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사회인야구 인필드 플라이 상황, 대 해부(1)
OSEN 기자
발행 2009.12.11 10: 32

얼마 전, 장문의 편지를 한 통 받았다. 지방에 있는 어느 사회인야구 리그에서 경기 중에 일어났던 일을 적어보낸 편지였다. 그 주된 내용은 인필드 플라이 규칙에 관한 것이었는데 야구를 하다보니 상황이 하도 복잡해 당시 규칙적용을 제대로 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사족 하나가 더 달려 있었다. 논쟁 중 야구선수 출신이 경험을 내세워 하도 우기는 바람에 주변에선 이의를 달지 못하고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경기에서 지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인필드 플라이 규칙은 프로야구에서도 가끔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하는, 자못름 복잡한 축에 들어가는 규칙이다. 따라서 날아온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이전에 우선 인필드 플라이 규칙에 관한 대략적인 정의와 법 정신을 먼저 복습해보도록 한다. 인필드 플라이 규칙은 무사나 1사 주자 1,2루 또는 주자 만루 때 타자가 친 공이 내야 높이 떴을 경우에 타격을 끝낸 타자를 수비수의 포구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아웃으로 간주하는 규칙이다. 여기에서 타자를 수비수가 타구를 잡지 못했음에도 아웃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수비측이 타구를 일부러 잡지 않고 땅에 먼저 떨어지게 만든 뒤, 다음 루로 스타트를 미처 끊지 못한 공격측 주자들을 두 명이상 한꺼번에 아웃시키려는 다분히 비신사적인 의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러한 페어플레이적 정신을 담고 있는 인필드 플라이 규칙은 펼쳐진 뒷 상황에 따라 그 처리가 얽힌 실타래처럼 아주 복잡하게 꼬이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특히 규칙에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회인야구라면 더더욱 그럴 수 있다. 지금부터는 사회인야구에서 인필드 플라이 규칙을 놓고 벌어질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예를 통해 가정해보고, 정확한 규칙 적용 방법과 원리를 공부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사회인야구에서 실제 일어난 일로 앞서 언급된 억울한 상황에 대한 답을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Q1) 1점을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A팀이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상황은 1사 만루. 후속타 한 방이면 역전까지도 가능했지만 아쉽게도 타자의 타구는 유격수 머리 위로 높게 뜨고 말았다. (이후 심판원은 지체없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 그러나 유격수가 이 타구를 포구하려다 땅에 떨어뜨렸고, 타구가 땅에 떨어지자 3루주자는 홈으로 달려들어 득점에 성공(동점)했다. 하지만 수비측은 심판원에게 3루주자가 리터치를 하지 않고 다음 루로 뛰었기 때문에 주루규칙 위반 아웃(제3아웃)이라고 강력하게 어필을 했고, 한참의 실랑이 끝에 이를 받아들인 심판원의 결정으로 결국 득점에 성공했던 3루주자는 아웃이 되었고 A팀은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해설) 리터치를 하지 않아 아웃으로 처리된 3루주자의 득점은 정당한 득점이며 경기는 동점상황 2사 1, 2루에서 계속되어야 한다. 1사 만루 상황에서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되었기 때문에 타자는 유격수의 포구여부와 상관없이 아웃(제2아웃)이 맞다. 그러나 리터치 위반으로 어필아웃 처리된 3루주자는 아웃이 아니다. 타자가 플라이아웃으로 간주되었지만 실제로는 야수가 플라이 타구를 잡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주자는 리터치를 할 의무가 없어진다. 따라서 일반 플라이 타구를 야수가 놓쳤을 경우와 똑같이 아웃을 무릅쓰고 다음 루를 향해 진루를 시도할 수 있다. 인필드 플라이는 볼 데드가 아니라 볼 인플레이 상황이기 때문이다. (Q2) 1사 주자 1,2루 상황. 타자의 타구가 2루수 머리 위로 높게 떠오르자 심판원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했다. 이 상황에서 타구가 2루수 옆 쪽으로 떨어지자 1,2루주자는 각각 다음 루로 스타트. 이후 급히 타구를 주운 2루수가 유격수에게 송구했고 1루주자는 런다운에 걸려 1,2루간에서 태그아웃. ☞(해설) 이 상황에서 규칙이 잘못 적용된 부분은 없다. 다만 1,2루 주자는 타자가 자동아웃 되었기 때문에 포스상태(주자가 다음 루를 향해 무조건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해제가 된 상황이다. 