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6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SK의 경기에서 3회초 김강민(SK)의 평범한 플라이 타구를 한화의 중견수(추승우)와 좌익수(연경흠)가 잡으려고 서로 달려들다 부딪치며 공을 떨어뜨린 일이 있다. 그 일이 있기 며칠 전(6월 2일), 두산의 중견수 이종욱이 KIA전(광주)에서 유격수 김재호와 뜬공을 처리하던 과정에서 충돌, 큰 부상을 입었던 터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잠시잠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런데 그 것이 끝이 아니었다. 바로 다음날인 7일, 이번에는 SK의 중견수 김강민과 우익수 박정권이 3회말 김태완(한화)의 플라이 타구를 쫓는 과정에서 서로 충돌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역시 야수들간의 콜 플레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전날 상대팀 외야수 끼리(추승우와 연경흠)의 충돌로 그 어렵다는 3루타를 날로 먹었던(?) 김강민이 이번에도 연루된 상황, 하지만 최대 피해자는 투수 김광현(SK)이었다. 2사 1, 2루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나 싶었는데 졸지에 2실점을 하게 되었고,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야수의 실책이 아닌 안타로 기록되는 바람에 모두가 자책점으로 돌변하고 만 것이다. 한 구장에서 이틀간 연이어 발생한 외야수끼리의 충돌 낙구가 모두 실책이 아닌 안타로 전광판에 표출되자 꽤나 직선적이고 단도직입적인 질문이 불쑥 날아들었다. “야수끼리 부딪치는 바람에 공을 떨어뜨리면 전부 안타로 기록되나요?” 이에 대한 답을 놓고 선수들끼리 내기가 붙은 모양이었다. 잡기 힘든 타구를 쫓다가 그랬으면 이런 질문이 나올리 없었겠지만, 공교롭게도 대전에서 일어난 두 번의 충돌안타 모두가 야수끼리 부딪치는 일만 없었다면 충분히 아웃되고도 남을 상황이었기 때문에 타자가 어부지리로 주워가는 안타기록이 선뜻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비수들이 서로 충돌해 지극히 평범한 타구를 잡지 못하거나 떨어뜨리는 경우, 이를 안타로 기록해야 한다는 말은 규칙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잡을 수 있었던 야수에게 실책을 기록하지 않고 대부분 안타로 기록하는 이유는 바로 ‘충돌’ 그 자체를 보통수비의 범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라는 야구용어에 대해 굳이 정의를 내린다면 ‘야수의 보통 수비행위로 처리하기 힘든 타구’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보통수비’란 야수 위치를 기준으로 통상적인 가능 수비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수비행위를 말하며, 여기에 개개인이 갖고 있는 수비능력에 따른 우열이 살짝 가미된다. 물론 페타지니(LG)를 상대할 때 처럼 수비측이 극단적인 수비시프트를 사용하는 경우, 그 야수가 서 있는 자리를 기준으로 수비의 어렵고 쉬움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타구판단 원칙 때문에 가끔 평범한 내야땅볼이 강습안타로 둔갑을 하기도 한다. 가장 흔한 예가 수비측이 3루주자의 득점을 막기 위해 극단적인 내야 전진수비를 사용했을 때다. 이 경우 3루수나 1루수가 제자리에 있었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가 공과 접하는 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불가항력의 타구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이외에도 야수의 보통수비에 대한 기준점이 몇 가지 더 있긴 하지만, 단순화 시키자면 ‘사람의 능력으로 대처가 가능한 타구였느냐, 아니냐’가 타구판단의 주안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야수충돌’과 ‘충돌낙구’는 이런 기준점에서 본다면 수비수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종의 돌발현상이라고 하겠다. 뜬공 타구가 아닌 땅볼타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5월 17일 두산과 삼성(잠실) 전에서는 1회초 손주인(삼성)이 친 땅볼타구에 두산의 유격수(이대수)와 2루수(이원석)가 같이 달려들다 충돌하며 내야안타가 기록된 일이 있다. 다시 처음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돌아와보자. 뜬공 타구를 잡으려고 하다가 야수끼리 충돌해 잡지 못하면 기록상 ‘안타’다. 그러나 세상 일에도 예외는 있는 법. 야수끼리 충돌해 처리 가능한 타구를 놓쳤다고 해도 어느 야수가 포구를 한 상태에서 다른 야수와 부딪쳐 공을 떨어뜨렸다면, 이 때는 안타가 아닌 실책쪽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하나 또 있다. 두산이 KIA의 실책성 수비를 등에 업고 9회말 김진수의 끝내기안타로 승리를 가져갔던 6월 17일, 그날 역시 외야수의 충돌수비가 화근이었다. 9회말 1사 후, 김동주(두산)가 친 평범한 플라이 타구에 KIA의 중견수(최용규)와 좌익수(나지완)가 서로 달려들다 포구에 실패, 2루타를 내주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 상황은 정확히 말하자면 충돌안타는 아니었다. 좌익수와의 충돌 위험을 직감한 중견수가 포구 직전 속도를 죽이고 팔만 내뻗는 바람에 타구가 글러브에 맞고 땅에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런 순간에 대한 판단은 기록원의 몫이자 재량이다. 현실적으로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충돌의 위험성 때문에 야수가 타구를 처리할 만한 충분한 위치확보나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면 실책보다는 안타로 봐야한다. 반대로 충돌 위험 감지가 수비동작에 걸림돌이 되었다해도 잡아낼 수 있는 위치와 여유가 있었다면 당연 실책으로 보는 것이 맞다. 당시 공식기록원은 충돌 위험성이 중견수(최용규)의 수비행위에 상당한 지장을 끼쳤다고 보았기 때문에 중견수의 낙구를 안타로 판단한 것이다. 옛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넘침은 모자람과 같다’란 뜻을 지닌 말이다. 수비에 나선 선수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최근 줄지어 발생하고 있는 야수충돌로 인한 선수들의 부상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허슬플레이에 덧붙여 주변 상황을 감안한 좀더 지혜로운 플레이가 절실히 아쉬운 요즘이라 하겠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SK 김강민의 수비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