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 메모]김현수, 서재응-최희섭, 클락의 액운…2008 프로야구 미스터리(하)
OSEN 기자
발행 2008.11.25 08: 53

앞 글에서는 2008년 프로야구 구단에 관한 수수께끼를 꼽아 봤다면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아쉬움과 의문점이 많았던 선수를 알아 보겠습니다.
김현수의 잇단 한국시리즈 9회말 1사만루 병살타
김현수(20)는 2006년 신일고를 졸업하고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해 올해 정규 시즌에서는 타격왕, 최다안타왕, 출루율 1위 등 타격 3개 부문에서 타이틀을 따낸 걸출한 신예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일본전에서 9회에 대타로 나가 결승타를 때리는 등 초년생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SK와 한국시리즈에서 1승1패이던 3차전, 2-3으로 한 점차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의 역전 기회에서 정대현을 상대로 2루 땅볼 병살타를 날려 베이징에서 쿠바가 결승전 때 한국에 패한 상황과 똑 같은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시리즈 향방의 중요한 고비인 3차전에서 맥없이 물러난 김현수의 불운은 5차전에도 이어져 0-2로 뒤진 9회말 1사만루 때 또다시 투수앞 병살타를 때렸습니다.
“어떻게 똑 같은 상황이 김현수한테 연거푸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괴이감마저 들었습니다. 한 시즌 최고의 타격왕이 한국시리즈에서는 21타수 1안타에 그친 것도 희한합니다.
김현수는 5차전 직후 덕아웃에 들어가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하며 상처를 달랬습니다. 시리즈에서 부진 때문인지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 선정에도 김광현(SK)에게 밀려 탈락, 다시 아픔을 겪었으나 김현수는 MVP 시상식장에 나타나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이며 1년 후배 김광현을 축하해 성숙된 모습을 보여 다행입니다.
최희섭, 서재응 빅리그 출신의 부진과 기아의 무력증
KIA 타이거즈는 올해 초 연봉 5억 원을 들여 서재응(31)을 영입하며 단연 주목을 받았습니다. 1996년 뉴욕 메츠에 입단한 서재응은 2002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2007년까지 6년간 118경기에 등판해 28승 40패 1홀드, 평균자책점 4.60을 마크한 베테랑입니다.
‘컨트럴 아티스트’라는 약간 부풀린 별명이 붙었지만 두둑한 배짱과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 8강전서 일본을 꺾은 다음 마운드에 올라가 태극기를 꽂는 등의 평소 카리스마가 있는 모습은 약화된 KIA의 마운드를 든든하게 끌고 가리라는 기대감을 주었습니다.
그 전 해 입단한 최희섭(29)과 함께 KIA는 메이저리그 출신만 두 명이나 보유하게 돼 4강은 물론 우승 후보로 떠올랐으며 팀은 시범경기에서 1위를 기록해 더 한층 믿음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서재응은 올 초 6게임 만에야 승리를 따냈습니다. 그리고 한달 후에는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근 한달간 출장치 못했고 복귀해서는 2경기 등판을 하고 일주일 만에 다시 허리, 어깨, 팔꿈치 통증으로 두달 반 가량 그라운드를 떠났습니다. 올해 총 16경기에 출장해 5승5패, 평균자책점 4.08에 그쳐 팀 성적에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공격에서 중심타자로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한 최희섭마저 55게임에 나와 타율 2할2푼9리, 홈런 6개, 타점 22점으로 초라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최희섭은 2007년 KIA로 이적한 첫 해는 52게임에 출장해 3할3푼7리, 7홈런, 46타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는데 올해는 더 좋지 않은 성적을 남긴 것입니다.
지난 해 계약금 8억 원, 연봉 3억 5000만 원에 입단한 최희섭은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보다 훈련량이 많아 힘들고 바뀐 게 많아 적응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 놓으며 2년 내내 두통, 무릎 부상, 어깨 통증,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해 KIA 지도자들을 난감하게 만들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한 최희섭의 두통 등은 미스터리로 남았지만 지난 해 11월 말 파혼으로 인한 마음 고생 탓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최희섭은 2004년 LA 다저스 시절 사귄 일본 여성 리포터 야스다 아야와 2006년 12월 양가 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결혼을 약속했으나 미국야구 생활을 바라는 아야의 요청을 물리치고 한국으로 오면서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는 등 성격 차이로 결국 헤어졌습니다.
