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 대만전 이길 확률 49%?
OSEN 기자
발행 2007.11.06 09: 34

얼마전 같으면 야구팬들에게는 슬픈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프로야구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이 모두 끝나고 메이저리그 시즌까지 종료되면 야구팬들은 누구나 허탈한 기분이 드는 게 요즘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코나미컵과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이 기다리고 있어 초겨울에도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코나미컵에는 우리들의 챔피언 SK 와이번스가 출전하고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는 대표팀이 참가해 예전에는 없었던 11월과 12월의 야구 재미를 연장할 수 있어 관심을 모읍니다.
SK가 참가해 오는 8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코나미컵은 2005년부터 시작했는데 첫 해 우리들의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가 일본 지바롯데 마린스에 2-6으로 졌으나 중국 대표팀에게8-3으로 이기고, 대만 성농에 4-3으로 승리한 다음 결승전에서 마린스에 3-5로 다시 패해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2회대회 때는 삼성이 또 출전해 일본 니혼햄에 1-7로 대패하고 중국에 13-1로 크게 이겼으나 대만 라뉴에 2-3으로 패해 3위에 그치는 부진한 성적을 남겼습니다.
선동렬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2년 연속 출전한 코나미컵에서 부진했던 것은 준비 부족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이제는 한국야구가 일본뿐 아니라 대만에도 뒤지는 모습을 보여주어 팬들을 실망 시켰습니다.
더구나 작년에는 코나미컵 대회 3주 후 벌어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프로 위주로 짜인 우리 대표팀이 1차전에서 대만에 2-4로 패하고 사회인야구팀이 출전한 일본에 7-10으로 패해 동메달에 그치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일본 도쿄돔에서 거행되는 이번 코나미컵에서 SK는 첫 날 8일(오후 6시) 일본 챔피언 주니치 드래건스와 대결하고 9일(오후 2시반)은 중국 올스타와, 10일(오후 6시)은 대만 챔피언 퉁이 라이온즈와 경기를 갖고 리그 1, 2위가 겨루는 결승전은 11일 오후 6시에 벌입니다.
오는 11월 말부터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릴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아시아 예선전의 대진표 일정에 따르면 한국은 12월 1일 오후 2시 홈팀 대만과 1차전을 벌이고 2일 오후 7시 일본과 2차전을 갖습니다. 홈팀 대만이나 프로가 총출동하는 일본은 버거운 상대인데 이들 두 팀과 잇달아 경기를 펼치는 것은 그만큼 한국에 부담이 큽니다.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거행된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11월 30일 대만(2-4로 패퇴)과 첫 경기를 벌이고 다음날 12월 1일은 경기가 없는 날이어서 쉬었지만 그 다음 날 12월 2일 일본(7-10으로 역전패)과 경기를 갖고 3위에 그쳤습니다.
한국이 강팀과 연거푸 대결한 반면 대만과 일본은 필리핀, 중국 등 약팀과 경기를 중간중간에 펼쳐 체력 소모가 덜하고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유지했는데 1년전 대진 일정과 이번 대회 스케줄이 똑같아 우리에겐 상당히 불리합니다.
야구인들 대부분은 이번 1차 예선에서 일본이 가장 강하고 대만은 비교적 쉬운 상대라고 상당수가 예상하고 있지만 제가 전망하기에는 대만전에서 우리가 승리할 확률은 낮다고 봅니다.
첫째, 대만은 홈구장에서 경기를 벌이는 잇점이 있고 온갖 수단을 펼쳐 한국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우리가 이기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야구를 국기로 여기는 대만은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 야구가 반드시 출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만은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반드시 자신들이 우승한다는 각본(?)을 준비합니다. 심판들이 노골적으로 편파 판정과 텃세를 부려 우리팀이 진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거꾸로 그들은 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 때 한국측의 편파적인 판정으로 패한 케이스가 많다고 주장하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되갚아 주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대만야구의 어처구니없는 대회 진행의 백미(?)는 우리 프로야구가 생기기 직전인 1981년 가을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대학대회가 그중 하나입니다.
한국대학선발팀 사령탑은 성기영(영남대) 감독, 코치는 이충순(중앙대) 감독이 각각 맡았습니다. 대만은 A, B 두 팀, 일본에서는 관서지역 우승팀 등 모두 4개팀이 출전했습니다.
한국팀이 대만에 도착하자 대회 본부 관계자들이 숙소로 찾아와 대만야구협회의 주요 인사들이 한국팀 책임자에게 당당하게(?) “이번 대회의 우승은 대만 A팀이 할 것이고 한국은 준우승을 해라. 3위는 대만 B팀이 할 것이고 일본팀은 4위로 끝낼 것이다”고 자신들의 계획을 밝혔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제의에 한국팀 지도자들이 “무슨 말이냐?”고 항의하자 대만쪽 사람들은 “우리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은 꼴찌를 만들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경기에 들어가자 심판들의 ‘장난’이 눈에 띄게 대만에 유리하게 전개됐습니다. 대만 A팀과 일본팀의 경기에서는 일본이 선제 스리런 홈런을 날렸으나 대만인 심판은 갑자기 경기를 중단시키고 홈런이 무효라고 선언했습니다.
