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다니엘 리오스(35)가 퍼펙트 게임 일보 직전까지 쾌투하다가 9회초 1사 후 안타를 맞은 순간을 놓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리오스는 지난 10월 3일 현대 유니콘스와의 잠실경기에서 9회 1사까지 25명의 현대 타자를 상대하며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스코어는 3―0으로 두산의 리드. 지금껏 한국 프로야구사에 없었던 대기록 퍼펙트 게임(Perfect Game. 완전경기) 달성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관중과 시청자, 야구인들이 손에 땀을 쥔 순간, 8번 타자 강귀태가 나섰습니다. 볼카운트 1-2까지 3개의 공을 지켜본 그는 4구째에 144㎞짜리 직구가 한복판으로 약간 높게 들어오자 힘차게 잡아당겨 좌전 안타를 날렸습니다.“리오스”를 외치던 1만여 잠실 관중들은 아쉬움의 탄성을 질렀고 야구인들은 “정말 아깝네!”라며 허탈감을 자아냈습니다. 프로야구 26년만에 투수 최고 기록이 날아가자 일부 팬들은 강귀태를 상대로 처음에 리오스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 외각을 찔렀는데 구심(박기택)이 볼을 선언하고 2구째는 슬라이더로 포수 오른쪽 무릎으로 휘어들어갔는데 역시 볼이 선언된 것을 놓고 크게 아쉬워했습니다. 만일 볼카운트가 2-1이었으면 리오스가 다른 구질을 던졌을 것이라는 게 관전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리오스는 경기 후 “퍼펙트게임을 의식했지만 코너로 던지려던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바람에 안타를 맞았다” 며 “이것이 야구 아닌가?” 라고 반문했습니다. 강귀태는 “퍼펙트만은 당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했다”고 좋아했고 김시진 현대 감독은 “내가 야구하면서 이렇게 피가 말라본 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경기는 리오스 바통을 이어받은 정재훈이 연속안타를 맞으며 두 점을 내주고 승리를 지켜 두산이 3-2로 이겼습니다. 리오스는 지난 7월 1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SK를 상대로 7회말 1사까지 역시 퍼펙트로 끌고 간 적이 있습니다. 선두를 질주하던 SK의 김성근 감독은 7회말 1사 후 박재상 대신 조동화를 내세워 볼넷을 얻어 내서야 초조했던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리오스는 8회에 정근우에게 첫 안타를, 9회에는 이진영에게 두 번째 안타를 맞으며 1-0 완봉승을 기록, 김성근 감독에겐 경계 대상 1호가 됐습니다. 투수가 안타나 볼넷 등 사사구를 하나도 허용치 않고 수비수들도 에러가 없을 때 기록되는 퍼펙트 게임은 미국 메이저리그 131년 동안 17차례, 일본프로야구 71년간 15회만 나온 꿈의 대기록입니다. 우리 프로야구는 26시즌에서 총 1만 1872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번도 퍼펙트게임이 나오지 않았는데 메이저리그는 올해까지 총 38만 2852경기를 치렀습니다. 2만 2520경기당 한 번 꼴로 퍼펙트 경기가 나온 것을 보면 우리 프로야구엔 퍼펙트게임이 아직 먼 모양입니다. 리오스 이전에 가장 아깝게 퍼펙트를 놓친 선수는 한화의 정민철입니다. 정민철은 1997년 5월23일 대전 홈경기서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를 상대로 8회 1사까지 퍼펙트를 기록하다가 심정수 타석 때 포수 강인권이 공을 놓치며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심정수가 출루, 대기록의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하지만 정민철은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호투해 결국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는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정민철 다음으로 퍼펙트에 미련이 남은 선수는 송진우(한화)입니다. 송진우는 빙그레 시절이던 1991년 10월 12일 해태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습니다. 1~2차전을 내리 패한 빙그레였으나 8회초 2사까지 퍼펙트로 막은 송진우의 쾌투로 1-0으로 앞서 있는 상황이어서 팀 1승은 물론 퍼펙트 대기록도 예상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8회초 2사 후 대타 정회열이 오른쪽 파울플라이를 날렸습니다. 2루수나 우익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지만 잡지 못했고 정회열은 볼넷을 골라 나가 해태는 퍼펙트 게임패의 수모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정회열의 볼카운트 2-2에서 송진우가 예리한 공을 던졌는데 구심(이규석)은 이를 볼로 선언해 나중에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스트라이크로 잡아줘도 좋고 볼로 잡아줘도 좋은 공이었다고 야구인들은 이야기합니다. 이에 상심한 송진우는 바로 다음 타자 홍현우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노히트노런 기록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자 1, 2루에서 장채근이 2타점 2루타를 뿜어 단숨에 승부는 뒤집어지고 결국 해태가 4-1로 승리, 3승째를 올리고 4전전승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장채근은 이 경기에서 역전타 등으로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죠. 퍼펙트 게임 다음으로 어려운 무피안타 무득점(노히트 노런-No Hit No Run) 경기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그동안 10차례 기록됐습니다. 노히트 노런 중 앞서 이야기한 정민철 경기와 함께 김원형(쌍방울)이 1993년 4월 30일 전주경기서 OB를 맞아 포수 김충민과 함께 단 1사사구만 기록하며 기록한 게 안타 하나 없이 한점도 내주지 않고 3-0으로 승리해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입니다. 이와 더불어 2005년 7월 22일 광주경기서 롯데의 2년생 투수 장원준이 9회 원아웃까지 몸에 맞는 볼 하나만 허용하고 단 1안타도 내주지 않아 최연소 노히트 노런을 눈앞에 두었다가 이종범에게 1루수 내야안타, 장성호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온 것도 아쉬웠던 경기입니다. 이종범 내야안타 때 장원준이 조금 더 빨리 1루 베이스 커버를 했다면 아웃 시킬 수 있었던 내용이어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