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게시판에 질문 하나가 올라왔다. 심판학교를 수강했던 사람으로 2009 플레이오프를 관전하던 중에 당시 배웠던 삼진에 관한 규칙이론과 상이한 부분이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심판학교를 이수할 정도의 사람에게 ‘야구의 삼진이 뭐 그리 특별하고 궁금할 것이 있겠는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게만 여길 일도 아니다. 그 동안 수 많은 삼진을 봐왔지만 규칙에만 언급되고 있을 뿐, 실제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유형의 삼진 하나가 이번 플레이오프 기간 중에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잠실), 7회초 롯데의 공격 중 볼카운트 2-1에서 건드린 8번타자 장성우(롯데)의 파울타구가 포수 용덕한(두산)의 미트를 스친 뒤, 용덕한의 오른쪽 겨드랑이 부분에 걸리며 삼진으로 처리된 일이 있다. 물론 2스트라이크 이후 타자의 배트를 살짝 스친 타구가 포수에게 바로 잡히면 파울팁 아웃이 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스친 타구가 포수의 미트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포수의 신체나 장비의 다른 부분에 먼저 닿았을 경우에는, 타구가 최초에 닿은 부분이 어디냐에 따라 그 처리방법이 서로 다르다. 야구규칙 (2.34) 파울팁 조항에 따르면 타구가 최초 포수의 미트나 손에 닿은 뒤 튀어나갔다 하더라도 포수가 이를 땅에 닿기 전에 잡아내면 파울팁이 된다. 즉 정규의 포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파울팁이 포수의 미트나 손이 아닌 용구나 몸에 처음 닿았을 경우에는 포수가 이를 땅에 닿기 전에 잡았더라도 정규의 포구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규칙을 대입해보면 용덕한이 바로 잡아내지 못했던 장성우의 파울팁 타구는 ‘미트에 닿았다’는 것을 전제로 정규의 포구가 된다. 만일 미트를 맞지 않은 타구가 용덕한의 겨드랑이에 걸렸다면 정규의 포구가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파울볼이다. 대개 포수의 미트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은 파울팁 타구는 이후 어디를 맞건 그대로 땅에 떨어지게 마련이다. 시간상 사람이 의식적으로 잡아낼 여유도 없을 뿐더러, 강도가 그대로 살아있는 파울팁 타구의 성격상 포수의 몸에 맞으면 고통이 먼저 엄습해 오기 때문에 이후 정규의 포구로 만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용덕한은 운좋게도 미트에 살짝 스친 타구가 자신의 몸을 정통으로 때리지 않고 통증을 크게 느끼지 않는 곳으로 날아간 덕분에 이를 손으로 건져내 타자를 삼진처리할 수 있었다. 이번 용덕한에 의해 만들어진 파울팁 삼진은 과거에 본 기억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희귀한 경우에 속하는 삼진이라고 하겠다. 가지를 뻗어 파울팁 타구가 포수가 아닌 뒤에 서 있는 심판원에 맞았다면 어떻게 될까? 심판에 맞는 순간 그 타구는 파울볼이다. 포수의 미트나 손을 스쳤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또 하나, 최초 포수의 미트나 손에 닿고 튀겨나간 파울팁 타구라면, 포수가 이후 자신의 몸이나 용구(프로텍터, 마스크 등)에 손이나 미트를 덮어씌우듯이 해서 잡아낸 경우도 정규의 포구로 인정된다. 그러면 파울팁 타구가 포수의 옷이나 용구에 끼였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는 정규의 포구가 되지 않는다. 그대로 파울볼이다. 만일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파울팁 타구가 포수의 마스크나 용구에 끼었다면 주자들에게는 1개루의 안전진루권도 주어진다. 한편 10월 8일 SK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문학)에서는 1회말 볼카운트 2-1에서 3번타자 이재원(SK)이 하프스윙을 하다 원바운드성 투구에 다리를 맞았음에도 삼진으로 처리되자 김성근 감독이 덕아웃에서 걸어나와 잠시 주심에게 어필을 하기도 했는데, 타자가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헛스윙(번트행위 포함)한 뒤 그 투구가 타자의 몸에 닿은 경우(바운드 여부에 관계없이)에는 타자는 자동으로 삼진아웃이 된다. 다만 당시 포수가 1루에 공을 던져 이재원을 아웃시킨 것으로 봐서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황이 아니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질 수 있지만, 포수 최승환(두산)이 굳이 송구를 하지 않았더라도 타자는 삼진이었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