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궁금한 로이스터의 2010년판 SPO 버전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0.09.28 14: 59

2전 3기다. 2008년 롯데에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한 제리 로이스터가 2009년에 이어 3년 연속 SPO(Semi Play Off= 준플레이오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신이 감독으로 오기 전까지 무려 7년 내리 4강권에서 탈락, 가을야구와는 늘 거리를 두고 살았던 만년 꼴찌 롯데를 부임 첫 해에 일약 4강권 안으로 올려 놓는데 성공한 로이스터 감독.
이듬해인 2009년에도 로이스터는 롯데를 또다시 4강권에 안착시키며 전년도의 작은 기적이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냈고, 2010년에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롯데를 3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키며 오랫동안 구겨져왔던 구도 부산의 자존심을 있는 대로 곧추세웠다.
외국인 감독의 특성상 학연이고 지연이고 얽매일 일 없이 보는 대로, 보이는 대로 믿음과 뚝심을 바탕으로 최고는 아니었지만 3년간 성공적으로 정규시즌을 이끌었던 로이스터. 

그러나 언제나 당당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도 늘 한쪽 구석 어딘가에 채워지지 않은 듯한 아쉬움과 허전함이 묻어나는 것은 바로 포스트 시즌 성적 때문이었다.
4강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던 2008년의 SPO 3연속 패. 이제는 4강이 아니라 좀더 높은 곳을 향해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외쳤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임을 확인한 채 까치발을 내려야 했던 2009년의 SPO 1승 후 3연속 패.
두 차례에 걸친 SPO에서 연이어 미끄럼틀을 탔던 롯데에 2010년 또 한 차례의 기회가 주어졌다. 관계자들의 SPO 판도 예상치도 지난 2년간에 비해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다. 무기력하게 주저 앉았던 과거의 SPO 때와 비교해 이번 롯데의 전력은 어느 높이쯤 올라가 있을까? 투, 타로 나누어 그 수위를  파악해 보도록 하자.
8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
2008년 롯데는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SPO의 맞상대는 삼성. 그 해 롯데는 대 삼성전에서 10승 8패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SPO 1 ,2, 3차전의 롯데 선발은 송승준, 손민한, 장원준. 모두 그 해 12승씩을 올리며 롯데 마운드를 이끌어온 삼두마차 선발진이었다. 그러나 세 명의 선발투수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모두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3패로 이어졌다. 
타선에서는 톱타자 김주찬을 필두로 조성환, 이대호, 가르시아가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했고, 포수에는 강민호, 외야진은 이인구와 이승화가 수비에서 힘을 보탰지만, 삼성의 벽을 넘는 데는 실패.
그러나 SPO 시리즈가 끝났을 때 롯데는 패자가 아닌 승자의 대우를 받았다.
PO진출에는 실패했지만 8년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 꿈을 이루어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큰 위안거리였고, 로이스터가 대구원정 응원을 끝까지 펼친 1루측 팬들 앞에서 보인 눈물은 SPO에서의 모든 허물과 아쉬움을 씻어내고도 남음이 있었다.
9년 만에 맛본 포스트 경기 첫 승
2009년 롯데는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하며 상대를 두산으로 바꿔 SPO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록 시즌 승률 5할이 채 안 되는 4위였지만 두산에는 그 해 상대전적서 10승 9패로 앞서 있던 터라 승부는 섣부른 예측을 불허하고 있었다. 
롯데는 1차전서 그 해 다승 1위(공동 14승)에 빛나는 에이스 조정훈을 내세워 1승을 먼저 따내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데 성공했지만 그것이 시작이자 끝이었다. 조정훈과 함께 10승대 투수 트리오였던 장원준과 송승준(이상 13승) 그리고 배장호가 차례로 선발로 나선 2, 3, 4차전을 모두 두산에 일방적으로 몰린 끝에 무기력하게 내주며 또다시 분루를 삼켜야 했다.
타력에서 롯데는 두산으로부터 영입한 홍성흔을 신병기로 내세워 중심타선을 한층 강화했지만, 주전포수 강민호의 결장과 내외야 수비진의 실책 연발로 2차전 이후 이렇다 할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내리 3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SPO 시리즈 동안 롯데가 저지른 기록된 실책수만 무려 8개. 실책‘0’의 두산을 누르기엔 투타가 아닌 수비부터 역부족이었다. 
SPO 시리즈가 끝나고 로이스터 감독은 망연자실할 패장임에도 먼저 두산의 덕아웃을 찾아가 승장 김경문 감독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대범함으로 역시 팬들로부터 비난이 아닌 박수를 이끌어냈다.
11년 만의 PO 진출을 위한 삼세 번의 도전
2010년 롯데의 출발은 아주 좋지 못했다. 그러나 최하위에서 시작한 롯데는 야금야금 순위를 끌어올리며 여러번의 고비를 이겨내고 또다시 4강권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롯데 역사상 최초의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이었다.
SPO의 상대는 1년 전 아픔을 주었던 바로 그 팀, 두산과의 리턴 매치. 투수력에서 롯데는 과거 2년간 그래왔듯, 10승대 투수 트리오(사도스키, 송승준, 장원준)를 전면에 내세워 복수전에 나선다. 비교적 선발진은 안정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 마운드지만 특급 투수 부재의 아쉬움과 중간 이후의 계투진과 마무리의 불안감은 여전히 롯데의 가장 큰 취약점이 되고 있다.
타력에서는 과거 2년간에 비해 상당부분 업그레이드가 된 모습이다. 기존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했던 조성환, 이대호, 홍성흔, 가르시아의 화력이 전보다 한층 중량감을 더하고 있고, 여기에 포수 강민호 그리고 공,수,주에 걸쳐 두루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는 전준우와 넥센에서 이적해 온 황재균 등이 타선 전체에 두루 포진해 상대에게 심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을 주고 있다.
수비에서도 3루수 황재균의 영입과 중견수 전준우의 등장으로 전보다 내외야에 걸쳐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두어 군데 포지션의 불안감이 잔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2% 모자란 느낌이다.
얼마 전 롯데 팬들은 시즌 종료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에 계속 남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신문지상에 광고를 싣고 야구장에 큼지막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롯데의 포스트 시즌 경기 결과보다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뤄내고, ‘두려움은 없다’라는 기치 아래 롯데의 팀 컬러를 공격적으로 완전히 탈 바꿈 시킨 로이스터 감독의 공로에 대한 고마움이 더 크게 둥지를 튼 모양이다.
지난 2년간 SPO에서 대패 또는 완패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우리가 못해서 진 것이 아니라 상대가 우리보다 강해서 진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밝혔던 로이스터가 들고 나올 2010년판 롯데 야구의 업그레이드 버전은 어떤 모양과 성능을 탑재하고 나올 지, 그 실체가 무척 궁금하다.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다. 승부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은 다음, 그 준비가 얼마나 잘 되었는지를 확인하러 들어가는 작업이라고. 
두 번의 실패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한 준비가 덜 되었음을 몸으로 직접 확인한 바 있는 로이스터 감독이 준비한 다음 수는 과연 무엇일까?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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