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병살기록의 보고(寶庫), KIA 타이거즈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6.03 09: 19

KIA와 SK의 5월 8일 문학경기에서 2-1로 살얼음판 리드를 잡은 11회말, KIA는 무사 1, 3루의 커다란 위기를 맞았었다. 게다가 타석에는 작전수행능력이 비교적 좋은 걸음 빠른 조동화가 들어서 있었고. 역전까지는 장담할 수 없어도 최소한 동점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볼카운트도 2-3까지 꽉 차 병살타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투수 유동훈이 투구동작에 들어가자 1루주자 박진만은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조동화의 방망이가 돌았고 비껴 맞은 직선타구는 불운하게도 투수 유동훈의 글러브로 바로 들어가고 말았다. 중심이 홈으로 쏠렸던 3루주자 김연훈은 3루로 급하게 돌아섰지만 공이 빨라 횡사(2아웃). 
이어 수비수들의 고함소리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 3루수 이범호(KIA)가 1루로 공을 보냈고, 돌아오지 못한 1루주자 박진만도 아웃(3아웃)되면서 경기는 끝이 났다.

프로야구 최초의 ‘연장전 끝내기 삼중살’이라는 극적 반전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 기사회생에 성공한 KIA의 진기록이 탄생한 순간, 머리 속을 스쳐가는 생각 하나. 
‘또 KIA 타이거즈야!’
역사 속 병살과 관련된 기록들을 들여다 보면 굵직한 진기록마다 KIA(전신 해태 포함)의 이름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을 볼 수 있다. 잡았거나 아니면 당했거나.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것은 2007년 6월 13일, 삼성 전(대구)에서 KIA 2루수 손지환이 엮어낸 단독 삼중살이 아닐까 싶다. 무사 1, 2루의 위기에서 박진만(삼성)의 직선타구를 바로 잡아(1아웃) 2루를 밟은 다음(2아웃), 2루 부근까지 달려온 1루주자 심정수를 태그아웃 시키며 혼자 삼중살을 완성시켰던 일이다.
2010년 기준으로 역사가 깊은 메이저리그에서도 15번 밖에 기록되지 않았을 정도의 희귀한 진기록이었다.
1루주자로 이번 삼중살의 마침표를 찍었던 박진만이 당시엔 삼성 소속으로 타석에서 삼중살 플레이의 개시 노릇을 한 것이 이채롭다.
개인 연타석 병살타 기록도 KIA가 보유하고 있다. 전신 해태시절 이호성이 광주구장 삼성 전에서 3연타석 병살타를 때린 적이 있다. 1997년 4월 20일의 일로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유일무이한 진기록이다. 
올 시즌(2011) 시범경기에서 롯데 정보명이 역시 KIA전(3월 22일,사직)서 3연타석 병살타를 기록했지만 정규리그가 아니라 비공식기록으로 처리되었다. 당시 양승호 감독은 7, 9회에 연속 병살타를 친 정보명에게 또 한번 쳐서 아예 기록을 세워보라고 농담 삼아 말을 던졌는데, 정말로 정보명이 연장 10회에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결과를 바쳤다는 뒷 얘기가 있다.
한 팀 경기 최다 병살타 기록은 현재 6개이다. 2007년 6월 24일 두산과 KIA의 잠실경기에서 두산이 작성한 것으로 이종욱과 안상준이 2개씩, 최준석과 고영민이 1개씩을 보태 총 6개의 병살타를 기록했다.
병살타 3개면 이길 생각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무려 속설의 2배에 해당하는 6개를 쳤으니, 당연히 경기는 두산의 2-11 대패로 귀결.
역으로 봐 KIA는 탄탄한 조직력의 내야수비를 바탕으로 한 경기 최다 병살타를 끌어냈다는 얘기가 된다. 
최다 병살타 기록이 두산에 의해 깨어지기 전, KIA는 해태시절이던 1984년 9월 11일 MBC전(잠실)에서 5개의 병살타를 때려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편 지난 5월 6일 KIA의 이범호는 SK(문학)전서 연타석 병살타 2개와 좌익수 플라이 타구 때 1루주자가 함께 병살되는 상황을 당하며, 3연타석 병살이라는 불명예 진기록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참고로 ‘병살’과 ‘병살타’가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해서도 알아두도록 하자. 병살은 말 그대로 수비측이 연속적으로 2명 이상의 공격 측 주자를 아웃시킨 것을 일컫는 용어이다. 병살에서 한 가지 알아 둘 것은 2명 이상이 연속으로 아웃 되었다 하더라도 그 아웃 사이에 수비측의 미스플레이(실책으로 기록되지 않는 실수)나 실책이 끼어들었다면 수비기록상 병살로 인정하지 않는다.
흔한 예를 한 가지 들면, 무사 주자 1루 때, 타자의 땅볼을 잡은 야수가 1루주자를 2루에서 포스아웃 시키고 난 뒤, 병살을 노려 1루에 송구한 공이 악송구가 되었다고 가정하자.
공이 1루 뒤로 빠지자 아웃을 모면한 타자주자가 1루를 돌아 2루로 향하다, 수비 측의 중계플레이로 2루에서 태그아웃 되었다고 한다면 아웃카운트는 2개가 성립되었지만 기록상 병살로 취급되지 않는다. 중간에 야수의 악송구(미스플레이)가 빌미가 되어 2번째의 아웃이 가능해진 때문이다.
병살타는 땅볼타구(플라이나 야수에게 직접 닿은 타구는 제외)로 공격 측 주자가 2명 이상 연속으로 아웃 되었을 때 타자에게 주어지는 기록이다. 역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땅볼타구가 나왔을 때의 아웃된 주자 위치가 포스상태에 놓여 있는 주자여야 한다는 것. 즉 땅볼과 동시에 다음 루를 향해 반드시 스타트를 끊어야 하는 주자가 아웃되어야 한다.
따라서 무사 1루, 무사 1, 2루, 무사 만루 때, 땅볼로 루상의 주자 2명 또는 타자주자를 포함한 주자 1명 이상이 연속으로 아웃되면 병살타로 기록된다.
그러나 무사 2루나 1, 3루에서의 3루주자처럼 포스상태의 주자가 아닌 경우에는 타자의 땅볼타구로 타자와 함께 병살을 당했다 하더라도 병살은 맞지만 타자의 기록은 병살타가 되지 않는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사진>KIA의 유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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