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리오스 깨기, 그렇게 힘든가?
OSEN 기자
발행 2007.09.18 09: 06

다니엘 리오스(35)를 흔들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지난 9월 15일 잠실에서 열린 한화-두산전 3회초 2사 후 주자 2, 3루 상황에서 이글스의 2번타자 조원우는 볼카운트 1-1에서 리오스가 던지려는 순간 타석에서 물러나 타임을 불렀습니다.
박기택 구심은 이를 받아들였고 투구하려던 리오스는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몸이 뒤틀렸습니다. 리오스가 2루주자를 보려고 얼굴을 돌리는 순간 타석에 있던 조원우가 타임을 요청한 것이어서 별 문제는 없지만 분명히 조원우가 리오스의 신경을 건드리려고 일부러 타임을 부른 것입니다.
이날 리오스는 1회초에는 직구 위주로 3자 연속 삼진을 잡고 2회초에도 첫 타자 김태균을 삼진으로 처리해 4연속 탈삼진을 기록했습니다. 5번 이범호는 땅볼로 처리했지만 6번 연경흠마저 삼진으로 잡아 2회까지 무려 5명을 타석에서 돌려세웠습니다.
그리고 3회초에도 범타로 2명을 처리했으나 9번 김민재가 처음으로 중전안타를 때리고 1번 고동진은 우월2루타를 날려 2, 3루 기회를 잡았을 때 조원우가 나와 리오스의 투구 도중 타임을 부른 것입니다. 결국 조원우는 볼카운트 2-2에서 총알같은 타구를 날렸지만 중견수가 뒤로 물러나 가까스로 잡아냈습니다.
한화는 4회초에 김태균의 볼넷과 이범호의 안타, 한상훈의 2타점 적시타로 2-2 동점에 성공해 리오스의 구질을 파악했지만 구원투수진의 부진으로 더 이상 점수를 내지 못하고 도리어 대량 실점을 해 두산이 8-2로 낙승했습니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한 2위 자리 경쟁에 두산이 한화를 2게임차로 벌려 놓았습니다.
‘리오스 괴롭히기’가 어느 정도 먹혀 들었지만 최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한 것입니다. 리오스는 이날 7이닝 2실점으로 올 시즌 19승째를 기록했습니다. 2002년 기아 유니폼을 입고 한국땅을 같이 밟았을 때 동료 마크 키퍼(19승9패)가 세운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타이를 이뤘습니다.
지난 8월 21일 잠실구장에서 거행된 SK-두산전에서도 ‘리오스 흔들기’가 나왔습니다. 리오스는 쾌투하고 와이번스의 로마노는 초반부터 두들겨 맞아 4-0으로 점수차가 벌어진 5회초 1사 후 와이번스의 1번 정근우가 볼카운트 2-0에서 갑자기 타석에서 벗어나 타임을 요청했고 이민호 구심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와인드업 도중의 리오스는 깜짝 놀라 비틀거리고 항의했습니다만 어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다음 투구에서 정근우는 중전안타를 때리고 1루에 나간 다음 빠른 발을 이용해 2루 도루까지 성공했습니다. 약이 오를대로 오른 리오스는 다음 타자 조동화가 투수 앞 땅볼을 때리자 이 타구를 잡아 2루에서 3루로 달리는 정근우를 잡으려고 던졌지만 자신의 발 바로 앞에 공을 던지는 어이없는 악송구가 돼 1실점을 했습니다. SK전 무실점 행진을 33이닝에서 끝내는 뼈아픈 실책이었습니다.
경기 후 이 실책에 대해 리오스는 웃으며 “정근우가 뛴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3루로 던지려고 하는데 김동주가 크게 모션을 취하며 던지지 말라고 해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서 그랬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1사 상황이었기 때문에 침착하게 1루로 던져 조동화를 잡으면 됐는데, 본헤드 플레이였다” 며 자신의 명백한 판단미스였음을 인정했습니다.
리오스를 뒤흔든 정근우는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으나 리오스에게서 2안타를 얻어내는 등 4안타의 맹타를 터뜨렸습니다. 그러나 리오스는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두산은 11-1로 대승해 한때는 1위 자리 꿈도 꾸었습니다.
어느 네티즌은 그날 경기에 대해 “어제 두산과 SK경기 솔직히 정근우가 그 상황에 타임을 걸었으면 안됐다. 거의 던지고 있는 상황에서 타임 요청하고 그것을 받아준 심판…진짜 하마터면 리오스 부상당할 뻔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다. 그 후에 두산의 홍성흔이 같은 식으로 타임 요청할 때는 왜 안 받아줬냐??”라고 정근우의 고의적인 행위가 밉고 구심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예약한 김성근 SK 감독은 두산을 한국시리즈 경쟁자로 보고 리오스에 대한 경계심이 대단합니다. 리오스에게 33이닝동안 한 점도 빼내지 못하다가 2점만 건졌으니 당연합니다. 두어 번 리오스의 투구가 반칙투구라며 구심에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세트 포지션 순간에 투수는 반드시 가슴에 양손을 모아 잠시라도 멈추어야 하는데 리오스는 멈추지를 않고 던지는 게 분명히 반칙이고, 보크라는 것입니다.
