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초반 11-3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주전들을 빼며 경기를 반쯤 포기(?)했던 한화에 14-15로 대역전패를 당했다는 경기 결과(4월 9일. 사직)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이 경기에서 두 팀이 양산한 안타수의 합계가 무려 51개(롯데 27, 한화 24개)에 이른다는 사실은 눈과 귀를 의심케 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불과 1년 전인 2009년 5월 15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던 히어로즈와 LG의 경기에서 새로 작성된 한 경기 최다 안타기록 40개(LG 25, 히어로즈 15개)를 두어 개도 아니고 ‘11개’나 훌쩍 오버시킨 엄청난 수치였기 때문이다. 말이 쉬워 ‘51안타’지 양 팀의 18개 타순 중에서 1개를 제외한 17개 타순이 안타 3개씩을 몰아쳐야만 도달가능한 것임을 감안하면 장차 쉽사리 깨지기 힘든 대기록들 중의 하나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내용이 이렇다 보니 이날 안타 3개를 친 타자는 아예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타격관련 기록들이 즐비하게 쏟아졌는데,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록은 단연 가르시아의 7타석 7타수 7안타였다. 가르시아를 상대한 한화의 투수는 선발 안영명을 비롯 모두 5명. 두 번째로 등판했지만 가르시아와 맞상대할 기회가 없이 마운드를 물러난 안승민을 제외하면 가르시아와 만난 투수 전원이 안타를 허용했다. 지금까지 한국프로야구의 종전 한 경기 최다안타 기록은 6개였다. 2000년 김기태(삼성)가 대구 두산전(7월 25일)에서 기록한 것을 필두로 2002년 채종범(SK. 대구 삼성전), 2006년 장성호(KIA. 수원 현대전), 2007년 양준혁(삼성. 수원 현대전), 2008년 이택근(히어로즈. 광주 KIA전) 등이 각각 한 경기 6안타씩을 몰아친 바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의 개인 한 경기 최다 안타기록 역시 7안타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75년 9월 16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의 레니 스테넷(Rennie Stennett)이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7타수 7안타를 때려낸 바 있다. 이날 피츠버그는 24안타를 몰아치며 22-0의 대승을 거두었다. 공의 반발력이 지금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 일명 ‘데드볼 시대’로 일컬어지는 아주 오래 전으로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1892년 6월 10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윌버트 로빈슨(Wilbert Robinson)이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와의 경기에서 7안타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일본 역시 1949년 11월 19일 오시타 히로시(도큐)가 다이요 전에서 작성한 한 경기 7안타 기록이 최다 기록이다. (센트럴과 퍼시픽 양 리그로 갈린 1950년 이후로는 6안타가 최다기록이다) 한편 가르시아는 내친김에 또 하나의 새로운 기록을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바로 개인 연타석 안타기록이었다. 현재 연타석 안타기록은 한화에서 은퇴한 김민재가 SK 소속이던 2004년 9월에 작성한 9연타석 안타가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4사구와 희생타 등을 제외한 연타수 안타기록은 1987년 삼성 유중일의 11연타수 안타가 최고기록이다) 7연타석 안타를 하루에 몰아친 가르시아가 4월 9일 한화전을 전후로 연이어 안타를 때려냈다면 연타석 안타 신기록도 가능했겠지만 가르시아는 4월 8일 LG전 마지막 타석에서도, 최다기록 작성 다음날인 10일 한화전 첫 타석에서도 안타를 기록하지 못해 연타석 안타 신기록을 향한 이방인의 도전은 끝내 실패로 막을 내렸다. 참고로 명예스럽지 못한 개인 연타석 무안타 기록은 ‘47 연타석 무안타’가 최다 기록이다. 1983년 당시 OB의 주전 유격수이던 유지훤에 의해 세워진 기록으로 7월 12일부터 8월 6일까지 17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개의 빗맞은 안타도 얻어내지 못하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한 경기는 아니지만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안타를 쳐낸 특별한 기록도 연감에 올라있다. 더블헤더를 치르면서 한 개인이 때려낸 안타수의 최다기록이다. 1990년 5월 19일 삼성의 강기웅이 대구에서 열린 LG와의 더블헤더에서 뽑아낸 9안타가 최다기록이다. 당시 1번타자 강기웅은 1차전에서 5타수 5안타, 2차전에서 5타수 4안타의 맹타를 과시하며 하루 9안타라는 무지막지한 기록을 수립했다. 한해 동안 1군 경기에서 안타를 채 10개도 채우지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널린 것을 생각한다면 단 하루에 비질하듯 안타를 쓸어 담는 일이 보기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닐 진데, 평소 3할 타자의 기량, 기교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가르시아에게는 이날 공이 도대체 어떻게 보였길래 7안타를, 그것도 빗맞은 내야안타 하나 없이 전부 외야로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를 날릴 수 있었는지…. 사회인야구에서나 나옴직한 그림들이 그저 궁금할 뿐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