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서동욱의 홈스틸이 폭투로 기록된 이유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4.09 15: 42

만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슬라이딩이었다. 홈 플레이트를 향해 슬라이딩을 시도한 주자가 포수에게 태그 당할 위기에 봉착하자 급 브레이크를 잡고 다시 일어서 포수의 미트 위를 껑충 뛰어넘어 한 발로 홈을 터치하는 그림. 
4월 8일 한화와 LG의 대전경기에서 3루주자 서동욱((LG)이 8회초 보여준 득점장면은 그야말로 진기명기중의 진기명기감이었다. 
1사 3루, 볼카운트 1-1에서 스퀴즈 사인이 나오자 LG의 3루주자 서동욱은 홈을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한화 윤규진 투수가 던진 3구째의 공은 홈 플레이트 앞에서 원 바운드. 순간 어떻게든 번트를 대려던 타자 박경수의 방망이는 속절없이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깜짝 놀란 포수 이희근은 블로킹 자세를 취하며 미트를 갖다 댔고, 운 좋게도  폭투성 투구가 미트 안으로 들어가 주는 바람에 3루주자를 태그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포수에게 생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희근은 서동욱의 재치 있는 주루플레이에 완전 농락(?)당하며 태그에 실패,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실점을 헌납해야 했다. 이희근이 주자의 몸을 쫓기 보다 홈 플레이트를 지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당시 벌어진 상황은 이 정도 설명으로 접어두고 득점주자 서동욱의 기록처리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서동욱이 홈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뉴스에는 서동욱의 홈스틸 성공이라는 부제가 달린 사진이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현장의 공식기록원은 서동욱의 홈스틸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잠시 후 공식기록을 확인한 결과, 서동욱의 득점은 홈스틸이 아닌 투수의 폭투에 의한 득점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기록원이 그와 같은 판단을 내린 근거는 <야구 기록규칙> 10.08 도루 항 (a)에 의한 것이었다. 
규칙에 적혀있는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홈스틸의 경우, 3루주자가 투구 전에 스타트를 했더라도 폭투나 패스트볼의 도움 없이 득점할 수 있었다고 기록원이 판단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주자에게 도루를 기록한다.’
일반적으로 1루주자의 2루 도루나 2루주자의 3루 도루는 투수의 투구 전에 다음 루로 스타트를 끊어 살기만 하면 그 투구가 폭투가 되든 패스트볼이 되든 무조건 주자의 도루로 기록된다. 
하지만 홈스틸인 경우는 다르다. 폭투나 패스트볼 또는 실책 없이 주자 스스로의 능력으로 타이밍상 살 수 있었다는 확신이 들었을 경우에만 홈스틸이 인정된다.
이날 3루주자 서동욱은 분명히 투수가 투구를 하기 전에 홈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도루로 인정받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성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기록원은 때마침 투수의 투구가 폭투성으로 들어온 것 때문에 포수가 3루주자를 아웃시킬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데 실패한 것이라고 해석을 내렸다.
이론적인 얘기이지만 상황을 좀더 세밀하게 분석하면 또 다른 판단과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 투수의 투구가 폭투성으로 들어왔지만 포수가 이를 잡아냈고, 잡아낸 이후 3루주자를 태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면 폭투가 아닌 포수의 태그미스에 대한 책임을 물어 포수의 실책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해석을 전제로, 포수 이희근의 몸을 날린 태그동작이 야구적으로 태그미스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수의 잘못이 아니라 주자가 주루플레이를 기지 있게 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럴 경우라면 포수실책이 아니라 주자의 홈스틸로 기록되는 일이 가능해진다.
다음은 주자의 홈스틸 기록을 좌지우지하는 폭투의 개념에 대해 정리를 해보도록 하자. 
서동욱의 홈스틸을 무장해제시킨 윤규진의 폭투성 투구가 공식적인 폭투로 기록된 이유는 단순히 투구가 원 바운드로 들어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원 바운드로 던져진 투구라 하더라도 방향이 옆으로 치우치지 않고 포수가 정상적으로 앉은 상태에서 잡아낸, 일명 ‘따닥(공을 짧은 바운드로 잡아내는 동작을 일컫는 야구 의성어)’성 투구였다면 주자의 홈스틸 기록과 관련해 일반적인 투구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이날 윤규진의 폭투성 투구는 포수가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여 막아낼 만큼 방향성에서 홈 플레이트의 중심권을 벗어난 지역이었다. 당연 포수가 공을 잡고 태그 동작에 들어가기까지 후속 플레이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된다.
그러나 만일 포수가 정면에서 원 바운드 포구를 해내고 당시 일어난 상황과 똑 같은 그림으로 서동욱을 아웃시키지 못했다면 폭투가 아닌 홈스틸로 보는 것이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비근한 예로 내야수가 땅볼을 잡아 1루수에게 송구할 때, 흔히 바운드 없이 바로 송구하는 것을 정상적인 송구로 보지만, 1루수 앞에서 원 바운드된 송구를 했다 하더라도 1루수가 베이스를 지킨 상태에서 포구한 송구라면, 던진 야수에게 악송구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물론 땅에 튀기지 않고 1루수에게 직접 전달된 송구보다 시간적으로 지체될 소지가 많지만 야구 기록적으로는 문제를 삼지 않는다. 기록원 초년병시절 타자주자의 안타와 실책 판정에서 저지르기 쉬운 판정미스가 바로 이런 경우에 흔히 나타난다. 
홈스틸은 주자의 올곧은 능력만으로 성공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투수나 포수의 방심, 투수의 적당한(?) 제구력 미스, 포수의 어설픈 태그미스 등이 어우러져 성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루상에 있는 다른 주자(1루나 2루)에 대한 견제구나 동작을 틈타 3루주자 혼자 득점에 성공한 경우도 현재 단독 홈스틸 리스트에 올리고 있지만, 순도 면으로 따져볼 때 진정한 단독 홈스틸과는 분리해 관리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참고로 지난해까지 기록된 단독 홈스틸은 모두 34차례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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