일본 감독이 항의하자 심판은 “지금 이 시각은 대만의 여류 야구인(리틀야구연맹회장)이 나와 기념사를 할 순서였으나 잘못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경기를 중단시킨 것”이라는 황당한 변명을 달았고 실제로 대만 여성 야구인이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나와 간단한 기념행사를 거행했습니다. 결국 이 대회 순위는 대만측이 애초에 작정한 대로 순위가 결정됐습니다.
김재박 감독은 지난 2003년 11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대만과 일본에 져 아테네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것을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대회 출전 결과라고 말합니다.
첫 경기서 대만과 맞붙은 한국은 선발 정민태(현대)가 호투하고 5회부터 두 번째로 나온 임창용(삼성)이 탈삼진 6개에 피안타 1개로 쾌투하는 가운데 9회초까지 4-2로 앞서 승리가 예상됐습니다. 9회말 대만의 마지막 공격에서 임창용은 갑자기 볼넷 두 개를 연거푸 허용했습니다. 임창용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심판이 제대로 스트라이크를 잡아 주지 않은 것입니다.
김재박 감독은 하는 수 없이 조웅천(현대)을 마운드에 올려 보냈습니다. 이 해 30세이브로 이상훈(LG)과 함께 세이브왕에 오른 조웅천은 연속 적시타를 맞고 4-4 동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10회말에는 볼넷-안타-볼넷-범타 등으로 2사만루를 내주고 끝내기 적시타를 맞아 4-5로 역전패했습니다.
한국은 이후 일본에도 0-2로 패해 결국 3위에 그치며 올림픽 진출권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당시 한국팀의 패인으로는 타선 불발, 집중력 부족, 합동훈련 부족 등이 꼽히고 김재박 감독의 투수 기용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현장을 지켜본 야구인들은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대만전 9회 이후 연속 볼넷이 나온 과정이라고 밝힙니다. 구심은 일본인이었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 4위전에서 한국에 패해 노메달에 그친 일본은 한국 타도를 외치며 나가시마 감독 지휘 아래 프로 최고 선수들이 출전하고 한국에 대한 경계가 대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재박 감독은 당시 판정에 대해 “심판이 갑자기 까다롭게 스트라이크-볼을 판정하자 임창용이 흔들렸다. 구원으로 나선 조웅천도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다가 얻어맞았다. 연장에 가서도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잡아주지 않자 조웅천이 제 페이스를 잃는 바람에 볼넷과 적시타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며 씁쓸해 했습니다.
지난 해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제16회 대륙간컵 야구대회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묘한 판정에 고배를 들었습니다. 6-2로 앞선 5회말 2사 1, 2루에서 송광민(한화)이 우중간 안타를 쳤습니다. 이 때 호주 1루심이 느닷없이 ‘볼데드’(경기 중단)를 선언했고, 송광민의 안타는 무효처리 됐습니다. 대만 감독의 ‘타임’ 요청을 심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7-2나 8-2로 달아날 기회가 날아간 것입니다. 연장 12회말에도 황당한 심판판정이 나왔습니다. 김학용 감독이 마운드에 한번 오른 것을 쿠바 주심이 두 번 올랐다며 항의하던 김 감독을 퇴장시켰습니다. 결국 한국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7-9로 졌습니다.
반면에 대만은 지난 1999년 시드니올림픽 예선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대회에 나섰지만 최종전에서 한국에 4-5로 패해 뜻을 이루지 못하자 심판 때문에 졌다고 울분을 털어놓았습니다.린화웨이 대만대표팀 감독이 한국전 후 성수대교를 건너던 중 ‘심판은 한국편이었다’며 눈물을 흘린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한국만 만나면 힘을 내는 대만 야구는 한국야구가 최초로 세계 정상에 오른 1977년 니카라과에서 열린 슈퍼월드컵대회서도 우리 대표팀에 2-1로 이겼고 이상윤, 양상문, 양일환, 이상군, 장호연, 박철영, 김동재, 한대화, 양승호, 김광림 등이 출전해 준우승을 거둔 1978년 베네수엘라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때는 대만과 1승1패를 나누었지만 1패는 노히트노런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노골적인 홈어드밴티지와 총력을 기울여 나올 대만은 기세가 대단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가 최근 대만팀과 경기서 이긴 것보다는 패한 사례가 더 많아 불안합니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지난 해 말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패했고 2003년 삿포로에서 거행된 아테네 올림픽 예선에서도 우리 대표팀은 대만과 일본에 잇따라 패했습니다. 프로 챔피언끼리 맞붙은 코나미컵에서는 지난 해 삼성이 라뉴에게 져 실망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프로와 아마가 혼성팀을 이루고 출전한 대륙간컵 대회서는 9연패를 당하고 있습니다.
초반부터 활화산 같은 타선이 터져 심판이 손을 쓸 새도 없이 큰 점수를 냈으면 좋겠습니다만 글쎄요.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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