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희생플라이 세계의 이모저모 (2)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4.07 08: 59

지난 번에는 타자와 주자 그리고 수비하는 야수의 플레이를 기준으로 희생플라이 기록에 관한 각각의 성립조건들을 따져봤는데, 이번에는 시각을 달리해 야구규칙적인 면에서 희생플라이가 어떤 성격과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또 한번 따져보도록 하자.
야구기록에는 희생의도를 감안해 타자가 통계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기록항목이 한 가지 존재하는데 흔히 희생타로 불리는 항목이 그것이다. 
희생타는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를 한데 뭉뚱그려 표현한 단어로 타자의 타율을 계산할 때 범타로 취급하지 않고 아예 제외시키고 있는 항목이다. 

그러나 희생타 기록의 내부를 파고들어보면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는 큰 차이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타율에서는 다르지 않지만 출루율 계산에서 희생플라이는 타자의 기록을 깎아 내리는 요소로 돌변한다. 즉 범타로 아웃된 경우와 똑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말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타자 개인의 연속경기 안타기록을 재단할 때 희생플라이는 연속경기 기록을 중단시키게 만드는 요소로 간주된다. 현재 한국프로야구 최다 연속경기 안타기록은 2003~2004년에 걸쳐 박종호(당시 삼성)가 세운 39경기 연속안타가 최고 기록이다. 가령 40경기 연속안타에 도전한 날, 타석에 4번나와 모두 희생번트를 기록했다면 안타를 쳐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연속경기 안타기록은 중단되지 않는다. 다음날 경기에서 안타를 만들어내면 40경기 연속안타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희생번트가 아닌 희생플라이만 4번을 기록하고 경기를 끝냈다면 연속경기 안타기록은 그 순간 중단되고 만다. 같은 희생타지만 결과는 천양지차다.
다음은 병살플레이와 희생플라이의 상관관계다. 일반적으로 무사 1, 3루에서 타자가 땅볼타구에 의한 병살타(6-4-3, 5-4-3 등의 병살플레이)를 기록했을 때, 그 순간 이루어진 3루주자의 득점에 대해서는 타자의 타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사 1, 3루에서 타자가 외야플라이 타구를 날려 3루주자가 득점에 성공했다면, 그 전후에 1루주자가 미처 귀루를 하지 못하거나 다음 루인 2루로 뛰다가 주루사하는 병살플레이를 당했다 하더라도 타자의 타점은 소멸되지 않는다. 
병살타의 경우는 타자가 땅볼타구를 날림으로써 어쩔 수 없이 본래의 루를 비워주고 다음 루를 향해 뛰어야 하는 주자를 포함한 2명 이상의 객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타자의 타점을 인정하지 않지만, 희생플라이의 경우는 2명 이상이 한꺼번에 아웃되었다 하더라도 그 원인을 타자의 타구 때문이 아닌 주자의 주루플레이 미스로 간주해 타자의 타점을 살려두고 있다.
다음은 희생플라이 타구로 기록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대개 외야플라이 타구가 잡히고 난 것을 본 후, 3루주자가 홈으로 뛰어들어와 살았을 경우에 희생플라이가 기록되지만, 외야플라이를 잡으려던 야수가 타구를 놓쳤을 때에도 희생플라이로 기록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외야수가 타구를 제대로 포구했다 하더라도 3루주자가 리터치해 득점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타구라고 기록원이 판단 또는 확신했을 때에 나타날 수 있는 적용 사례이다.
3아웃을 기본 단위로 묶는 야구의 1이닝에서 기록될 수 있는 희생플라이의 최대치는 간단히 생각해 얼핏 2개일 것 같지만, 위의 적용기준을 감안하면 사실상 그 수치는 무한대가 된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국내프로야구의 희생플라이 관련 기록에 1이닝 희생플라이 3개의 기록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메이저리그에는 1이닝 3희생플라이가 기록된 사례가 모두 4차례 존재하고 있다. 
1962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이후, 2000년 뉴욕 양키스가 2차례, 2005년 뉴욕 메츠가 각각 1이닝 3희생플라이의 진기록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정상적인 포구와 함께 외야수의 포구실책이 1개 또는 2개 정도가 같이 곁들여져 있다. 
특히 2000년 뉴욕 양키스가 애너하임 에인절스를 상대로 기록한 3회말 연속 3타자(포사다-브로셔스-벨링거) 희생플라이(좌희비 실책-좌희비-좌희비) 기록은 지금까지 유일무이한 기록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대신 국내프로야구는 1985년 이만수(삼성)가 MBC를 상대로 이틀간(4월 5~6일)에 걸쳐 기록한 3연타석 희생플라이와 2008년 홍성흔(당시 두산)이 롯데를 상대로 작성한 1경기 3희생플라이 기록이 희생플라이와 관련한 진기록으로 기록연감에 올라있다.
참고로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수의 희생플라이를 때려낸 타자는 두산의 김동주로 1998년 기록한 16개가 역대 개인 최다기록이다. 팀 전체로는 2001년 롯데가 쌓아 올린 희생플라이 60개가 팀 최다기록. 반대로 시즌 팀 최소 희생플라이 수는 1984년 삼미가 기록한 12개이다.
준비가 빨리 된다면 다음에는 알쏭달쏭한 희생플라이 기록의 정체성에 관한 얘기를 좀더 풀어볼까 한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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