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경기와 관련해 팬들이 던지는 질문들을 접하다 보면 가끔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내용들을 만나게 된다.
“방망이로 때린 공이 반으로 갈라지면 어떻게 되나요?”
“페어로 선언된 땅볼타구를 개가 물어갔어요!”

“평범한 플라이 타구가 새에 맞고 떨어졌는데 땅에 닿기 전에 잡으면요?”
“송구에 맞아 쓰러진 주자를 공을 주워 태그 하면 아웃으로 인정하나요?”
“땅볼타구를 주우러 달려가다 관중이 던진 다른 공과 겹쳐 헷갈릴 때는 야수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등….
난센스에 가까운 질문들의 내용을 헤아리다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해 오지만, 야구규칙서와 사례집을 이리 뒤지고 저리 뒤지다 보면 그런대로 답을 찾을 수 있다.
몇 년 전, 기록강습회에서 어느 야구팬이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공이 선수 유니폼 안에 들어가버리면 어떻게 되나요?”
“공이 유니폼 안에 왜 들어갔는데요?”
“들어갈 수도 있죠”
“…!”
역시 난센스적인 질문이었다. ‘난센스(Nonsense)’라는 말은 ‘터무니없는 소리’ 또는 ‘말도 안 되는 소리’ 정도의 뜻을 지닌 단어다. 굳이 우기면 가능한 상황이긴 하지만 본 적이 없는 상황에 대한 답변은 궁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상상으로만 대했던 ‘야구공이 유니폼 속에 들어가는 일’이 프로야구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 6월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넥센전, 4회초였다.
넥센 1번타자 김민우가 친 땅볼타구가 3루수 전준우(롯데)의 가슴팍을 파고들며 유니폼 안으로 숨어버린 것이다. 다급해진 전준우가 공을 꺼내려 안간힘을 다했지만 그 사이 타자주자 김민우는 이미 1루를 지나고 있었다.
전광판에 나타난 김민우의 타구기록은 3루수 실책. 다음날 넥센 측은 전준우가 플레이를 시도조차 못했기 때문에 안타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져왔지만, 전준우의 옷 속에 들어간 타구 자체가 평범한 땅볼 타구였기 때문에 잡지 못한 자체를 실책으로 판정한 기록원의 판단은 무리가 없는 결정이었다. 옷 속에 들어간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물론 안타성 타구였다면 달랐겠지만.
기록은 그렇다 치고, 야구공이 수비수의 옷 속에 들어간 관계로 플레이를 마저 끝내지 못한 상황을 야구적으로 어떻게 봐야 하는 지에 대한 작은 논쟁이 뒤를 이었다. 논쟁의 골자는 ‘볼 인플레이’냐 아니면 ‘볼 데드’냐 였다.
규칙을 찾아 보면 해결될 것 같지만, 아쉽게도 규칙서 어디에도 선수의 유니폼 안에 공이 들어간 상황에 대한 조치를 명시한 글귀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공식적 조치를 결정한 바 없지만, 사견임을 전제로 야구적인 시각으로 ‘공과 유니폼’ 사이의 밀월관계(?)를 따져보도록 하자.
야구공이 선수의 유니폼 속에 들어가는 경우를 크게 나누면 두 가지 상황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전준우의 예처럼 수비하는 쪽이 있다면, 반대로는 공격측 선수의 유니폼에 공이 들어가는 경우다.
이 중에서 생각이 하나로 통일되는 후자, 즉 공격측 선수의 옷 속에 공이 들어가는 상황은 이견 없이 볼 데드가 된다. 가령 주자를 태그 하는 과정에서 수비수가 들고 있던 공이 주자의 허리 벨트에 끼이거나 주머니 속에 들어갔다고 한다면, 이 때는 볼 데드로 주자는 아웃 되지 않고 가려고 했던 루에 안착할 수 있다. 물론 심판원의 정상참작에 의한 제정이 전제가 된다.
