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희망과 착잡함이 교차한 서재응의 귀환
OSEN 기자
발행 2007.12.11 09: 34

서재응(30)이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다는 소식을 지난 12월 7일 들었습니다. 반갑다는 생각이 많았으나 한편으로는 착잡함이 엇갈렸습니다.
먼저 떠오른 생각은 “왜 서재응이 메이저리그를 그만두어야 했나?”라는 의문과 서운함이었습니다. 본인이야 빅리거로 뛰고 싶은 간절함이 더했겠죠.
서재응은 인하대 시절인 지난 1998년 뉴욕 메츠에 입단, 200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6시즌을 뛰며 통산 118경기에 출전해 28승 40패,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했고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승4패(8.13)로 부진했으나 트리플A에서는 9승4패(3.69)로 비교적 괜찮은 성적을 남겼습니다.
10년을 미국 프로야구에서 버텼다는 것 자체가 대단합니다. 빅리그 데뷔 다음 해인 2003년에는 메츠에서 9승12패,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해 깜짝 놀라게 했고 2005년에는 14게임, 90⅓이닝의 적은 경기에 등판하며 8승2패, 평균자책점 2.59를 올려 더욱 기대를 걸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LA 다저스로 옮겨간 2006년에는 3승 12패로 급격히 추락했고 탬파베이로 이적한 올해는 3승 4패에 그쳐 시즌 도중 마이너리그로 강등 당하고 빅리그에 올라갈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왜 메이저에서 불러 주지 않았을까요? 냉정한 메이저 세계이지만 서재응은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니고 나이도 많은 것도 아니어서 더욱 아쉽습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화면으로 구경만 하는 제 판단으론 서재응은 앞으로 3년 가량 더 메이저에서 뛸 수 있다고 어림잡았습니다.
힘있는 투구를 하는 서재응이 아니고 제구력 위주의 피칭을 하는데 그 컨트럴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메츠에서 30만 달러, 다저스에서 35만 달러의 연봉을 받던 그가 탬파베이에 와서는 연봉액수가 120만 달러로 올랐고 2008 시즌에는 연봉 조정 자격을 얻은 서재응이었기에 가난한 데블레이스 구단이나 다른 구단이 돈 액수에 부담을 느껴 눈길을 돌렸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백인 선수가 우선하는 메이저리그이기에 뒷자리로 밀려난 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아니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어 가고 있는 메이저리그 선수들 연봉 체제 때문에 중간급인 서재응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고 그의 에이전트가 제대로 대응 방안을 강구하지 못한 면도 있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더 이상 뛰지 못하고 돌아온 서재응이기에 아쉬움이 컸지만 국내야구 처지로는 대환영입니다. 당장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 알았으면 열흘 전 대만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에 그가 출전하지 않은 게 야속하기도 합니다.
대표선수 후보 등록을 할 때인 두어 달 전에야 물론 본인이 오로지 메이저리그에 남기 위해 대표 선발을 사양했겠지만 만일 서재응이 대표팀으로 뽑혔다면 일본전 1점차 패배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지난 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때 서재응은 대만전, 멕시코전에 선발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됐고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0-6으로 완패했지만 서재응은 선발로 출장해 5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습니다. 당시 8강전에서 일본을 2-1로 이겨 조 1위가 결정되던 순간 애너하임 에인절스 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던 서재응의 장한 모습이 새삼 떠오릅니다.
11일 서재응의 가세로 타이거즈는 천군만마의 힘을 얻을 것입니다. 지난 해 최희섭이 합류해 국내 구단 중 유일하게 메이저리거 출신의 2명의 선수를 확보한 KIA는 가장 큰 약점이었던 마운드가 강화됨은 물론 선수단 전체의 전력도 시너지 효과를 얻어 당장 한국시리즈 우승 후보 1, 2 순위에 오를 것입니다.
2001년 8월 해태 구단을 인수한 KIA는 2002년 시즌부터 3년 연속 4강 이상에 올랐으나 2005년에는 최하위, 올해 또 다시 바닥으로 떨어져 9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해태의 전통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바람에 예전의 ‘해태 전성시대’는 사라졌고 타이거즈팬들도 열정이 식어갔습니다.
서재응의 가세로 타이거즈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해태 시절 포함)을 노려볼만 하게 됐습니다. KIA는 이미 한달여 전 조범현 신임 감독을 선임하고 팀 정비에 나섰습니다. 타이거즈팬들도 2년여 전부터 벌였던 단장과 감독에 대한 안티 운동을 접고 예전처럼 성원의 함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KIA의 확 달라진 이런 모습은 전체 프로야구계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입니다. 수년간 숨죽였던 광주-호남 지역에 타이거즈붐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관중 400만명을 돌파한 한국 프로야구로서는 KIA의 중흥이 더할 나위없는 호재입니다. 그러나 KIA가 서재응의 입단을 계기로 선수단 전체가 더 한층 밝아진 분위기이지만 그룹에서 그동안 지원해 오던 현대 유니콘스 구단은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어 안타깝습니다.
유니콘스는 당초 현대 그룹에서 운영을 맡아 왔으나 정몽헌 구단주가 2003년 자살하는 비운을 겪고 집안 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05년부터 구단 운영비를 대폭 줄여 구단 살림이 힘들어졌습니다.
그래도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매년 80억 원씩, 정몽윤 현대화재 이사장이 40억 원씩 지원해 왔고 올해 초에는 현대차에서 90억 원을 지원키로 약속했다가 현대 룹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는 통에 현대차에서도 손을 들고 만 것입니다.
연초에 농협과 최근 STX 그룹이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무산된 유니콘스의 운명은 이제 한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내년 1월 초순까지 유니콘스를 인수할 구단이 나서지 않으면 공중분해됩니다.
유니콘스를 인수할 업체가 나서지 않으면 프로야구는 7개 구단으로 줄어들어 18년 전으로 뒷걸음질 칠 것이고 올해 유니콘스의 재정을 책임졌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기금 130억 원을 털어놓아야 합니다. 7개 구단도 뒤늦게 마련한 2008년 시즌 스케줄 때문에 혼란이 극심할 것이며 경기 수는 줄어 관중 숫자와 야구인기가 퇴보할 게 틀림없습니다.
서재응의 KIA 입단으로 타이거즈의 인기는 살아날테지만 현대 그룹과 현대차 그룹의 프로야구 외면으로 드리워진 야구계 암운이 ‘서재응 효과’도 감소되지 않을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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