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에 제한을 두지 않았던 끝장 승부제가 시행 1년 만에 폐지되고, 그 대안으로 채택된 새로운 승률제가 시즌 초반부터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시즌이 개막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이른 시점임에도 이번 승률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에서 흘러 나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문제점을 따지기 이전에 우선 현 승률제도가 시행된 배경부터 살펴보고 넘어가 보도록 하자. 지난 해(2008) 처음 경험한 끝장 승부가 국내 프로야구 실정과는 여러 가지로 맞지 않는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자, KBO는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과거의 무승부제도였다. 끝까지 승부를 가릴 수 없다면 일정 시점에서 경기를 무승부로 처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 아닌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무승부 제도를 다시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KBO의 다음 고민은 무승부경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로 자연스레 모아졌다. 승률제도를 어떤 식으로 운영하던 ‘무승부경기’라는 것은 그 처리에 있어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모순 덩어리다. 과거에 무승부경기를 0.5승으로 계산해 승률에 반영해본 적도 있고, 승률계산에서 아예 제외시켜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드러나는 크고 작은 폐단들은 늘 풀기 힘든 골칫거리였다. 무승부경기를 0.5승이라는 반쯤 이긴 것으로 간주해주자 연장 막판 서로 비겨도 나쁠 것 없다는 식의 ‘시간 끌기’가 나타났고, 이를 해결해보고자 승률계산을 할 때 무승부경기를 원천적으로 제외(승수를 승+패의 합계수로 나누는 방식)하고 산출하는 방식을 도입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모든 사람이 100%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현 시점과 비슷한 팀 당 7경기 정도를 치렀다고 가정할 때, 1승1패 5무를 기록한 팀의 승률 5할이 3승4패를 거둔 팀보다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승수를 총 경기수로 나누는 지금의 방법이었다. 이 제도하에서 무승부 경기는 곧 패배다. 한 팀만이 아니라 양팀 모두 비기거나 지거나 산술계산에서 같은 지위에 서게 된다. 이 계산 방식의 장점은 비기려는 의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끝장승부에서 무승부제도로 회귀하기로 결정한 마당에서 과거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도 함께 찾아야 했기에 그간 시행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승률계산 방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성적에 따른 팀의 서열순위를 정하는데 무승부경기를 패배로 간주하는 방식이 야구관계자나 팬들에게 있어 아주 낯설다는 것이 문제였다. 최근까지 4승3패1무를 기록한 한화가, 4승4패의 삼성이나 히어로즈와 승률 5할의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이해는 고사하고 도무지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다. 언론을 통해 상대적으로 무승부가 많은 팀에서 볼멘 소리를 낼 수 있는 소지가 많은 제도라는 점을 이미 여러 차례 거론한 바 있다. 물론 당연하고 일리 있는 주장이다. 비긴 것과 진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승수를 총 경기수로 나누는 2009 승률계산 방식은 지극히 당연한 계산방식이다. 승률이란 말 그대로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다. 133경기를 치르는 정규리그에서 몇 승을 거두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패한 경기나 비긴 경기나 이기지 못한 것은 같다. 문제는 승률계산 방식이 아니라 서열을 정하는데 있어 수치가 보여주는 정확한 현실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음이다. 승수는 같음에도 무승부가 많은 팀이 패가 많은 팀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점은 차후에 보완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승수가 같을 경우, 무승부가 많은 팀이 같은 승률을 기록한 패가 많은 팀보다 서열에서 앞에 설 수 있게 한다면, 지금 가장 불만으로 떠오르고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 않나 싶다. 결론적으로 무승부경기가 존재하는 한, 승률계산 방식에서 무승부경기가 갖고 있는 한계를 완전히 극복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끝까지 승부를 가리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일정 부분 드러나는 모순은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한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면 기록규칙상 양 팀의 마지막 투수에게 무승부기록이 돌아간다. 표기는 ‘Drawn game’의 이니셜 ‘D’로 적게 되어있지만, 올 시즌은 마치 패전을 뜻하는 ‘Losing pitcher’의 이니셜 ‘L’을 양 팀에 적어 넣는 기분이다. 타구장의 경기를 TV로 관전하다 연장전에 돌입하자 어느 구단관계자가 슬며시 운을 뗀다. “두 팀이 서로 비겼으면….” 윤병웅 KBO 기록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