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외마디 파열음인‘딱’소리와 함께 새까맣게 하늘 높이 떠올라 외야 관중석 위로 사라지는 힘 좋은 타자의 대형타구. 보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턱이 들린 채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기 마련이지만 그럴 때마다 홈런을 얻어맞은 투수 말고도 한숨부터 내쉬어야 하는 사람이 야구장 안에 또 있다. “도대체 몇 미터나 날아간 거야?” 일반적으로 외야 담장 부근에 타구가 떨어지면 담장 벽면에 새겨져 있는 거리표시를 참고로 해 얼마쯤 날아갔다고 금새 추정거리를 계산해내지만, 외야 관중석 상단부에 홈런타구가 떨어지면 타구의 비거리를 계산하는데 있어 약간 시간이 걸린다. 공식기록에서는 추정 비거리를 100m, 105m, 110m 등 5m 단위로 끊어 표기하고 있기 때문에 외야담장으로부터 눈짐작으로 단계별 누적거리를 헤아리는 다소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런 방법 조차도 무용지물인 경우가 있다. 홈런타구가 야구장 밖으로 아예 사라져버렸을 때다. 장외홈런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쫓아가 따로 거리를 재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고, 그렇다고 기록원이 경기를 보다 말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비거리를 추정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게 된다. 그나마 대전이나 대구, 광주 등 야구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구장인 경우에는 장외홈런이라 하더라도 큰 단위의 비거리로 추정하는 일이 드물어 다행이지만, 잠실이나 사직, 문학구장에서 장외홈런이 터지는 경우에는 정말로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다.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최장거리 홈런기록은 150m이다. 원년(1982) 백인천(MBC) 감독 겸 선수가 동대문구장에서 기록한 것을 시발로 양준혁(1997년. 삼성), 김동주(2000년. 두산), 이대호(2007년. 롯데) 등 모두 4명이 최장거리 홈런타자로 등재되어 있다. 이중에서 장외홈런은 김동주와 이대호의 홈런이 유이하다. 그것도 잠실과 사직에서. 2000년 당시 두산 김동주의 타구가 떨어진 지점을 찾아 직접 확인하고 실측한 결과를 토대로 발표했던 거리는 150m를 약간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백인천과 양준혁의 150m 홈런 국내기록은 지금이라면 150m까지 추정될 만한 거리는 아니다) 2007년 사직구장에서 장외홈런을 기록한 이대호의 150m 타구도 관계자가 낙구지점의 목격자를 둘 이상 확보하고 실측과정을 거친 후, 공식기록원의 인정을 얻어 탄생한 기록이다. 이 타구 역시 150m를 살짝 웃도는 수치로 기억된다. 이후 한동안 초대형 홈런이 뜸하다 싶었는데 가라앉아 있던 홈런 비거리 시비가 2010 시즌 벽두부터 도마 위에 잠깐 올랐다 거품처럼 꺼져버린 일이 일어났다.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개막 2연전 이튿날(3월28일), 최희섭(KIA)이 1회초에 친 투런홈런이 장외로 나간 것 같다는 중계방송 멘트가 발단이었다. 타구를 쫓던 카메라 화면에서 타구가 외야관중석 상공에서 사라져버리자 야구장 밖으로 타구가 날아간 것으로 착각한 데서 일이 커져버린 것이다. 그러면 중계화면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타구를 목격한 사람들의 눈에는 최희섭의 타구가 어떻게 보였을까? 중계석에서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타구가 장외로 나간 것처럼 보였을까? 생각해보면 상황자체가 그럴 소지가 있는 환경요인을 안고 있기는 했다. 해가 뜬 낮 경기에서 타자가 친 하얀색의 야구공이 밝은 햇살 속으로 사라지는 일은 평소에도 가끔씩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착시현상은 기록석이라고 다르진 않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날 최희섭의 타구를 쫓던 기록원들의 눈은 끝까지 공을 놓치지 않았다. 만일 홈런 비거리를 추정해 발표해야 하는 공식기록원들까지 타구의 낙구지점을 시야에서 잃어버렸더라면 중계화면이 리드한(?) 최희섭의 비거리를 놓고 한바탕 곤욕을 치르게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가정이지만 이날 최희섭의 우중간 타구가 잠실구장 장외로 날아갔다면 무조건 한국프로야구 최장거리 홈런이다. 타구방향이 잠실구장의 가장 깊숙한 곳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거리 문제는? 메이저리그의 최장거리 홈런기록은 미키 맨틀(1953)의 172m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블라디미르(신시내티)의 150.8m이다. 수치가 우리보다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5m 단위가 아니라 단단위까지 세세하다. 우리도 모든 홈런을 단단위까지 세밀하게 발표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큰 구장의 장외홈런이라면 공식기록원들의 막연한 추정판단에 의지하기 보다 시간이 좀더 걸리더라도 실측과정을 거쳐 단단위까지 발표해 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150m가 아니라 152.5m 등의 방식으로. 시시비비 없이 신뢰할 만한 최장거리 홈런기록도 기록이지만, 그것이 초대형 홈런 앞에서 막막해 하는 공식기록원들의 비거리에 대한 곤혹스런 짐을 덜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최희섭이 3월28일 잠실 두산전에서 장외 논란이 된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귀환, 김상현과 나지완의 환영을 받고 있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