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 제한 없는 무제한 연장전 제도를 접고 새로이 시도되는 올 시즌 승률제도를 놓고 2003~2004년 사이에 시행되었던 다승제와 비교해 무엇이 다른 지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말을 자주 듣는 요즘이다. 우선 한가지를 단정짓고 넘어가자면, 이번에 적용될 승률제도는 과거에 한번도 시행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승률 계산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승률계산에서 무승부를 총 경기수에 포함시켜 승수를 나누었던 적(1991~1997)이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무승부를 0.5 승으로 간주해 따로 반영했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전혀 다르다고 하겠다. 내용으로 들어가 이번 승률제도의 핵심은 무승부가 곧 ‘패배’라는 것이다. ‘1승 9무’나 ‘1승 9패’나 승률은 똑같이 1할이다. 무승부를 총 경기 수에서 제외한다면 1승 9무는 승률 10할이 되는 것을 감안해 볼 때, 무승부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올 시즌 1승 9무를 이길 수 있는 길은 최소한 ‘2승 8패’ 이상이다. 무승부와 패가 같은 취급을 받는 조건이라면 무조건 상대보다 승이 하나라도 많아야 한다. 여기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과거의 다승제를 떠올렸던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09 승률제도는 ‘다승제’와 종착역은 같다. 다만 종착역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다를 뿐이다. 그러면 그냥 쉽게 다승제로 하지 왜 번잡스럽게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승률제도를 채택했느냐고 물어올 수 있다. 그에 대한 답을 에둘러 표현하자면 다승제는 ‘국도’, 2009 승률제도는 ‘고속도로’ 쯤으로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초행길에 국도는 이정표가 복잡해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되돌아 나와야 하는 불편함을 겪을 가능성이 크지만, 고속도로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표면상 오히려 간단명료해 보이는 다승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시즌 도중의 팀 순위에 있어 사실과 다른 왜곡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실내경기인 농구나 배구처럼 모든 팀이 일정 날짜에 똑 같은 수의 경기를 치를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옥외 경기인 야구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비로 특정 팀이 유독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10경기를 기준으로 할 때 6승 4패를 기록중인 팀의 서열이 5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는 팀보다 앞 선에 위치한다. 남은 경기수로 볼 때 5전 전승을 거둔 팀이 남은 5경기에서 6승 4패의 팀보다 더 많은 승수를 올릴 가능성이 크지만, 현시점에서는 1승 차이로 밀리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9 승률제도는 승수가 많건 적건 간에 승률로 서열을 정하기 때문에 팀 서열 왜곡현상을 막을 수 있다. 좀더 알기 쉽도록 다른 예를 찾자면, 홈런 더비와 타율 싸움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홈런은 남은 경기수가 많건 적건 현재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1위다. 경쟁자인 2위 선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경기수를 남겨두고 있다면 나중에 역전 당할 소지가 다분하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어쨌든 요지부동 1위다. 다승제가 꼭 이 모양이다. 반면 타율 경쟁은 남은 경기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현 시점에서의 1위가 명실공히 1위다. 경쟁자의 잔여 경기수가 많다고 해도 비례해서 타율이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확률의 가장 큰 장점이다. 2009 승률제도가 그렇다. 시즌이 종료되었을 때의 팀 순위표는 다승제와 2009 승률제도 모두 같다. 다만 2009 승률 제도하에서는 통계상 오류가 생겨나는 한가지 부분 만큼은 막을 수가 없다. 바로 전체 승률이다. 팀 당 133경기가 치러졌던 2000년의 성적표를 살펴보자. 시즌 전체 경기수는 532경기였고 이중 무승부가 13번이었다. 따라서 무승부를 제외하면 519승 519패, 승률 5할로 8개 구단의 전체 성적이 갈무리되었지만, 올 시즌도 이와 같이 끝났다고 가정할 때, 전체 승률은 5할을 밑돌게 된다. 무승부가 단 한 경기라도 발생하면 곧 패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532승 532패. 때린 사람이 있으면 맞은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것이 이치인데, ‘531승 532패’(1무 포함)라는 기형의 숫자놀음이 가능해진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