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으로 106년째인 한국 야구의 근간인 고교야구의 패러다임과 미래를 바꿀 역사적인 도전이 드디어 시작된다.
대한야구협회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가 김인식 ‘국민감독’을 추진위원장으로 선임해 1년 이상 치밀하게 준비해온 ‘고교야구 주말리그제’가 3월26일(토요일) 첫발을 내딛는다.
주말리그제 출범을 앞두고 17일 서울올림픽 파크텔 회의실에서 고교야구 감독과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53개 고교 팀 가운데 전주고가 선수 부족으로 전기리그에 불참하게 된 탓인지 주말리그에 대한 감독들의 걱정이 더 커졌다.
요약하면 고교간 전력 격차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전국 대회에 한번도 출전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이는 결국 고교야구 팀 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주말리그제로 전환하면 엘리트 스포츠를 추구해온 과거에 비해 선수들의 실력과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현장 지도자들의 불안과 염려는 당연하다. 야구 용어로 표현하면 새로 도입된 주말리그제는 변화구(變化球) 수준이 아니라 ‘혁명구(革命球)’이기 때문이다. 학생 야구 선수이지만 학업보다는 야구를 중심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주기적으로 열리는 전국대회에 출전해 4강 이상을 목표로 운동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온 과거와는 이제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
야구 선수도 학생임으로 학업 수준에 맞는 특별반에서 수업하거나 동급생 급우들과 같이 공부하고 방과 후 훈련한 뒤 주말이나 공휴일, 그리고 방학 기간 중 경기를 해야 한다.
‘설마 되겠어?’ 하다가 막상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니 우려와 근심이 크겠지만 다른 각도로 접근해 고교야구 주말리그제의 가치와 목표를 이해하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교야구 주말리그제의 도입 목표는 우리 학생 선수들이 과거와 현재보다 더 야구를 잘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야구 엘리트를 악착같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키워내려는 것도 아니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을 더 많이 육성해 아시아 및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더 좋은 일이지만 주말리그제 전환의 분명하고 일관된 목표는 ‘공부하면서 운동하는’ 환경을 조성해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한 선진국형 스포츠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야구가 한국보다 확실히 앞서는 것들이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공부하고 야구한 선수들의 학업 수준이다. 야구 실력에 있어서는 일부 한국 선수들에게 뒤질지 모르나 학업 능력, 상식, 사회 적응도, 국제 경쟁력 등에서는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우리 선수들의 경험에서 확인됐다.
현장의 지도자들과 선수들은 기존의 관점에서 야구 실력과 대회 성적을 걱정하고 학부모들은 대학 진학 문제를 우려하고 있으나 주말리그제의 근본 취지가 학생 선수들로 하여금 학업과 야구를 병행하면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도록 하겠다는 것임을 이해하면 발전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을 본다.
2008년 11월1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운동선수 인권 상황 실태 조사에 의하면 중, 고교 학생 선수 78.8%가 폭력을 경험하고 63.8%는 언어적인 것을 포함해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은 경기가 있을 때 하루 2시간, 없을 때는 4.4 시간 참여하고 82.1%의 학생이 수업 결손에 대한 보충 수업을 받지 못했다. 이에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과 인권 침해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08년 11월 초, 중, 고교 축구를 리그 대회로 전환하는 계획이 전격 발표되고 2009년 학교 축구 제도부터 개혁됐다. 2009년 도입된 초, 중, 고 리그의 경우 만족도가 조사결과 80%이상으로 나타나 새로 도입되는 고교야구 주말리그도 학생 야구의 새로운 변화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2010년 2월 학교야구 주말리그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인식)를 구성해 관련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회의와 공청회 개최로 준비 작업을 실행했다. 이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모든 고교 팀들이 참가하는 전국 대회의 필요성 등이 제기됐고 금년 첫해 시도를 해 본 뒤 수정 보완하는 것으로 의견을 집중시켰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걱정을 내려 놓고 모두가 힘을 합쳐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주말리그제 도입의 취지를 한번 더 생각해보면 새 제도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
/대한야구협회(KBA) 홍보이사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