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만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야구 예선전에 출전할 투수로 누구를 꼽으십니까?
박찬호, 서재응, 김선우, 김병현, 류제국 등 해외파 투수들은 일단 접어두고 국내파 투수들 가운데 괜찮은 투수를 점찍어 보십시오.
대표팀의 김경문(두산) 감독과 선동렬(삼성) 투수코치는 출전 선수 엔트리가 24명으로 제한돼 있어 최종적으로는 투수를 9명 정도 선정할 예정입니다. 참가팀 중 일본, 대만과의 승부가 관건이어서 투수 숫자를 한두 명 줄여 출전할 방침입니다. 포수는 2명, 내야수는 8명, 외야수는 5명 가량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보 선수 선발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기술위원회(위원장 윤동균) 위원 9명이 맡아 추천키로 했는데 오는 5월 28일 투수 22명과 포수 5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11명 등 1차 예비 엔트리 50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기술위원회는 지난 달 국내 선수 가운데 75명 정도의 1차 후보군을 추렸습니다. 후보군에 포함된 투수들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일반 야구팬들이 생각하는 선수가 대부분 포함돼 있습니다.
우완은 윤석민, 한기주(이상 기아), 문동환(한화), 정재훈(두산), 염종석, 손민한, 최대성(이상 롯데), 오승환(삼성) 등입니다. 박명환(LG)은 지난 해 3월 WBC대회에서 약물 복용 혐의로 2년간 국제대회 출전 자격이 금지돼 있어 후보에는 빠졌습니다.
좌완은 구대성, 류현진(이상 한화), 장원삼(현대), 권혁(삼성), 김광현(SK) 등이고 사이드암으로는 우규민(LG), 정대현(SK), 신용운(기아) 등입니다.
최종 엔트리 24명 중 투수몫이 9명이라면 우완은 4명, 좌완은 3~4명, 사이드암은 1~2명으로 좁혀집니다.
우완이 4명이라면 해외파 한두 명을 낙점한다고 가정했을 때 국내파 투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2~3명으로 줄어들어 국내 투수들이 태극 마크를 달 영예의 기회는 더욱 좁아집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우완투수 중 신진급인 최대성에게 쏠리는 기술위원들의 눈길이 뜨겁다는 사실입니다.
최대성(22)은 지난 2004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롯데 자이언츠에 1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4년차 신예입니다.
같은 팀의 왼손 에이스 장원준과 이원희(두산), 박정태(기아), 정종국(성균관대), 김수형(고려대)이 부산고 동기동창이고 전병두(두산-기아), 노환수(현대), 김영준(두산), 강승훈(SK)은 고교 1년 선배이며 이왕기(롯데), 이준휘(롯데), 박정호(삼성) 등은 1년 후배입니다. 우수한 투수들이 많은 부산고여서 최대성은 고교 시절에는 주로 마운드가 아닌 포수로서 홈플레이트에 앉았습니다.
최대성은 “그 때는 (장)원준이나 (이)원희, (이)왕기 등이 저한테 혼이 많이 났습니다”라며 이야기해 포수 출신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부산중 시절에 에이스로 활약했고 고등학교 때도 가끔 마운드에 올라가 투수 몫을 해냈습니다.
2차 11번으로 롯데에 지명받은 최대성은 그의 어깨를 높이 평가한 구단에 의해 미트를 버리고 마운드에 섰습니다. 지난 해까지 3년간은 중간 구원투수로 40경기에 51이닝을 던지며 1승4패1세이브에 그쳤습니다. 공을 빠르지만 제구력이 미흡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확! 달라졌습니다. 먼저 스피드부터 더 빨라졌습니다. 지난 5월 10일 인천 SK전서 7회말 등판해 시속 158㎞를 기록해 작년보다 5km 가량 올라갔습니다. 불 같은 투구를 하는 ‘파이어 볼러’라는 별칭이 딱 들어맞습니다. SK 엄정욱이 지난 2003년 기록한 한국 최고 구속과 타이기록입니다. 최대성은 당시 줄곧 155∼158㎞를 유지해 팀의 연장전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최대성은 경기 후 “초구를 던지고 전광판을 보니까 158이 찍혀있어 놀랐다. 한회를 마치고 투구 분석을 보니 직구가 좋아 직구로 승부했다”며 “하체를 이용하는 투구폼으로 바꾸면서 상하체 밸런스가 맞아 제구력이 좋아졌고, 언제든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마운드에서 여유를 갖추게 됐다”며 좋아했습니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올 시즌 초반에 “최대성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가면 무섭다. 떨어지는 변화구 한 개만 제대로 던지면 언터처블” 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SK 이만수 수석코치도 “작년까지는 볼만 빠르고 컨트롤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들었다. 지금 던지는 것만 봐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A급으로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놀라워했습니다.
