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야구경기의 심판 방해 들여다보기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7.28 12: 42

공을 이용한 구기경기에서 이해득실을 놓고 벌어지는 양 팀간의 첨예한 대립을 중간자적 시각으로 접근, 판정을 내리는 심판원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경기 중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심판원은 없는 존재, 즉 무형지물에 가까운 존재나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야구를 비롯한 여타의 구기경기에서도 심판원의 존재가치가 무시되는 장면을 우리는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축구경기에서 충분한 골 가능성이 있는 슈팅이 심판을 맞고 나온다든지, 농구의 노 마크 속공 찬스에서 길게 던져준 공이 심판 몸에 닿는 바람에 공격기회를 날리게 되는 경우 등이 대표적 그런 예들이다.
 
심판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 팀으로서는 어디다 하소연할 곳조차 없는 억울한 일이 되겠지만, 그라운드의 돌과 같은 존재로 규정된 심판원의 지위상 보상이나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얘기가 그렇다면 야구에서는 어떨까? 다른 종목들처럼 역시나 엄연히 존재하면서도 없는 존재처럼 심판원들이 취급되고 있을까?
 
단적으로 말하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워낙 복잡한 틀과 규칙이 서로 얽혀있는 야구경기이다 보니 심판원의 방해에 관련해서도 예외라는 것은 존재한다.
 
그러면 야구경기에서 심판원들이 경기 중 무시당하는(?) 경우는 언제이고, 존재감이 인정되는 경우는 언제일까? 이제 그 안을 들여다보자.
 
지난 7월 20일, 삼성과 SK의 경기가 열린 대구구장에서는 심판원(주심)이 포수와 충돌하며 결과적으로 플레이를 방해한 꼴이 되어버린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졌다.
 
3회초 1사 주자 1, 3루에서 SK의 최정이 친 타구가 포수 머리 위 파울공간 지역으로 높이 뜨자 삼성 포수 현재윤은 반사적으로 공을 쫓아 몸을 돌렸는데….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재윤은 미처 피하지 못한 주심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그 자리에 나동그라졌고, 잠시 후 파울 플라이타구는 속절없이 땅에 떨어져 결국 파울볼이 되고 말았다. 
 
주심과 부딪치지 않았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거리와 위치에 타구가 떨어졌기에 현재윤의 아쉬움은 더 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장면에서 주심의 포수 수비방해를 적용해 타자를 아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길은 없는 지를 여러 곳에서 물어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기 운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주심 역시 선수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신속하게 몸을 움직여 피해줘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이날처럼 가까이에 근접해 앉아 있던 포수가 주심이 생각하는 방향과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일으켰을 경우에는 미처 피할 시간이 없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수비수와 주자의 충돌이 일어났을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수비방해나 주루방해가 선언되기 마련이지만 심판원과 야수, 심판원과 주자 간의 충돌은 방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간혹 야수나 주자가 엉뚱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심판원과의 충돌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심판원의 위치선정이 좋지 않아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규칙으로 이를 보상할 수 있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심판원의 방해는 원칙적으로 없던 일로 간주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서두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심판원의 방해가 상황에 따라 인정되는 경우도 엄연히 있다.
 
야구경기에서 심판원이 경기에 방해가 되는 경우를 크게 나누어보면 3가지로 대별된다.
 
첫 번째는 현재윤의 예처럼 심판원과의 신체적 충돌이 일어난 경우다. 결론은 선수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었다 해도 심판원과의 충돌 자체를 일종의 자연현상처럼 여길 수밖에 없다고 지금까지 얘기했는데,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주심이 포수의 송구를 방해했을 경우다. 흔한 예로 도루를 막기 위해 송구동작에 들어간 포수가 주심과 부딪치는 바람에 송구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때는 볼 데드가 되어 주자는 원래 있던 루로 되돌아가야 한다. (만일 주심의 방해가 일어났음에도 포수가 공을 던져 주자를 아웃 시켰다면, 방해는 없었던 것으로 간주되어 주자 아웃은 유효가 된다)
 
이 항목 적용에서 주의할 부분은 포수의 송구를 방해했을 때에 적용되는 규칙이라는 점이다. 현재윤이 겪었던 일처럼 주심이 포수의 포구를 방해했을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심판원이 타구에 맞았을 경우다. 일반적으로 야수에게 닿지 않은 타구가 페어지역에서 직접 심판원에 맞았다고 한다면 볼 데드가 된다. 이 경우는 심판원의 존재감이 인정되는 경우로, 타자가 주자가 됨으로써 루를 비워줘야 하는 밀려가는 주자(포스상태의 주자)는 다음 루로 진루하게 된다. 참고로 타자의 기록은 내야안타가 된다.
 
지난 6월 6일,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 간의 경기 중, 주자 1, 3루 상황에서 타자의 타구가 내야 안쪽으로 들어와 있던 2루심에 맞고 중견수 쪽으로 흘러간 일이 일었다. 당시 1-2로 뒤지고 있던 필라델피아는 3루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동점을 만들었지만, 앞서 얘기한 규칙에 의해 득점이 인정되지 않고 1-2의 스코어 그대로, 주자 만루 상황에서 공격을 이어가야 했다. 즉 타자가 주자가 됨으로써 밀려가는 주자 이외의 주자는 원래 있던 루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도 예외가 있다. 심판원이 타구에 직접 맞았음에도 볼 데드가 아닌 볼 인플레이가 되는 경우다. 페어로 선언된 타구가 페어지역이 아닌 파울지역에서 심판원에게 닿았을 때이다. 이때는 주자들이 갈 수 있는 만큼 양껏 뛰어도 된다.
 
세 번째는 심판원이 투수의 투구나 야수의 송구에 닿았을 경우다. 이런 상황이라면 답은 간단하다. 심판원은 그저 돌이다. 심판원에게 투구나 송구가 닿고 멀리 굴러갔다면 주자들은 주저 없이 뛰어도 된다. 그러나 야수가 도저히 잡을 수 없는 완전히 빠져버린 견제 악송구나 폭투가 야수 뒤쪽에 서 있던 심판원의 몸에 맞아 멈추는 바람에 주자들이 진루할 기회를 잃었다면 이는 팔자소관이다.
 
심판원의 방해와 관련된 상황은 대충 이 정도 선이면 규칙적인 해결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아무리 의도적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도 현재윤의 경우처럼 심판원이 자기 자신으로 인해 선수의 플레이에 지장이 초래되었다면  심판원의 속내는 더없이 미안하기 마련이다. 강한 타구에 직접 맞고도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심판원의 표정에는 여러 가지 심정이 들어 있다.
 
경기를 볼 때 규칙으로 접근하는 관전도 유익하지만, 이러한 심판과 선수들의 표정이 말해주는 마음을 헤아려 보는 역지사지 관전법을 더한다면 야구 보는 재미가 좀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