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상황과 관련한 규칙개정 부분 중에서 그 변화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 하나 눈에 띈다. 야구 경기규칙이나 기록규칙 모두 그 동안 해마다 크고 작은 변화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규칙변화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지만, 이번에 개정되는 낫 아웃 관련 규칙은 과거 역사 속의 큰 사건과 연관 지어진 부분이라는 점에서 보다 색다른 소회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이야기를 펼치기 전, 먼저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부터 해보도록 하자.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은 포수가 제3스트라이크로 선언된 투구를 잡지 못했을 경우(바운드 포구 포함)에 타자를 아웃(삼진)으로 처리하지 않고 살려 타자주자로 인정하는 규칙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이라고 해서 언제나 낫 아웃 규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규칙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무사나 1사 때는 1루에 주자가 없어야 한다. 2사라면 주자 유무에 상관없이 낫 아웃 상황이 성립한다. 이와 같은 성립 전제조건이 따라붙는 이유는 수비측이 비신사적으로 규칙을 악용해 이득을 챙기려는 수법을 사전에 차단키 위해서다. 무사나 1사 때 주자가 1루에 나가있는 상황에서 포수가 제3스트라이크를 고의로 잡았다 떨어뜨린 뒤, 미처 스타트를 끊지 못한 포스상태의 타자주자와 1루주자를 함께 더블아웃 시킬 수도 있는 고의연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는 것이다. 1루에 주자가 없는 상태라면 포수가 설사 제3스트라이크를 고의로 떨어뜨린다 하더라도 타자주자 말고는 추가로 아웃카운트상 이득을 챙길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낫 아웃 상황을 적용해도 수비측에 불리하면 불리했지 전혀 유리할 것이 없게 된다. 2사 이후, 주자 유무에 관계없이 낫 아웃이 무조건 성립하는 이유 역시 수비측이 타자가 주자가 되는 상황을 역이용해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이 되질 않기 때문이다. 한편 낫 아웃 규칙에는 추가로 한가지 더 기억해 둘만한 것이 있다. 간혹 동호인간 야구 경기 때나 학생야구에서 포수가 제3스트라이크를 뒤로 빠뜨렸는데도 타자가 스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낫 아웃 규칙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를 본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규칙은 타자의 스윙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치려는 의사가 전혀 없었더라도 포수가 제3스트라이크를 놓치면 타자는 무조건 1루로 뛰어나가야 한다. 이제 1997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8월 23일 대구에서는 경기가 종료되었다가 다시 재개되는 희대의 해프닝이 일어났다. 당시 TV중계도 삼성이 쌍방울을 4-1로 누르고 더블헤더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는 설명과 함께 엔딩 자막까지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9회초 쌍방울의 마지막 공격 2사 1, 2루때 대타 장재중은 볼카운트 2-1에서 김태한(삼성)이 던진 원 바운드 공에 헛 스윙을 한 뒤, 체념한 듯 덕 아웃을 향했다. 삼진 그리고 경기종료. 적어도 여기까지는 그림이 그랬다. 장재중이 등을 돌리자 주심 역시 경기종료를 선언한 뒤 돌아 섰고, 삼성 포수 김영진은 경기를 이겼다는 기쁜 마음으로 팬 서비스 차원에서 관중석으로 종료 경기구를 집어 던졌다. 상황이 미심쩍었던 삼성 백인천 감독의 장재중을 태그 하라는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기도 전에 모든 일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놓칠 김성근(쌍방울) 감독이 아니었다. 헛 스윙 삼진 후, 잔뜩 풀이 죽어 덕 아웃으로 들어오는 장재중을 향해 1루로 뛰어나가라는 사인을 보냈고, 곧바로 덕 아웃을 박차고 나와 그라운드를 벗어나려는 주심을 가로막아 섰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상황이기 때문에 장재중은 태그 되거나 공이 1루에 먼저 닿기 전에는 아웃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의 어필을 하기 위해서였다. 규칙상 완벽한 어필이었다. 결국 4심 합의 끝에 경기종료 선언은 번복될 수밖에 없었고, 재개된 경기에서 쌍방울은 여러 관계자들의 은근한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고(?) 기어이 경기를 6-4로 뒤집어 버렸다. 이상이 프로야구 28년 경기역사에 있어 가장 후 폭풍이 컸던 ‘김영진의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사건’ 전말이다. 당시 김성근 감독의 어필이 받아들여졌던 이유는 낫 아웃 관련규칙 때문이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종료된 경기의 번복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규칙 6.09 (b)에는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상황에서 주자가 된 타자가 벤치나 자신의 수비위치로 가다가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1루로 가려고 했을 경우, 그 주자가 덕 아웃이나 덕 아웃의 계단까지 들어가기 이전이라면 정상적인 주자로 간주한다’라는 내용의 규칙이 들어있다. 바로 이 규칙부분 때문에 장재중의 뒤늦은 주루시도가 정당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장재중처럼 한참 후에 상황을 깨닫고 플레이에 끼어들게 되면 수비측의 정상적인 다른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쳐 상황이 단단히 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일각에서 제기하기도 했지만, 수비측도 끝까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는 주장이 좀더 힘을 얻어 규칙변경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었다. 이후 물 밑에서만 논의되던 규칙 ‘6.09 (b)’는 2007년 메이저리그의 동일 규칙에 대한 적용기준 변경 결정에 힘입어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고, 수 차례의 검토와 논의 끝에 국내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의 변경된 적용기준을 그대로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으게 된 것이다. 2007년 메이저리그에서 변경된 6.09 (b)의 낫 아웃관련 규칙내용은 다음과 같다. ‘낫 아웃 상태에서 타자가 처음부터 1루로 향하려는 의도를 지니지 않은 채 홈 플레이트 주위의 흙으로 뒤덮인 원(dirt circle)을 벗어날 경우, 자동아웃으로 인정한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국내프로야구에 적용될 규칙 문안은 이렇다. ‘제3스트라이크를 포수가 잡지 못하여 타자가 주자가 된 뒤, 타자가 주자의 의무를 포기하고 홈 플레이트 주위의 흙으로 뒤덮인 원을 벗어나 벤치 또는 자신의 수비위치로 가려는 행위를 했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면 아웃을 선언할 수 있다.’ 1997년 장재중이 낫 아웃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덕 아웃 앞에까지 등을 돌리고 갔던 상황을 여기에 대입하자면, 장재중은 김성근 감독의 주루 지시 이전에 아웃이 된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규칙개정이 좀더 빨리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시기적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도 그 시절의 낫 아웃 해프닝과 엮여 온갖 분진을 혼자 뒤집어 쓰고 있는 포수 김영진을 생각하면 그와 같은 불운의 선수를 더 이상 만나지 않을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라 하겠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2006년 7월 23일 인천 문학 구장에서 열렸던 SK 와이번스 코칭스태프와 연예인 야구단 올스타의 수재민 돕기 경기에서 SK 장재중 코치가 홈런을 날리고 들어오자 연예인 올스타의 포수 배칠수가 하이파이브로 맞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