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2010 기록강습회로 이어진 야구열풍
OSEN 기자
발행 2010.02.17 10: 04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준우승이라는 국가대표 야구팀의 혁혁한 성과물이 기폭제가 되어 일기 시작한 야구열풍이 사상 첫 2년 연속 '정규리그 500만 관중돌파'라는 큰 결실로 이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나 한 때의 유행성 바람몰이가 아니었음을 이번 겨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전지훈련지에서 연일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는 선수들이 잠시 자리를 비웠음에도 국내 팬들의 야구를 향한 뜨거운 열정은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과 근래 들어 피부로 느껴보지 못했던 연일 계속된 겨울한파도 팬들의 야구에 대한 열망을 움츠러들게 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지난해 11월 첫 문을 연 10주 과정의 심판학교 야구심판 양성과정에 정원의 3배가 넘는 3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려 시작부터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는데, 이번 달 예정된 야구기록 강습회에도 예년 대비 거의 2배에 가까운 수강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매년 200명 안팎에서 마무리되던 참가자가 올해는 접수가 아직 진행 중에 있음에도 이미 300을 넘어 400명 가까이까지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로 29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야구기록강습회(2월 19~21일)는 야구기록법과 기록에 관련된 규칙들을 팬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해마다 KBO가 열고 있는, 팬들과 마주하는 실질상의 시즌 첫 공식행사다. 일반 야구팬들을 대상으로 기록강습회를 갖는 이유는 야구기록법이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야구경기를 관전하는데 있어 팬들에게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야구관련 정보들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가끔은 강습회를 통해 공식기록원이 선발되기도 하지만, 이는 강습회를 여는 주된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참가자의 신분이나 나이, 성별에 따른 제약이 없다. 초등학교 어린이도, 환갑을 훌쩍 넘긴 어르신도 야구기록에 대한 관심만 갖고 있다면 수강이 가능하다. 수강신청 마감을 앞둔 현재(17일 기준), 접수자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10대에서 50대까지 그 폭이 아주 넓다. 서류상 최연소 참가 예상자는 12세이며, 접수 최연장자는 52세로 파악되고 있다. 성별도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지 않는다. 아무래도 야구가 운동종목이라 남성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 같지만, 수강신청자의 남녀비율이 6:4에 이를 정도로 여성 신청자의 수도 만만치 않다. 그야말로 야구 사랑하는데 남녀 노소가 따로 없다. 강의와 진행은 현역 공식기록원들이 맡아 진행한다. 혹시 강의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야구기록 초보자를 강습대상의 기준점으로 삼아 강의 내용과 일정이 짜여져 있다. 물론 3일간의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겠지만, 계획된 강습과정을 충실히 소화한다면 아직 야구기록법을 몰랐던 분들에게는 야구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리라 여겨진다. 또한 이미 야구기록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미처 알지 못했던 기록규칙들을 배워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안타나 실책은 어떤 기준을 갖고 기록원들이 판정을 내리는지, 구원승리투수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수비수의 실책은 어떤 경우에 기록되고 소멸이 되는지, 타점으로 기록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어떤 경우인지, 투수의 투구이닝과 자책점으로 결정되는 방어율(평균자책점)은 어떤 이론 위에서 결정되고 적용되는지, 도루가 기록이 되는 때와 그렇지 않은 때의 차이는 무엇인지…. 이외에도 기록규칙과 관련된 무수한 얘기들이 실제 경기의 예들과 함께 다루어지게 된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야구에 대한 얘기만 주고 받는 이야기 장터.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에게 오아시스를 만난 희열처럼 기록강습회가 그렇게 다가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지나친 욕심일까? 선수들에게 팬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처럼 공식기록원들에게는 귀한 시간을 쪼개어 기록강습회를 찾아주는 팬들이 큰 힘이 된다. 다만 야구기록에 대해 전문가 못지 않은 깊은 조회와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팬들에게 보다 체계화된 기록지식 전달과 만남의 기회를 좀더 늘리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향후 기록강습회를 지금보다 더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매년 서울위주로 열리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기록강습회를 접할 기회를 갖기 어려운 지방의 야구팬들을 위한 배려문제도 깊이 고민 중이다. "1년 중에 가장 슬픈 날은 야구시즌이 끝나는 날이다."(The saddest day of the year is the day baseball season ends.) 역설적으로 야구기록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있어 1년 중에 가장 기쁜 날은 기록강습회가 열리는 날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만들어보고 싶다. 하루가 다르게 부쩍 늘어가는 수강신청 접수번호를 헤아려보고 있노라면, 며칠 후 야구기록의 장에서 만나게 될 팬들 생각에 기쁘다가도 일견‘실망시켜 드리지 말아야 할 텐데….’ 라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러오곤 하는 이맘 때다. 윤병웅 KBO 기록실장 2009년 야구기록강습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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