투타에서 기둥 몫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둘의 부진으로 팀은 시즌 초반부터 저조했고 베이징 올림픽 직전에는 한때 4강 진출 유력 후보로 점쳐지기도 했으나 결국 6위로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서재응의 부진은 귀국 후와 스프링캠프 때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으로 알려졌는데 평소 모범적인 훈련을 해온 그가 무슨 이유로 자신을 컨트럴하지 않았는 지 의문입니다. 최희섭 역시 귀국 후부터 타격 자세가 흐트러지고 두 시즌 내내 소극적인 스윙으로 일관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서재응은 지난 10월부터 남해 마무리 훈련에 참가해 열심히 하고 있고 최희섭은 개인 훈련의 강도를 높여 몸무게를 125kg에서 12kg 가량을 줄였다니 내년에는 좋아진 모습을 다시 한번 기대합니다.
클락의 불운과 한화의 4강 탈락
덕 클락(32)은 2년여 전부터 한화가 눈여겨 보던 외야수였습니다. 1998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후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던 클락은 2005년 샌프란시스코와 2006년 오클랜드에서 잠시 메이저리그 맛을 봤습니다.
파워 히터라기보다는 수비를 잘 하는 선수로 점찍고 수비력이 구멍난 한화의 외야 자리를 보강하기 위해 지난 해 말 3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이글스 멤버로 합류했습니다.
정말 중견수 수비는 최고였습니다. 폭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발을 이용한 허슬 플레이, 강한 어깨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했습니다. 그런데 수비만이 아니라 시즌이 시작되자 3번째 경기에서부터 그의 방망이는 불을 뿜어 거의 매 경기 안타에, 2안타 이상도 자주 터뜨렸습니다.
또 장타도 잘 때려 시즌 중반인 6월 중순에 팀 동료 김태균에 이어 홈런 랭킹 2위(17개)에 올랐으며 2루타는 6월까지 24개를 갈라 한화에 보배 같은 존재로 떠올랐습니다.
팬들과 야구인들은 “저렇게 모든 분야에서 잘하는 외국인 선수는 처음 본다”며 “한화가 클락 때문에 4강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시즌 개막 전에는 4강이 의문시되던 한화를 0순위로 올려놨습니다.
공·수·주 3분야에서 최고이고 백인으로 잘 생긴 외모도 갖춰 인기 절정에 올라 올스타전에 선발되기도 한 클락에게 불운이 닥친 것은 지난 6월 27일이었습니다. 인천 문학구장에서 SK와 경기 중 클락이 1루로 뛰어가다가 송구를 잡으려고 점프하던 와이번스 1루수 박정권과 부딪히며 비롯됐습니다. 다리를 다친 박정권은 진찰 결과 왼쪽 정강이 뼈 3개가 복합골절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클락은 박정권에게 전화로 사과하고 병실에 꽃다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다음 날은 김인식 감독에게 “미국에서 거친 풋볼(미식축구)을 하면서도 상대방 선수를 크게 다치게 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 너무 큰 사고를 저질렀습니다. 사과의 의미로 오늘은 출전 명단에서 빼주세요”라며 스스로 근신을 요청했습니다.
용병 선수로는 보기 드문 착한 마음씨를 지닌 클락의 한 단면이었는데 이때 충돌 사고는 주전자리를 굳히려던 박정권에게 시즌 내내 출장하지 못할 정도의 치명타를 안겼습니다.
충돌 당시 클락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에게도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다음 경기부터 영 방망이가 터지지 않은 것입니다.
7월과 9월 초의 주요한 고비에서 15게임 1안타에 그쳐 김인식 감독은 “무릎 부상도 괜찮아진 것으로 아는데 왜 저렇게 치지 못하는 지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클락의 부진과 함께 투수진도 신통치 않은 한화는 후반기 20경기서 5승15패의 극심한 부진으로 5위로 주저앉는 비극을 겪어야 했습니다.
클락이 내년에도 한화에서 뛸지는 현재 미지수입니다. 시즌 마지막 6경기서는 살아난 그를 다시 기용해야할 지 김인식 감독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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