행연도 2003~2004제외)에 무승부는 분모에 반영되지 않았다. 즉 승률계산에서 완전히 제외되었다. 때문에 0.5승이 갖고 있던 폐해는 상당부분 해결이 되었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었다. 무승부 경기를 승률에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연장 막바지에 몰린 양 팀의 전투의지를 살려내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저 없던 경기 정도로 치부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다른 길을 찾았던 것이 2003, 2004년의 다승제였다. 무승부 경기가 있건 없건, 분모를 승,패 합계수로 하던 총 경기수로 하던 일절 상관없이 오로지 이긴 경기수 만을 가지고 순위를 매기겠다는 사고의 일대 전환을 꾀했던 것이다. 하지만 무승부 경기가 갖고 있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다승제는 단명의 길을 걸어야 했다. 다승제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승률이 타 팀에 비해 낮은데도 승수만 많으면 순위싸움에서 앞설 수 있다는 것이 현실로 부각된 점이었다. 또 하나의 지엽적 문제는 정규시즌 중도의 팀 순위 서열이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일정 시점에서 모든 팀의 경기수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승수에 의한 중간순위가 진정한 팀 순위의 바로미터가 되어주질 못하고 있었다. 2003년 현대(80승 51패 2무, 승률 0.611)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2위 팀인 KIA(78승 50패 5무, 승률 0.609)가 패수 하나만을 줄였더라면, 승률에서 현대를 앞서고도 다승에 밀려 2위가 되는 떨떠름한 모양새가 연출될 뻔 하기도 했다. 또한 1승9패와 10무 팀의 우위비교는 일종의 숙제였다. 그 어떤 제도하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존재 ‘무승부’. 올 시즌(2009) 시행하기로 결정된 새로운 승률 계산법에 따르면 무승부 경기는 곧 패배를 의미한다. 과거 무승부가 갖고 있던 애매한 성격을 제거하기 위해 무승부를 곧 패배로 간주, 각 팀들의 무승부 도모(?)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무승부를 인정하는 체제하에서는 어쩌면 끝장승부에 가장 가까운 제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효과에 있어서도 사실이 그렇다. 승수를 무승부를 제외한 승,패의 합계수로 나누던 종전 승률계산 방식을 총 경기수로 나누기로 바꾼 것인데, 분모 쪽에 무승부가 있고 없음으로 인해 생겨나던 문제점들을 상당부분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무승부의 영향력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는 없는 제도다. 시즌이 종료된 시점에서 133경기 중 63승 70패를 거둔 팀과 63승 60패 10무를 기록한 팀이 있다고 치자. 두 팀의 승률은 똑같이 5할이 못 된다. 작년까지의 기준으로 계산했다면 60패를 당한 팀의 승률은 5할이 넘는다. 후자의 팀으로선 당연히 입이 튀어나올 답안지다. 답은 하나다. 계륵 같은 무승부 경기를 없애는 길만이 모든 가상과 비교 그리고 계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현실이 그럴 수 없다면 그 어떤 방식을 가지고 순위를 매긴다 해도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때마다 모순을 짚어내는 일은 반복되고 ‘조삼모사(朝三暮四)’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곁다리로 건너가, 간혹 주어진 일정이나 시간 내에 승부를 가려야 하는 국제대회나 아마에서 실시하고 있는 승부치기를 무승부 경기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승부치기는 연속적인 성격의 정규리그로 치러지는 프로리그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도다. 한 시즌은 물론 역사의 연속성에서 살펴보더라도 그렇다. 그냥 야구가 아닌 프로야구는 역사와 더불어 기록상의 전통이 함께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사견임을 전제로 승부치기보다는 차라리 무승부가 낫다고 본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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