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이 소속되어 있는 지바 롯데 마린즈가 2010 일본시리즈에서 센트럴리그 우승팀인 주니치 드래곤즈를 꺾고(4승 1무 2패) 정상에 오르자 마치‘올 것이 왔다’는 듯 곳곳에서 일본 프로야구의 포스트 시즌 제도에 관한 뒷말들이 무성하게 일었다.
그 이유는 퍼시픽리그 소속팀인 지바 롯데가 정규리그 3위(75승 67패 2무)로, 그것도 4위였던 일본 햄 파이터스(74승 67패 3무)에 0.5경기라는 간발의 차로 어렵사리 포스트 시즌 티켓을 따냈으면서도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정규리그의 상위 순위 팀들(퍼시픽 2위 세이브-퍼시픽 1위 소프트뱅크-센트럴리그 우승팀 주니치)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우승을 거머쥐었기 때문이었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3위 팀 우승신화가 그들에겐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결과였던 모양이다.
양대 리그(센트럴, 퍼시픽)로 나누기 시작한 1950년 이후 전통적으로 각 리그 우승팀끼리의 일본시리즈만을 개최해왔던 보수적 성향의 일본이 생각을 바꾸어 포스트시즌 경기제도에 손을 댄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2003년까지 일본은 가을야구에 있어 양대 리그의 우승팀끼리 일본시리즈만을 치르는 전통적 방식을 고수해왔지만 2004년 퍼시픽리그가 먼저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정규리그 1~3위 팀을 가린 후, 2-3위 팀간에 스테이지 1(3판 2선승)을 먼저 갖고, 리그 1위 팀-스테이지 1 승자가 스테이지 2(5전 3선승)를 벌여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스테이지 2의 승자가 일본시리즈에 진출하도록 했다.
전통적으로 센트럴리그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아온 퍼시픽리그가 포스트 경기제도를 먼저 건드리게 된 까닭은 정규리그의 순위가 조기에 판가름 날 경우, 리그경기의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고, 흥행성 있는 별도의 이벤트 경기를 추가로 마련함으로써 팬들의 흥미를 오랜 기간 지속시키고 극대화시키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그런데 하위 팀에도 포스트 시즌 진출 기회를 부여한 데 따른 부작용(?)은 생각보다 일찍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2004년과 2005년 연속으로 퍼시픽리그 1위를 차지한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2년 연속으로 스테이지 2에서 하위 순위인 2위 팀들(2004 세이부, 2005 지바 롯데)에 나가 떨어져 일본시리즈에 오르지 못하는 역전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물론 2004-2005년에도 스테이지 2에 부전승으로 이미 올라와 있는 1위 팀이 스테이지 2에서 올라온 팀보다 경기 차가 5경기 이상 앞선 경우 1승을 안고 출발하는 어드밴티지를 주긴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건 때문에 실제로 이 혜택을 받은 1위 팀은 없었다)
이처럼 하위 순위 팀들이 연거푸 퍼시픽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여세를 몰아 일본시리즈마저 제패하는 현상이 거듭되자, 가장 큰 피해자였던 후쿠오카는 정규리그 1위 팀에 대한 실효성있는 어드밴티지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퍼시픽리그는 이를 받아들여 경기 차에 상관없이 1위 팀에 스테이지 2에서 무조건 1승을 안겨주는 전폭적인 지지를 선택했다.
이후 2007년에는 센트럴리그도 포스트시즌 경기제도 변경에 동참을 했다. 변화된 퍼시픽리그의 가을야구가 프로야구에 대한 전반적인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긍적인 결과를 낳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고, 대의 명분에서도 어느 한 리그만 플레이오프 제도를 실시하는 관계로 빚어지는 일본시리즈의 경기일정상이나 전력적인 면에서의 불균형 해소가 요구되었던 것이다.
벤치마킹을 할 수밖에 없는 센트럴리그 역시 퍼시픽리그처럼 리그 3위 팀까지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안을 통과시켰고, 이로써 양 리그가 동시에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되었다. 이때 붙여진 이름이 ‘클라이맥스 시리즈’.
클라이맥스 시리즈 역시 퍼시픽리그에서 종전에 시행했던 경기방식을 대부분 그대로 수용했다. 각 리그 2,3위 팀간의 스테이지 1(상위 팀의 홈 구장서 3전 2선승제)과 ‘스테이지 1 승자-리그 1위 팀’간의 스테이지 2(상위 팀의 홈 구장서 전 경기)를 연이어 갖고, 최종승자를 일본시리즈에 진출시킨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런데 센트럴리그 역시 첫 플레이오프 제도를 도입하자마자 부작용을 겪었다. 2007년 정규리그 1위 팀인 요미우리가 스테이지 2에서 정규리그 하위 팀인 주니치에 3연패를 당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이다. 그러자 요미우리 역시 정규리그 1위 팀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적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리그가 이의를 받아들여 이후 2008년부터 리그 1위 팀에게 부전승인 1승을 먼저 손에 쥐어준 상태에서 스테이지 2의 6경기를 치르도록 결정했다.
(2010년 요미우리는 리그 3위로 클라이맥스 시리즈에 올라 스테이지 1에서 2위 팀 한신을 꺾고 스테이지 2에 올랐지만, 1승을 안고 출발한 리그 1위팀 주니치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스테이지 1과 2 모두 정규리그 상위 팀 홈 구장에서 전 경기를 치르도록 한 것도 모자라 정규리그 1위 팀에게 ‘1승 출발’이라는 어마어마한 어드밴티지를 손에 쥐어준 것이다.
그런데 1승을 거저 안겨주는 어드밴티지 제도의 유리함은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1승이 아닌 상상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다.
클라이맥스 시리즈 스테이지 2는 얼핏 7전 4선승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6전 4선승제’라고 할 수 있다. 풀어 말해 1패를 안은 하위 팀은 원칙적으로 6경기에서 4경기를 이겨야 일본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다. 반면 1위 팀은 6경기에서 3경기만 잡으면 시리즈에 직행한다. 하위 팀이 만일 6경기에서 3승 1무 2패를 기록했다면 1승을 떠안은 1위 팀과 총 전적에서 3승 1무 3패의 동률을 이루게 되지만, 스테이지 2 전적이 상호 동률일 경우 상위 팀에 시리즈 진출의 우선권이 있다.
이러한 악조건 하에서 올 시즌 퍼시픽리그 3위 팀 지바 롯데는 스테이지 1 관문을 통과한 후 만난 1위 팀 소프트뱅크와의 스테이지 2에서 4승 2패(부전 1패 제외)를 거두며(기록상 전적 4승 3패) 일본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상이 포스트 시즌 제도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근자의 일본프로야구가 겪은 내홍(?) 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시점에서 궁금한 것은 순위서열상 하위 팀의 패권 차지를 그들이 과연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지의 여부다.
리그 1위 팀의 몰락 사태를 좌시하지 않았던 일본프로야구가 사상 첫 3위 팀의 ‘하극상(下剋上 ) 우승’이라는 부담스런 명제 겸 숙제를 풀기 위해 크던 작던 또 다른 개혁의 카드를 뽑아 들지는 않을런지….
정규리그와 포스트 시즌의 경계 선상에서 순위의 결과적 불일치가 주는 혼동에 혼란스러워 하는 그들의 모습에 비추어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1위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잣대는 지금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볼 때인 듯 싶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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