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예산 펑크난 유소년 야구대회, 또 힘들어진 KBO
OSEN 기자
발행 2007.07.24 15: 15

한국야구 사상 최대 규모의 대회가 7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포항에서 열립니다. 2007 KBO총재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입니다.
포항야구장 등 인근 5개 구장에서 벌어지는 이번 대회에는 초등학교 101개팀, 유소년 34개팀 등 총 135개팀이 참가해 그동안 야구대회 중 가장 많은 팀이 출전한 봉황대기고교야구대회(최대 60개팀)보다 훨씬 규모가 큰 매머드 베이스볼이 포항에서 펼쳐집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포항시, 대한야구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 포항시는 대회 유치를 위해 지난해 3000석 규모의 포항 야구장과 인근에 리틀야구장을 신축했습니다.
24일 오후 5시 30분부터 포항 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되는 전야제에서는 참가팀 선수단과 선수 가족 등 1만여명과 신상우 KBO 총재, 박승호 포항시장, 민경훈 대한야구협회 회장 대행 등이 참석합니다. 전야제에선 페이스 페인팅 및 각종 야구 관련 게임과 해병대 의장대 시범, 선수단 장기자랑, 삼성라이온즈 응원단 공연, 포항 영일고 댄스팀 ‘에이블’ 댄스공연, 계명대학교 태권도 시범, 불꽃놀이 등이 진행돼 화려한 개막을 알립니다.
유소년 야구 활성화를 위해 KBO에서 출전비를 지원하고 여름방학기간 중 열려 가족휴가를 겸할 수 있는데다 올해는 포항 불빛 축제까지 참관할 수 있어 포항 지역은 축제의 마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포항시는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대회가 진행되는 만큼 가족단위 응원단이 포항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바다탐구 체험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방문객들에게 추억거리를 안길 예정입니다.
대회는 초등부 4개 리그(동해리그, 서해리그, 백두리그, 한라리그), 리틀부 2개 리그(리틀리그, 체리리그) 등 총 6개 리그로 운영되며 초등부 4개 리그 우승팀 간 토너먼트로 왕중왕을 가립니다.
경기장은 포항야구장 인근의 리틀야구장을 비롯해 포철공고, 포철중, 대해초등학교 등이 보조구장으로 활용되고 이동식 펜스, 점수판 등 보조 시설물을 지원해 경기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할 방침입니다.
이번 대회는 야구인구 저변확대를 위해 단일대회로는 유례없이 KBO와 대한야구협회가 공동으로 4억 원의 출전 경비를 지원하고 포항시에서 2억5000만 원의 운영경비를 부담해 치릅니다.
그런데 난리(?)가 났습니다. KBO에서 지원키로 한 경비가 펑크 난 것입니다. 돈줄이 막힌 것입니다. 출전팀 선수들의 유니폼 등 상당 부문을 지원키로 해 KBO는 본래 대한야구협회에서 받기로 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육성지원금 5억 원을 투입키로 했는데 한달 전 갑자기 공단측에서 지원금을 지급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 왔기 때문입니다.
체육진흥공단은 지난 2002년부터 스포츠토토 발행으로 생긴 수익금의 절반을 월드컵축구경기장 건립비에 충당하고 나머지 수익금 중 일부를 축구, 야구, 농구, 골프, 씨름, 사이클 등 몇 몇 경기단체의 유소년 육성지원금으로 할당해 지급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야구협회도 유소년야구 육성비 명목으로 2004년과 지난해 5억 원씩을 지급 받았습니다. 이와 별도로 KBO는 지난 2004년 수익금 배당 몫으로 6억1202만 원, 2005년 41억 원, 2006년 36억 원을 지급 받았습니다.
대한야구협회는 이 육성지원금을 지난 2004년부터 KBO 총재배(전 대한야구협회장배 대회) 전국초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 리틀야구장 건립비, 유소년 야구교실 개최, 리틀야구단 창단팀 및 아마 야구용품 지원에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KBO와 대한야구협회는 이번 최대 규모의 총재배 유소년대회를 포항에서 개최하면서 진흥공단에서 나올 대한야구협회 몫의 5억 원 중 4억 원을 사용할 방침을 세우고 참가 선수들의 각종 유니폼과 장구를 국내 10여개 업체에 주문 발주해 구입, 나눠 주었습니다.
그러나 한달 전 갑자기 체육진흥공단측에서 대한야구협회와 사이클연맹에 지급하던 육성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공단측은 중단 이유로 야구쪽에 KBO로 스포츠토토 수익금을 지급하고 있어 겹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프로를 관장하는 KBO와 아마를 주관하는 대한야구협회는 단체 성격부터 다르다고 반박했으나 공단측은 요지부동입니다.
또 대한야구협회와 KBO는 지급을 할 수 없다면 올 연초나 지난 해 말에 미리 통보해 주어야지 시즌 중간에, 대회를 코앞에 두고 갑자기 중단 통보를 하는 것은 공단의 업무나 경기단체 사업 일정 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를 했으나 공단측은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이번 유소년대회를 개최하는데 큰 몫을 한 KBO 육성위원회(위원장 이광환)는 개인 용품 업체에 지불할 대금이 3억 원 가량 되는데 돈이 나올 곳이 돌연 사라져버리자 난감하게 됐습니다.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단체가 KBO와 대한야구협회여서 스포츠토토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KBO가 나서서 해결해 주면 되겠으나 처음부터 지원금 지급처는 대한야구협회로 정해 사업을 추진해온만큼 돈줄을 갑자기 변경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프로야구는 올 시즌 전반기를 끝내면서 심판들의 파업 사태 등 최악의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파업을 주도했던 심판진들이 마지막 순간에 복귀하면서 숨을 돌렸는데 이번 유소년대회 예산 펑크 사태로 다시 한번 골머리를 앓게 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관중 400만 명을 목표로 야구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KBO는 전반기에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는 폭발적 인기(지난 해 대비 관중 52% 증가)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록 유소년야구대회 경비가 체육진흥공단의 몰지각한 조치로 중단됐다 하더라도 KBO는 심판 파업에 대처한 것처럼 슬기를 보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KBO와 대한야구협회는 이 기회에 스포츠토토 수익금 배당 비율에 대해 정부와 본격적으로 협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포츠토토 수익금은 관련 규정에 따라 월드컵축구경기장 건립비(50%) 국민체육진흥기금(30%), 발행대상 경기주최단체(10%), 문화관광부 장관이 정하는 문화, 체육사업의 지원(10%) 등에 각각 배분됩니다.
그러나 스포츠토토 사업중 가장 인기있고 수익이 많이 나는 종목이 야구인데 대부분의 수익금이 축구쪽으로 55% 이상이 돌아가고 야구는 수익금의 2.5% 가량만 받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는 게 현 실정입니다.
정부나 체육공단의 잘못된 수익금 배당 때문에 유소년야구가 중단될 수는 없습니다. 심판 파업 사태로 인해 충격을 받은 KBO이지만 유소년야구를 살릴 길을 찾아야합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