사실 리오스의 투구 장점은 피칭 템포가 빠르고 일정하지 않아 타자들이 어느 순간 공을 던지는 지 감을 잡기 힘듭니다. 그러나 심판들은 그 정도는 반칙투구가 아니라고 김성근 감독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투구에 대해 상대팀 감독이 몇 차례 이의를 제기하면 그 투수는 자연히 자신의 투구폼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이 점을 김성근 감독은 감안해 리오스의 투구에 대해 항의한 것인데 이런 경우 리오스는 잠시, 잠깐은 상대팀에게 안타를 맞거나 흥분해 악송구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힘있는 피칭을 유지하고 있어 ‘고무팔’’철완’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또다른 각도에서 리오스의 승승장구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김인식 감독은 15일 두산전 초반에 리오스가 연속으로 탈삼진을 기록하자 덕아웃에서 박기택 구심을 향해 강하게 “포수의 오른쪽 무릎 아래쪽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면 어떻게 하느냐?”며 큰소리로 항의했습니다.
그리고 16일엔 “리오스가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혜택을 많이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인식 감독은 “리오스가 국내 최고 투수임은 분명하다” 면서도 심판진의 스트라이크존 운영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스트라이크존 변화로 리오스가 신중하게 던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데 5월 중순 이후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이 기존대로 돌아가 리오스를 상대로 경기를 풀어가기 더 어려워졌다” 고 밝혔습니다. 리오스는 올시즌부터 적용되는 상하폭이 늘어나고, 좌우폭이 줄어드는 스트라이크존 적응 여부에 다소 불리할 것이라고 예상됐습니다.
하여튼 올해 리오스는 한국에 온 이래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30경기에 등판, 213 ⅔이닝을 던져 19승5패, 평균자책점 1.94를 마크하고 이중 6게임 완투에 4완봉승, 탈삼진 141개, 사사구 70개, 피홈런 7개를 기록했습니다.
리오스는 역대 한국을 찾은 외국인 투수 가운데 개인통산 최고기록을 세웠습니다. 통산 87승을 올리고 1220⅔이닝을 던졌으며 삼진은 801개를 잡았습니다. 21차례 완투에 그 중 완투승이 15번, 완봉승이 7차례로 대단합니다.
하지만 리오스는 지난 5년간 포스트시즌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남겼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1경기,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를 던졌는데 총 성적은 7경기 등판에서 1승4패를 기록했으니 “빅게임에 약하다”는 말을 들을만합니다.
한국 땅을 처음 밟은 2002년 기아가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을 때 LG와 대결에서 2게임에 등판했는데 그중 한경기는 완투하는 등 16이닝을 던지고 평균자책점 2.81로 비교적 호투했으나 무승 1패만 남겼고 팀은 트윈스에 2승3패로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습니다. 2003년에도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으나 1게임에 나가 2이닝만 던지고 2점을 내주고 물러났고 팀은 SK에 3전전패를 당했습니다.
2004년 역시 기아에 있으면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두산과 대결했는데 1차전 선발로 나갔다가 3회 투아웃까지 6점이나 내주고 강판당해 1패를 기록하고 팀은 플레이오프 출전이 좌절됐습니다.
2005년 후반기에 전병두와 트레이드 돼 두산으로 옮긴 다음 팀이 플레이오프에 직행해서는 한화와 1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8이닝 무실점의 쾌투로 팀의 4-0 승리에 기여하고 포스트시즌에서 비로소 첫 승을 맛보았습니다. 한화에 3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삼성과 대결에서는 1차전과 4차전 선발 등판했으나 모두 9이닝을 던지고 7실점하며 2패를 기록, 팀은 4전전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두 게임 모두 삼성의 하리칼라와 맞대결을 펼쳤는데 1차전에서는 팀 타선이 1회에 두 점을 먼저 얻어 유리했으나 6이닝 동안 3실점하며 팀이 2-5로 패해 패전투수가 됐고 4차전에선 3이닝 동안 4실점하고 강판당했습니다.
과거 포스트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현재의 리오스 페이스는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리오스 본인도 이번 포스트시즌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승째를 올린 지난 15일 잠실 경기 후 리오스는 “팀을 위해서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데 주력했다. 평소대로 던지려 했다” 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정규시즌과 달리 포스트시즌에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리오스는 “포스트시즌에 부진했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얘기일 뿐이다. 포스트시즌과 정규시즌은 별 다를게 없다”며 포스트시즌에서 현재 컨디션을 그대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005년 후반기에 방출돼 두산에 옮긴 이유 중의 하나가 그 전 해 팀을 떠난 김성한 감독과 속칭 코드가 맞지 않아서였는데 김성한 전 감독은 “리오스가 훌륭한 투수이기는 했지만 정작 중요한 경기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는 활동이 미미했다”며 큰 경기에 약한 리오스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리오스는 자기 맘대로 하는 경향이 있어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면이 많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상대팀 타자들은 ‘리오스 흔들기’-‘리오스 깨기’에 주력할 것이고 리오스가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관심을 모읍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리오스가 김경문 감독, 동료들과 얼마나 팀웍을 잘 맞출 지, 그리고 심판들이 리오스의 코너웍을 얼마나 받아들일 지 주목 대상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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