강병철 롯데 감독은 최대성이 선발도 가능하지만 팀내 선발진이 워낙 두터워 중간 계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대성이 불펜에 있어야 선발 투수가 더 돋보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5월 21일 현재 롯데는 팀 순위가 공동 4위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3.23으로 1위입니다.
올시즌부터 롯데 마운드 조련을 맡은 성준 투수코치의 노력으로 새롭게 태어난 최대성은 ‘최강 미들맨’으로 팀의 승리 때마다 등판하고 있습니다. 최대성은 자신의 공 스피드에 대해 “나도 내가 얼마나 더 빠르게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혀 언제 160㎞를 돌파할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팀이 36경기를 치른 21일 현재 최대성은 19게임에 나와 33 ⅓ 이닝을 던지며 3승 무패 3홀드, 평균 자책점 0.81로 전구단 투수 중 유일하게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대성이 롯데의 확실한 보증수표가 되자 야구인들과 팬들은 “너무 자주 등판 시키는 것 아니냐?”며 “박동희를 능가할만한 보물 같은 인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8개 구단 중간 이후 투수 중 이날 현재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투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 이닝 승 패 세이브 홀드 평균자책점
윤길현(SK) 24 27⅔ 3 2 0 8 2.60
조용훈(현대) 21 24⅔ 2 0 1 4 1.46
김민기(LG) 20 27⅓ 2 3 1 7 4.94
최대성(롯데) 19 33⅓ 3 0 0 3 0.81
임태훈(두산) 19 31⅔ 2 1 0 5 2.27
임경완(롯데) 19 21⅓ 3 0 1 0 2.95
신용운(기아) 18 33 5 1 0 4 1.09
김승회(두산) 18 31⅓ 1 4 0 6 3.45
권 혁(삼성) 18 29⅓ 3 0 0 6 2.45
최대성이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으나 규정투구 이닝(36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을 보면 두드러지게 많이 투구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강병철 감독은 “최대성이 혹사당한다는 이야기는 말이 안된다. 다른 팀의 투수들과 비교해도 결코 무리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나도 최대성을 아끼려고 한다. 셋업맨과 마무리를 병행 시키려고 한다”라며 조심스럽게 기용하겠고 보직을 약간 수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마무리 전문으로 지난 해 SK에서 던졌던 호세 카브레라를 올해 데려왔는데 150km대의 스피드는 좋지만 제구력이 들쭉날쭉이고 컨트롤을 잡으려 스피드를 낮추면 상대 타자들이 여지없이 안타를 때려 벤치의 신뢰성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카브레라의 기대 이하 피칭과 강병철 감독의 고민이 잘 나타난 경기는 지난 5월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입니다. 롯데는 7회까지 4-2로 리드해 승리를 목전에 두었다가 8회에 2실점, 동점을 허용하고 10회 연장 끝에 6-8로 역전패했습니다.
그 경기에서 강 감독은 선발 장원준에 이어 7회에 임경완을 투입하고 8회에는 강영식에 이어 카브레라를 기용했습니다. 그러나 임경완과 강영식이 8회에 잇따라 볼넷 2개를 허용하고 카브레라는 안타 3개를 연거푸 맞으며 동점을 내준 것입니다.
한화의 맹추격이 시작되자 강 감독은 하는 수 없이 8회 1사 만루 위기에서 최대성을 기용해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최대성은 9회를 무실점으로 처리하고 연장 10회들어 강판했습니다.
최대성을 내린 이유에 대해 강 감독은 “대성이가 갑자기 원바운드로 공을 던지는 등 불펜피칭 때부터 이상했고 본인도 그만 던지겠다고 밝혀 뺏다”면서 “부상이 생겼거나 몸에 이상이 온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져 다행이다. 그날 투수 운영도 이상하게 이어져 아깝게 졌다”고 경위를 설명합니다. 롯데는 최대성 이후 나온 나승현-주형광-송승준이 4실점해 결국 역전패를 하고 단독 2위로 오를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처럼 최대성은 롯데의 팀 성적에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단으로서는 올 시즌 성적이 하위권으로 예상됐다가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면서 4강 진출을 넘보게 돼 총력을 기울일 것이고 최대성은 부담감이 커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정규시즌 관중 400만 명 돌파를 목표로 한 프로야구계도 롯데의 부활을 바라는 처지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최대성에게 거는 기대는 대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156km를 마크한 기아의 한기주, 삼성의 좌완 권혁과 함께 올해 마운드에 강속구 바람을 일으킨 최대성이 부상없이 싱싱하게 던지길 기대합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