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한-미-일에 부는 통산 세이브 기록 열풍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9.05 14: 13

최근 한· 미· 일 프로야구의 기록사를 뜨겁게 장식하고 있는 공통적인 화두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각국을 대표하고 있는 마무리 투수들의 통산 세이브 기록에 관한 내용이다.
지난 9월 3일, 일본프로야구의 이와세 히토키(36. 주니치) 투수가 자국리그 역사상 최초로 개인통산 300세이브 기록을 달성했다는 뉴스가 국내에도 전해졌는데, 이와세의 세이브 기록이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와세는 올해 6월 16일자로 287세이브를 달성하며 다카쓰 신고가 보유하고 있던 기존 일본프로야구 개인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286세이브)을 갈아치운바 있는데, 당시부터 올 시즌 그의 300세이브 기록달성은 일본 야구계 내에서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터였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한국대표팀의 이승엽에게 결승 투런홈런을 얻어맞은 비운의 투수로 더 잘 알려진 선수지만, 이와세의 세이브 기록 추이를 들여다보면 정말 대단한 투수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와세가 프로에 데뷔한 해는 1999년. 그러나 주니치의 마무리투수로서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2004년이 처음으로, 그럼에도 불과 채 8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인 2011년 시즌 중반, 300세이브라는 엄청난 기록을 이루어냈다.
단순 계산상으로도 해마다 거의 40세이브 가량을 올려야만 달성 가능한 것으로 결코 해내기 쉽지 않은 대기록이라 하겠다.(참고로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 무대 기록을 더한 숫자로 계산할 때의 개인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은 사사키 가즈히로의 381세이브가 최다)
공간을 이동해 이번에는 미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의 개인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은 601세이브. 지난 시즌(2010년) 18년간의 현역생활을 끝으로 은퇴한 ‘지옥의 종소리’ 트레버 호프만(밀워키 브루어스)이 보유하고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이 대기록 역시 올해 안에 새로운 주인을 맞을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로 17년째 활약하고 있는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41)가 통산 594세이브(9월 2일 현재)의 기록으로 호프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신기록까지 남은 세이브 숫자는 불과 8세이브. 양키스의 시즌 잔여경기는 대략 20여 경기 정도. 아직도 시즌이 한 달여가 남은 것을 감안하면, 리베라가 개인통산 최다 세이브 신기록이라는 대기록을 올해 안에 수립하는 장면을 팬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가능성 역시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개인통산 세이브 신기록 달성 가능성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 시즌 안에 새로운 통산 세이브 신기록의 대역사가 쓰여질 가능성은 제로다.
현재 한국프로야구 개인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은 김용수(LG 트윈스)가 보유한 227세이브다. 1985년~2000년까지 16년 동안 MBC~LG 유니폼을 입고 올린 기록으로 선수로 활약한 년 수에 비하면 엄청난 세이브 숫자라고 볼 수 없지만, 같은 기간 동안 선발투수로 출장한 경기가 129경기나 될 정도로 해를 건너 극과 극을 오가는 극심한 보직 이동을 경험한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227세이브에 머문 기록의 이면은 자못 아쉬움 투성이이다.
이러한 김용수의 기록을 향해 지금 달려가고 있는 선수는 삼성의 수호신이자 일명 ‘끝판 대장’으로 불리우는 오승환(29). 올 시즌 그가 거둔 세이브는 38세이브(9월 5일 현재). 지난해까지 벌어놓은 165세이브를 합치면 그가 올린 통산 세이브 기록은 203세이브가 된다. 은퇴한 구대성(한화)의 214세이브에 이어 통산 3위자리에 임시 둥지를 틀고 있다.
한국프로야구 개인통산 최다 세이브 신기록까지 남은 기록은 25세이브. 그러나 오승환의 소속 팀인 삼성의 잔여경기가 9월 5일 현재 24경기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성적에 따라 통산 2위인 구대성의 기록은 올해 안에 넘어설 수도 있겠지만 세이브 지존 김용수의 기록 따라잡기는 언감생심, 내년으로 넘어간 상태다.
그러나 시간문제라 할 수 있는 통산 세이브 신기록보다 팬들의 시선은 보다 먼 오승환의 300세이브 달성에 고정되어 있다.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즌 경기수가 적은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을 생각하면 개인통산 300세이브 기록 달성은 실로 대단한 업적에 해당한다.
2006년 47세이브로 아시아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던 오승환이 이번에는 일본의 이와세를 넘어 아시아 개인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 역사를 새로이 갈아치우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게 될 날을 상상해 보는 것도 현재 그의 젊은 나이를 감안할 때 무리한 욕심만은 아닐 듯하다. 물론 중간에 큰 무대를 향해 보금자리를 옮기려 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부상과 재활로 슬럼프에 들었던 2010년, 고작 4세이브에 머물고 만 기록의 블랙홀을 그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시시각각 다가오는 그의 세이브 신기록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과거사에 집착하게 되는 심리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미련인가 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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