따라서 주자들은 다음 루를 향해 뛰어도 되고 원래의 루에 그대로 남아있어도 상관이 없다. 자신들을 밀어낼 후위주자인 타자주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Q3) 이번에는 무사 만루 상황. 타자의 타구가 2루수 머리 위로 높이 뜨자 심판원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1아웃). 그러나 2루수가 이 타구를 잡아내지 못하자 주자들이 다음 루로 일제히 스타트. 공을 놓친 2루수는 공을 다시 주워 2루로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유격수에게 송구해 도착 전인 1루주자를 아웃(2아웃)시켰고, 유격수는 계속해서 공을 3루로 던져 역시 도달하지 못한 2루주자를 아웃(3아웃)시켰다. 이닝 종료가 맞을까? ☞(해설)아니다. 플라이타구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2루와 3루로 뛰다 각각 아웃된 1루주자와 2루주자는 아웃이 아니다. 비록 2루수의 송구가 주자보다 먼저 2루에 도달했지만, 1루주자는 타자의 인필드 플라이 아웃으로 포스상태에서 해제된 주자이기 때문에 2루에 도달하기 전, 수비측이 반드시 태그를 해야만 아웃이 인정된다. 2루주자 역시 1루주자와 모든 조건은 같다. 따라서 3루주자의 득점은 인정되며 1사 2,3루에서 공격이 계속된다. (Q4) 무사 주자 1,2루 상황. 타자의 타구가 유격수 머리 위로 높이 떴다. 유격수가 이 타구를 잡으려다 놓쳤지만 옆에 있던 2루수가 얼른 주워 원래의 루 위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던 2루주자를 태그(1아웃). 이어 1루수에게 송구해 1루를 밟고 서 있던 1루주자 태그를 시도(2아웃). 플라이 타구를 친 타자주자는 그 사이 1루를 밟고 통과. 공격측은 인필드 플라이 상황이었기 때문에 루를 밟고 서 있던 주자들은 아웃이 아니라고 주장. ☞(해설) 그림은 분명 인필드 플라이 상황이 맞지만 불행히도 타자주자를 제외한 루상의 주자들은 모두 아웃이다. 왜냐하면 심판원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필드 플라이는 상황이 그렇다고 무조건 적용되는 규칙이 아니다. 반드시 심판원의 판단에 따른 선언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사회인야구에서는 직업적인 심판원이 아니기 때문에 인필드 플라이 선언 상황에서 이를 잊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키는 일이 가끔 일어난다. 위의 경우 공격측으로서는 매우 억울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격수가 타구를 놓침과 동시에 상황은 포스상태가 된다. 주자들에게 기존의 루를 버리고 다음 루로 진루할 의무가 심판원의 룰 망각으로 갑자기 생겨버린 것이다. 규칙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인필드 플라이는 반드시 심판원의 선고가 있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고. (Q5) 1사 주자 만루 상황. 3루주자를 비롯한 모든 주자는 투수가 투구동작에 들어가자마자 홈으로 스타트를 끊고 타자는 스퀴즈 번트를 시도. 이때 타자의 번트타구가 투수 머리 위로 높이 떠올랐다. 심판원은 곧바로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 루상의 주자들은 번트타구가 투수 머리 위로 떠오르자 원래의 루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번트 플라이타구를 잡다 놓친 투수(인필드 플라이 선언으로 제2아웃에 해당)의 송구로 3루주자는 3루에 도달하기 전 태그아웃(제3아웃). 이닝이 종료됨. ☞(해설)심판원의 인필드 플라이 선언 자체가 잘못된 적용이다. 인필드 플라이 규칙이 전혀 이상할 리 없는 완벽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타구 자체가 번트 플라이였다면 인필드 플라이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번트 플라이타구 만이 아니다. 직선타구일 때에도 인필드 규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만일 위의 상황이라면 2사 만루가 되어야 맞다. 번트 플라이 타구가 인필드 플라이 규칙에서 제외된 이유는, 위의 경우처럼 번트시도 전에 작전상 주자들이 스타트를 미리 끊음으로 해서 수비측이 고의로 플라이 타구를 잡지 않는다고 해도 공격측 주자 두 명이상을 한꺼번에 아웃으로 잡아내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직선타구의 경우는 수비측이 고의로 잡지 않으면 되려 안타가 될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규칙 얘기가 너무 길어지면 헷갈리거나 지루할 수 있어 인필드 플라이와 관련된 또다른 나머지 이야기는 시차를 두고 설명하기로 한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대한야구협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천하무적 야구단 모습(제공=KBS)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