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 만루가 되면 스포츠 캐스터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대량득점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정황상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실상 득점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물론 아웃 카운트별 상황에 따라 또는 투수나 빅 찬스를 맞이한 타자의 기량차이에 따라 그 결과는 천양지차가 되겠지만, 여러 해를 거치며 수치로 나타난 상황별 만루 때의 득점성공률은 과연 얼마나 될지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다. 쿠바를 상대로 한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 한국대표팀이 9회말 1사 만루(3-2 리드상태)라는 절체절명의 역전위기를 극적으로 벗어나며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내던 순간, 사람들은 너도나도 ‘하늘은 우리편’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만큼 실점으로 이어질 확률이 너무나도 높았던 상황이었기에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는 사실 자체가 꿈만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통계적으로 1사 만루에서 단 1실점도 하지 않고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확률은 수학적으로 과연 얼마나 될까? 공식적으로 한국프로야구의 각종 기록과 통계 부문을 전담하고 있는 스포츠 투아이에서 제공한 상황별 득점 분포표에 따르면, 1사 만루에서 무실점으로 위기를 벗어날 확률은 34%였다. 반대로 해석하자면 66%의 득점성공률로 재 해석할 수 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3-2에서 1실점을 해 동점으로 갈 확률은 25%, 2점 이상 실점하며 쿠바에 역전패를 당할 확률은 41%였다. 확률로 볼 때 올림픽 금메달은 당시 TV 해설위원의 말처럼 정말로 하늘이 내린 선물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확률을 끌어내는데 이용된 데이터는 1988년부터 2009년 전반기(6월30일)까지에 이르는 22년간의 경기(총 2만1152가지 상황)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두 해 치를 근거로 산출해 낸 결과보다는 그 신빙성이 상당히 높다고 하겠다. 그러면 1사 만루보다 더 황금찬스로 일컬어지는 무사 만루 때의 득점확률은 수치상 어떻게 나와 있을까? 총 2942번의 무사 만루 상황 하에서 1점 이상 득점을 뽑아낼 확률은 무려 86%에 이르고 있다. 역으로 계산해 수비 측이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막아낼 확률은 겨우 14%밖에 안된다는 얘기가 된다. 앞에서 1사 만루 때의 무실점 성공 확률이 34%라고 했는데 무려 20%가 낮게 나왔을 만큼, 무사 만루를 완벽하게 막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 수 있다. 한편 2사 만루는 주자와 관계없이 타자만 아웃시키면 끝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실점 확률이 67%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역시 반대로 득점 성공확률은 33%. 그러면 TV 중계 캐스터의 말대로 만루상황에서 대량실점을 할 확률은? 무사 만루 상황에서 3점 이상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확률은 무려 40%에 육박(.396)하고 있다. 1사 만루 때(.252)나 2사 만루 때(.118) 기록된 확률의 두세 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다. 총 9가지에 이르는 아웃카운트별 주자 만루 상황 때의 득점 성공률을 높게 나타난 순서대로 쭉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무사 만루 3득점 이상(39%)-1사 만루 3득점 이상(25%)-1사 만루 1득점(24.6%)-무사 만루 1득점(24.3%)-무사 만루 2득점(21%)-1사 만루 2득점(16%)-2사 만루 3득점 이상(11%)-2사 만루 2득점(10.9%)-2사 만루 1득점(10.4%)의 순이다. 이 득점 성공률 순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 하나가 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득점이 이루어진 확률을 비교해보면 1, 2점이 난 각각의 경우보다 3점 이상의 대량득점으로 연결된 경우가 조금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큰 것 한방에 대량 득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사 후에 실점으로 연결될 경우 투수의 실망감이 이후 투구내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한편 2사 만루 상황에서 1점과 2점이 기록된 각각의 경우(10.4%-10.9%)가 대동소이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2사 후에는 단타에도 투구와 동시에 스타트를 끊기 마련인 2루주자의 움직임이 잘 반영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만루 얘기는 이쯤에서 접고 지난해 한국시리즈 7차전의 끝내기 홈런(KIA, 나지완)이 터졌던 당시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의 득점성공률은 수치로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동일 데이터에 의하면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확률은 겨우 16%였다. 그것도 1점만 나고 끝날 확률은 단 7%.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에 터져 나온 또 하나의 우승 결정 끝내기 홈런(삼성, 마해영) 역시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기록된 16%의 기적이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2008년 8월23일, 베이징올림픽 한국과 쿠바와의 야구 결승전에서 마무리로 나선 정대현이 9회말 1사 만루의 위기를에서 병살타로 경기를 매조지한 후 포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