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희생플라이 세계의 이모저모 (1)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3.31 07: 30

일반적인 희생플라이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타자가 친 외야플라이 타구를 이용해 3루주자가 득점했을 때 타자에게 주어지는 기록항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 경기에서도 희생플라이로 기록되는 경우의 90% 이상은 서두에 말한 간단한 정의와 상황이 대부분 일치한다. 그러나 모든 세상사에 예외가 존재하듯 희생플라이의 세계에 있어서도 변종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지난 3월 18일 두산과 한화의 시범경기(잠실)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그림의 희생플라이 하나가 기록지에 오른 일이 있었다. 1-3으로 뒤지던 두산의 5회말 1사 1, 3루 공격에서 4번타자 김동주 타석 때 벌어진 일이다. 

김동주가 친 타구가 내야에 높이 솟아오르자 한화의 2루수 전현태는 제자리 부근에서 낙구지점을 고르며 서성대다, 타구가 머리 뒤쪽으로 좀더 밀려나자 뒷걸음질치며 잡아낸 뒤,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는데….
육상부로 불릴 만큼 기동력의 야구를 추구하는 두산의 3루주자는 하필 이종욱.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었다. 2루수 전현태가 중심을 잃고 주저앉자 이종욱은 홈을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 전현태도 재빨리 일어나 홈으로 송구했지만 이종욱은 이미 홈 플레이트를 통과한 다음이었다.
공식기록은 김동주의 내야 희생플라이. 당연히 타점도 하나가 주어졌다. 전현태가 넘어진 것이 빌미가 되어 초래된 결과이지만, 타구 처리 후 야수가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을 실책으로 기록할 수는 없는 일로 희생플라이 외에는 상황을 설명할 뾰족한 답이 없었다. 20년 경력의 기록원도 내야 희생플라이는 처음인 것 같다며 기억을 더듬었지만 유사한 경우가 잘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외야로 나간 플라이타구가 아님에도 희생플라이로 기록될 수 있는 경우가 또 한가지 있다. 파울플라이 타구를 잡아낸 야수가 포구 후 덕아웃(관중석 포함) 안으로 들어가 넘어졌을 때에도 규칙에 의한 희생플라이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선 루상의 주자들에게 1개 루의 안전진루권(야구규칙 7.04)이 부여되는데 3루에 주자가 있었다면 홈으로 들어와 득점이 인정된다. 
희생(파울)플라이 기록 중에는 타자가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상황도 가정해 볼 수 있다. 가령 무사 3루, 타자가 스퀴즈 번트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번트타구가 포수 뒤쪽 파울 공간으로 높이 떴다고 가정할 때, 포수가 전력으로 달려다 다이빙 캐치했지만 이 틈을 이용해 발 빠른 3루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실책 없이 살았다고 한다면, 타자의 기록은 희생번트가 아니라 희생플라이로 돌변할 수도 있다.
다음은 타구가 아니라 주자위치를 기준으로 희생플라이를 들여다보도록 하자. 3루주자가 플라이타구로 득점했을 때에만 희생플라이 기록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드물지만 3루가 아닌 2루주자가 플라이타구로 득점했을 때에도 희생플라이로 기록될 수 있다. 
타자가 친 타구가 외야 깊숙한 곳에서 잡혔을 경우, 준족의 2루주자가 3루를 돌아 멈추지 않고 홈까지 그대로 파고들어 살았다면 타자의 기록은 희생플라이가 된다. 물론 수비측이 중계플레이 과정에서 다소 방심이 깃든 느슨한 플레이를 보여 주자가 이를 틈타 득점을 만들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딱히 수비측의 실책이나 송구행위를 이용해 2루주자가 홈까지 들어온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면 타자의 기록은 희생플라이가 된다.
만일 주자가 2,3루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희생플라이로 2타점을 올리는 일까지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한국프로야구 기록사에 2타점 희생플라이로 기록된 사례가 3차례 존재한다. 1998년 이영우(한화)를 비롯, 2005년 조동찬(삼성), 2007년 최희섭(KIA)이 각각 희생플라이로 2타점씩을 올린 바 있다.
이번에는 수비수의 처지를 기준으로 희생플라이를 풀어보자. 야구용어상 루상의 주자가 플라이타구가 잡히는 것을 확인한 후, 본래 밟고 있던 루를 떠나는 행위를 ‘리터치’라고 부른다. 따라서 3루주자가 플라이아웃 타구를 이용해 홈으로 달리기 시작할 수 있는 시점도 바로 이 리터치에 관한 규칙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희생플라이를 예로 들 때, 3루주자가 3루를 떠나 홈으로 달려도 규칙적으로 문제가 없는 시점은 수비수가 플라이타구를 잡았을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포구 후가 아니라 타구가 외야수의 글러브에 처음 닿은 순간부터 점유하고 있던 루를 떠날 수 있다는 말이다. (야구규칙 2.15) 
포구시점이 아닌 촉구시점으로 규칙에 못을 박아 놓은 이유는, 극단적인 예로 외야수가 플라이 타구를 한번에 잡지 않고 글러브로 퍼 올리는 동작을 여러 번 했을 경우, 주자의 리터치 플레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지는 것을 막음과 동시에 수비수의 포구 시도행위를 최초의 플레이로 국한시킴으로써, 이후 파생되는 공격측의 플레이를 온전히 살려내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팁으로 한 가지 더. 3루주자가 스피드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루에 붙어 있지 않고, 외야쪽으로 약간 떨어졌다가 타구가 외야수에 닿는 순간 출발하는 일명 ‘플라잉 스타트’ 역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리터치는 반드시 주자가 루에 닿아 있는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음 번에는 희생플라이의 기록적인 의미를 바탕으로 통계로 나타난 몇 가지 이야기를 곁들여 다루기로 한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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