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 워델(R.Waddell)이라는 투수가 있었다. 1900년대 초반(1897~1910)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강속구 투수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으며 초창기 탈삼진 기록에 관한 한, 수많은 역사를 새로이 써 내려갔던 인물이다. 1902년부터 1907년까지 6년 연속 아메리칸 리그의 탈삼진 부문 선두를 놓치지 않았으며, 1904년에는 한 시즌 최다 기록인 349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록은 1973년 놀란 라이언이 383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기 이전까지 약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최다 탈삼진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갑자기 오래된 역사 속의 인물, 그것도 다른 나라의 선수를 먼저 소개한 이유는 루브 워델(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이 공9개로 삼진 3개를 잡아낸 최초의 투수였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1902년 7월 1일, 루브 워델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3회에 6번타자였던 빌리 길버트를 시작으로, 7, 8번인 해리 하웰과 존 크로닌을 연이어 3구 삼진으로 처리하며 최초로 ‘9구 3탈삼진’이라는 진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당시 루브 워델의 이닝당 탈삼진 수치는 0.78(2961이닝/2316탈삼진)로 절대적 수치상 매우 높다고 할 수 없었지만, 리그 투수들 중에서는 최고의 수치를 자랑하던 투수였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서 11번의 탈삼진 1위와 개인통산 최다인 5714개의 탈삼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적인 투수 놀란 라이언 역시도 ‘9구 3탈삼진’을 기록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도 한번도 아닌 양 리그에서 모두. 참고로 놀란 라이언의 통산 이닝당 탈삼진 수치는 무려 1.06(5386이닝/5714탈삼진)에 이른다. 이처럼 ‘9구 3탈삼진’이라는 훈장은 언터처블급의 가공할 구위을 지닌 투수라야만 세울 수 있는 진기록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래서였을까? 지난 5월 27일 히어로즈 전(잠실)에서 9회초에 마운드에 올라 4, 5, 6번 타자였던 브룸바-김일경-송지만을 상대로 9개의 공을 던져 3타자 모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의 ‘9구 3탈삼진’ 쇼를 펼친 두산 금민철의 기록달성 소식은 조금 뜻밖이었다. 그의 이닝 당 탈삼진 수치는 0.57(22.2이닝/13탈삼진)정도로서 그저 그런 구위(?)를 가진 투수였기 때문이다. 2007년 6월 16일, SK전(문학)에서 이진영-박경완-최정을 상대로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9구 3탈삼진’을 기록해낸 리오스(두산) 역시 그 해 이닝당 탈삼진 수치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었다. 234⅔투구이닝에 147탈삼진, 이닝당 탈삼진 수치는 겨우 0.63에 불과했었다. ‘9구 3탈삼진’. 당대에 내로라 하는 투수들도 채 인연을 맺지 못한 기록이다. 과거 한국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닥터K’로 명성을 휘날리며 이닝당 높은 탈삼진 수치를 유지해왔던 최동원(0.73), 이대진(0.84), 이상훈(LG, 0.86), 오승환(1.15)등은 물론 선동렬(1.03)조차도 이 기록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나마 선동렬 정도가 '10구 3탈삼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도다. 이쯤에서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기록상 투수 개인이 한 이닝에서 3개의 탈삼진을 잡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투구수는 과연 몇 개일까? 상식적으로 ‘삼진’이라는 기록은 스트라이크 3개가 필요하다. 따라서 3개의 삼진을 뺏어내려면 최소한 9개의 투구수가 반드시 필요할 것 같지만, 규칙이 갖고 있는 허점(?)을 잘 파고들면 9개까지 던지지 않고도 탈삼진 3개가 가능할 수도 있다. 삼성의 선동렬 감독이 가끔 볼카운트 도중에 투수를 교체시키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 삼진에 관한 규칙상 투수의 탈삼진 기록은 마지막 3번째의 스트라이크를 기록한 투수에게 주어지도록 되어 있다.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9회초 무사, 볼카운트 2-0에서 등판해 공 1개를 던져 삼진을 잡고, 나머지 2명의 후속타자를 공6개로 연달아 삼진처리 했다고 가정하면, 오승환이 탈삼진 3개를 기록하는데 던진 투구수는 모두 7개가 된다. ‘7구 3탈삼진’이라는 경악스러운(?) 기록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역으로 타자가 한 경기에서 삼진 3개를 당하는데 드는 최소 투구수는 몇 개까지 가능할까? 답은 8개다. 타자 역시 스트라이크 3개를 먹어야만 삼진인데 어떻게 8개만을 먹고도 삼진 3개를 당할 수 있다는 말인지 선뜻 이해가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역시 규칙을 파고들면 가능한 일이 된다. 타자의 삼진기록 처리에 있어 볼카운트 도중에 대타가 기용된 경우에는 제2스트라이크를 당한 타자에게 삼진 기록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가령 공6개로 3구 삼진을 연속으로 당한 타자가 3번째 타석에서 볼카운트 2-0에서 대타에게 타석을 내주고 경기에서 물러났다고 했을 때, 이 대타가 들어서자마자 공1개로 삼진을 당하면, 앞서 물러난 타자에게 삼진이 기록된다.그래서 ‘8구 3삼진’이 가능하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 원리를 확대하면 ‘투구수 10개에 4번 삼진’을 당하는 황당한 계산법도 나온다. 볼카운트 1-0에서 대타로 첫 타석을 맞아 공 2개만으로 삼진을 당한 다음, 바로 위에서 예를 든 대로 상황이 이어지면 만사 OK다. 그나저나 이론으로나 가능할 것 같은 꿈의 기록(?)인 ‘7구 또는 8구 3탈삼진’ 기록은 언제쯤이면 만나볼 수 있을까? 윤병웅 KBO 기록실장 ‘9구 3탈삼진’ 진기록을 작성했던 금민철의 힘찬 투구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