만일 이 상황을 볼 데드로 선언하지 않으면 주자는 공을 가진 채로 홈까지 내달릴 수도 있다. 이 주자를 막을 방도는 잡아채거나 넘어뜨리는 방법 밖에는 없는데, 그렇게 되면 주루방해가 문제가 아니라 아예 싸움이 된다.
이와는 반대로 전준우처럼 수비수의 옷 속에 공이 들어가는 상황은 해석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볼 데드 주장도, 볼 인플레이 주장도 일정 부분 타당성 있는 논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면? ‘볼 인플레이’에 좀더 가깝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수비수의 유니폼 안에 타구나 송구가 들어갔다면 이는 야수의 과실 성격이 짙다. 전준우 역시 유니폼 상의의 단추 하나를 잠가놓지 않았기 때문에 공이 옷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당연히 공격 측이 유리한 상황을 맞는 것을 억지로 막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볼 데드로 봐야 한다는 주장 쪽의 근거는 야수가 당장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인데, 물론 야수가 곤란을 겪기는 하겠지만, 자의적으로 공을 끄집어낼 수 있는 상태이므로 펜스나 덕 아웃 등에 공이 끼거나 들어가는 것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러한 논리라면 타구가 글러브에 끼이는 상황도 같은 맥락에서 볼 데드로 봐야 한다. 그러나 현재 타구가 글러브에 끼이는 경우는 볼 인플레이로 풀어 놓고 있다.
2010년 6월 13일, 2루수 고영민(두산)이 SK전(잠실) 6회초 무사 1루서 자신 앞으로 굴러온 땅볼타구가 글러브에 박혀 송구가 여의치 않게 되자, 글러브 째로 유격수에게 던져 1루주자를 포스아웃 시킨 일이 있다.
유니폼 안에 공이 들어간 경우처럼 타구가 글러브에 끼이는 경우의 조치 역시 규칙 어디에도 설명되어 있지 않다. 이를 역으로 받아들이면 볼 데드로 묶어 놓을 상황이 아니기에 위의 2가지 경우 모두 규칙 볼 데드 조항에 따로 토를 달아놓지 않았다는 유추해석이 가능해진다.
한편 투구나 파울 팁이 포수의 마스크에 박히면 볼 데드가 선언되는 것<야구규칙 5.09 g항>을 유사한 논리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하는데, 포수의 마스크는 플레이를 하기 위한 장비가 아니라 포수의 위치적 특성상 선수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용구라는 점에서 글러브나 유니폼과는 장비의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타구가 플라이나 직선타구의 형태로 수비수의 옷 속에 바로 들어간 경우, 이를 포구로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좀더 경우의 수를 다각도로 대입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야구규칙 정신에 의하면 공이 땅에 먼저 닿지만 않으면 야수의 몸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을 손으로 잡거나 신체에 끼는 것 (송구 제외) 모두를 정규의 포구로 인정하고 있지만, 야수의 유니폼 안에 타구가 들어가는 상황과 야수의 포구 동작, 추가로 혹시나 있을 지도 모를 고의성 여부까지도 따져보는 세밀함이 요구된다.
참고로 야수가 손이나 글러브가 아닌 모자나 마스크 또는 옷의 일부를 원래 있던 곳에서 떼어 타구에 닿게 했을 경우에는 타자에게 3개루의 안전진루권이 주어진다. 또한 글러브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글러브를 던지는 행위로 타구를 건드리면 역시 3개루의 안전진루권이 타자에게 부여된다. 기록상 주의할 점은 3개루의 안전진루권이 주어졌다고 해서 타자의 기록이 무조건 3루타로 기록된다는 뜻은 아니다. 타구의 성격에 따라서 실책이 될 수도 있고, 단타나 2루타 플러스 실책 또는 3루타가 될 수도 있다. 그 판단은 공식기록원의 몫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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