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한국야구의 미래가 담긴‘퓨처스 올스타전’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0.07.21 14: 04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 속, 게다가 장마전선까지 더해 습하기까지 한 찜통 날씨였지만 제주 오라구장을 향한 야구팬들의 발길에 구장 주변은 사람간의 왕래가 불편할 정도로 사방 복닥거리는 풍경이었다.
본 경기인 퓨처스 올스타전에 앞서 연예인으로 구성된 천하무적 야구단의 친선경기가 예정되어 있어 그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한데 몰려 일어난 바람몰이 현상이긴 했지만, 이유야 어쨌건 팬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은 바다건너 제주라고 다르지 않았다.
2007년 처음 시작된 ‘퓨처스 올스타전’은 2군 리그 올스타전으로 2군 선수들의 사기진작과 동기부여, 그리고 팬들에게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와 관심 증폭을 위해 마련된 또 하나의 야구축제이다.

그러나 퓨처스 올스타전은 1군 선수들의 정식 올스타전과는 그 성격이 약간 다른 부분이 있다. 같은 올스타전의 성격을 지니고는 있지만 완전한 축제 형식의 1군 올스타전과는 달리, 2군 선수들의 올스타전은 경기 내용면에서  상당히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여준다.
평소 관중도 거의 없고, 관심을 가지고 찾아주는 관계자들의 발걸음도 상대적으로 뜸하기 마련인 현실에서 언론사와 방송국 매체를 통해 경기모습이 보도되고, 각 구단 고위 관계자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이 경기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로 눈도장을 받으려면 단 하나의 공과 단 한번의 스윙에 혼을 담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과거 3번의 퓨처스 올스타전(춘천 의암구장)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현재 모습을 보면 2군 선수들에게 퓨처스 올스타전이 어떤 의미로 다가서고, 야구인생에 있어 어떤 터닝 포인트의 계기가 되는지를 여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우선 역대 MVP 자리에 올랐던 선수들 중 채태인(2007년. 삼성)과 전준우(2008년. 롯데)가 그렇다. 2010년 현재 팀의 중심타자로서 젊은 사자들로 탈바꿈한 삼성 세대교체의 핵심선수라 할 수 있는 채태인은 2007년 당시 1군 무대(31경기 출장)와는 다소 거리가 먼 처지의 선수였지만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포함, 3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그의 타격 재능을 강하게 어필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또한 최근 공,수,주를 겸비 롯데의 신병기로 급부상 중인 전준우도 2008년 당시 1군 무대경험(15경기 출장)이 일천한 신세였지만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만루홈런을 포함, 3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전준호’가 귀에 익숙한 부산야구팬들에게 ‘전준우’라는 어감이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이름 석자를 만천하게 알린 경우다.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올 시즌을 기준으로 각 팀의 주전선수로 맹활약 중인 선수들은 위에서 거론한 두 선수 말고도 수두룩하다.
2008년 신인왕에 올랐던 최형우(삼성)와 팀 내 클린업 동료 박석민, 롯데의 박종윤, 한화의 전현태, 2010 시즌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두산의 포수 양의지, 히어로즈(롯데행 미확정)의 황재균, 류현진(한화)과 더불어 한국프로야구 마운드의 좌완 쌍두마차로 자리매김한 SK의 김광현, 두산과 삼성의 좌완투수 이현승, 차우찬 등이 미래의 꿈나무 자격으로 2007 퓨처스 올스타전에 참가했던 선수들이다.
또한 제2의 장종훈으로 불리며 올 시즌 초반 홈런레이스를 주도해 나갔던 한화의 최진행과 삼성 마운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이우선, 중량감 있는 삼성 좌타자 라인의 또 다른 희망 조영훈, LG의 젊은 안방마님 김태군 등의 이름은 2008년 기록지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2009년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 4년차로 올 시즌 부쩍 성장한 모습으로 환골탈태한 롯데의 손아섭, LG의 유격수자리를 당당히 꿰찬 신세대의 상징 오지환, 한화 마운드의 허리 구실을 맡고 있는 허유강, 삼성과 KIA 투수진의 젊은 피 백정현과 전태현 등이 올스타전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알렸다.
멀리 제주로 장소를 옮겨 치러진 이번 2010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은 또 누가 있었을까? 머지 않은 미래에 한국프로야구 1군 무대를 마당 삼아 종횡무진 활약할 선수들이 분명 여럿 나올 것이기에 그 궁금증이 경기 전부터 적지 않았다.
3점 홈런을 포함, 3타수 2안타 4타점으로 남부팀 대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해 올스타전 MVP로 선정된 좌타자 김종호(삼성)는 2007년 데뷔한 중고 신인이다. 프로 입단 후 상무를 거쳐 삼성으로 복귀했지만 아직 1군 무대 출전경험은 전무한 상태다.
우수투수로 선정(3이닝 무실점)된 좌완 유희관(두산)은 2009년 입단한 2년차 선수로 북부리그에서 다승 3위(7승)를 달리며 은근히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이며, 또 한 명의 우수투수로 선정되어 공동 수상(2이닝 무실점)한 좌완 하준호(2008년 롯데입단) 역시 남부리그에서 평균자책점 2.78의 뛰어난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기대주다.
특히 퓨처스리그 남, 북부를 통틀어 가장 많은 19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두산의 이두환(2007년 두산입단)은 명성대로 홈런레이스에서도 1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는데, 더욱 큰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185cm에 105kg이라는 거구 때문이었다. 이두환은 홈런레이스에 이어 벌어진 본 경기에서도 선제 2점홈런을 때려내는 등 가공할 장타력을 보여주며 두산 베어스의 미래를 책임질 또 한 마리의 아기 곰(?)으로 부각되었다. 이두환의 1군 경험은 데뷔 하던 해(2007) 딱 한 번 타석에 나와 삼진으로 물러난 것이 전부다.
그 밖에도 눈길이 가는 선수가 몇 명 더 있었지만 중략하기로 하고 주목을 받았던 선수들을 포함, 퓨처스 올스타전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향후 어떤 길을 걷게 될 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자.
한편 퓨처스 게임(한국에서는 퓨처스 올스타전)이라 이름 붙여진 꿈나무들의 경연장은 1999년 미국 펜웨이 파크에서 처음 열린 것을 시작으로 매년 메이저리그 산하 팀들을 대상으로 미국선수와 기타 외국계선수들 중 유망주들을 동수(25명)로 선발해 승부를 겨루도록 하고 있는데, 현 두산의 김선우가 1999년 미국의 퓨처스 게임에 참가 2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선보인 것을 필두로 최희섭, 송승준, 서재응, 추신수 등이 모두 한 번 이상 퓨처스 게임에 참가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사진>2010 퓨처스올스타전 MVP로 선정된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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