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콜드’와 ‘서스펜디드’는 종이 한 장 차이
OSEN 기자
발행 2009.04.27 11: 11

올 시즌 첫 강우콜드게임으로 기록된 지난 4월 24일 롯데와 LG의 부산 사직경기는 이닝별로 점수가 난 상황에 따라 그 경기결과가 얼마나 다르게 처리될 수 있는 지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본보기 경기였다. 구체적인 설명에 앞서 이날 양 팀이 얻은 이닝별 득점 전개도를 먼저 펼쳐보도록 하자. L G 0 1 0 2 2 2 0 0+a ……7 롯데 1 1 1 0 1 0 2 ……6 이닝스코어에서 보듯 이날 경기는 한 점차 박빙의 승부였음에도 8회 강우콜드게임으로 끝이 났다. 경기 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경기 진행에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였는데 이닝이 거듭되면서 점차 빗줄기가 굵어졌고, 결국 롯데는 못내 아쉬운 승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믿을 만한 마무리 투수 부재로 이기는 경기에서도 매번 가슴을 졸여야 하는 LG로서는 이날 만큼은 비가 곧 확실한 마무리였던 셈이다. 하지만 콜드게임이라는 이날의 경기결과보다는 경기흐름의 전개과정이 보는 사람의 끊임없는 궁금증을 자아낸 경기이기도 했다. 첫 번째 전화벨이 울린 것은 5회초. 3-3 동점인 상황에서 5회초에 LG가 2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을 때였다. 이 상황에서 비로 경기가 중단되면 서스펜디드 게임이 되는 지에 대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상황만 놓고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원정 팀이 어느 이닝 초에 동점이나 리드하는 점수를 뽑아낸 상황에서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었을 경우에는 서스펜디드 경기로 넘어간다는 규칙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씨로 인한 서스펜디드 게임의 대전제는 ‘정식경기’가 성립된 이후라야만 한다. 5회초 공격 중에 비로 중단되었다면 5회를 완료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 정식경기 성립 이전이 된다. 따라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될 수 없을 뿐더러 5-3도 아닌 ‘노게임’이 된다. 만일 6회초나 그 이후 다른 이닝 초에 똑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그 때는 서스펜디드 게임이 된다. 두 번째 질문은 롯데의 5회말 공격중에 나왔다. 롯데가 5회말에 한 점을 따라붙어 4-5가 된 시점이었다. 이 순간 비로 인해 중단되면 노게임이다. 역시 정식경기 성립 이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가 2점을 따라붙어 5-5가 되었다면 무승부가 된다. 5회말이 종료되지 않았더라도 홈팀이 리드하고 있거나 동점인 상황이라면 정식경기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5회말 공격도중에 끊긴 경기가 무승부로 인정받기 위해선 반드시 홈팀의 득점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동점이 되었을 때에만 무승부가 된다는 것이다. 가령 5회말에 접어들기 이전에 이미 5-5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5회말 홈 팀의 공격 도중 득점이 하나도 없었다면 노게임이 된다. 5회말 점수를 얻고 못얻고에 따라 경기결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세 번째 질문은 6회초였다. 5-4로 앞서고 있던 원정 팀 LG가 다시 2점을 추가해 7-4로 도망갔는데, 이 시점에서 경기가 비로 인해 중단되었다면 서스펜디드 게임이 될 수 있는가였다. 답은 아니다. LG가 동점인 상황에서 2점을 추가했다면 서스펜디드 게임이 될 수 있었겠지만, 이전 이닝(5회)까지 어차피 한 점을 앞서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6회초에 LG가 올린 2득점은 단순한 추가점수일 뿐, 성격상 동점이나 역전점수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 8회초 LG의 공격중에 경기가 진짜로 중단되었는데, 8회초에서 LG가 점수를 얻었다고 해도 6회초와 마찬가지다. 7-6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의 추가점일 뿐이다. 그래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아닌 강우콜드게임이 된 것이다. 콜드게임과 서스펜디드 게임은 성격이 완전히 틀리다. 야구경기는 최종 점수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기지만, 기상악화로 인해 중도에 경기를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경우에는 점수 한 점에 따라 또는 이닝별로 득점이 이루어진 전개도가 어떤 그림모양인지에 따라 양 팀의 희비가 이날처럼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한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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